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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과 정태영 사이에 선 금융사들 [현대카드·캐피탈 경영권 재편]①계열사 전면 재정비, 지배구조 정리 물꼬 틀지 관심

고설봉 기자공개 2021-11-29 08:40:55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최근 심상찮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분리 움직임이다. 지분 변동을 수반한 것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경영권을 두고서는 총수일가 사이에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 금융계열사는 과연 어떤 이유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일까. 경영권과 지배구조, 주력사업부문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그 배경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4일 13: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캐피탈의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지분 59.68%는 현대자동차, 20.1%는 기아가 각각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재무적투자자(FI)들로 분산돼 있다. 현대차그룹 핵심 법인 두 곳의 보유 지분 합계는 79.69%다. 탄탄한 지배력을 기반으로 단독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지배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석이 하나 있다. 기존 현대캐피탈의 경영권은 사실상 현대차그룹에서 행사하지 못했고 현대가의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쥐고 있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를 필두로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 등 3사 공동대표를 맡아 17년간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수장 역할을 했다.

재계 안팎에선 ‘포스트 정몽구’ 시대가 도래하면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는 정 부회장 쪽으로 분사할 것이란 전망이 심심찮게 나왔다. 부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누나다.
사진출처=현대캐피탈 홈페이지

정 회장이 현대차와 기아·현대모비스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을 승계하는 대신 정 사장과 정 부회장이 금융계열사를 떼어내 독립한다는 시나리오가 정설처럼 여겨졌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저항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 부회장이 돌연 현대캐피탈 경영에서 물러났다. 단단할 것만 같았던 정 부회장의 경영권은 한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올해 5월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들은 갑작스럽게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3사에 각각 1명씩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3개월 뒤인 지난 8월 현대카드 FI였던 어피너티는 상장(IPO) 지연을 이유로 엑시트를 요구했다. 이 지분은 현대커머셜과 대만 푸본금융그룹이 나눠 매입했다. 현대커머셜은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이 각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현대카드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배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달 뒤인 9월 정 부회장은 현대캐피탈 경영에서 아예 물러났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에만 집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맞물려 부인 정명이 사장은 2017년부터 맡아왔던 현대캐피탈 브랜드부문 사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지난 10월 현대캐피탈은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에서 겸직하고 있던 임원 29명을 일제히 정리했다. 일부 빈 자리엔 현대자동차 출신 임원이 새로 취임했다. 정 부회장의 퇴진과 동시에 현대차그룹 내 전문경영인들이 현대캐피탈에 점령군처럼 등장했다.

일각에선 일련의 과정이 정 부회장의 독립을 위한 준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앞서 본격적인 독자 행보에 나선 것이란 뜻이다. 정 회장과의 계열분리 첫 단추를 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다른 분석도 있다. 현대캐피탈뿐 아니라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지배구조를 봤을 때도 현대차그룹 지배력이 상당하다. 계열분리 움직임으로만 해석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현대카드 최대주주는 지분 36.96%를 보유한 현대차다. 기아가 11.48%를 보유하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의 합계 지분율은 48.44%다. 그외 지분 28.54%는 현대커머셜이 보유 중이고, 푸본그룹이 20%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지분 3% 남짓은 FI들이 가지고 있다.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이 현대커머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현대카드에 대한 지배력에서 정 부회장이 정 회장에 비해 앞서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또 푸본그룹이 정 부회장과 사업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정 부회장의 조력자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현대커머셜의 최대주주 역시 현대차다. 지분율은 37.5%다. 정 사장(25%)과 정 부회장(12.5%)이 보유한 지분 합계는 37.5%로 정 회장(현대차) 측이 보유한 지분율과 똑같다.

이에 따라 단순히 지분 관계 만으로 이번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경영권 분리를 설명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지분관계 외에 사업구조를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과는 달리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 완성차 계열사들과 분리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정의선 회장과 정태영 부회장 측 사이에 놓여있는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가르는 핵심은 단순한 지분을 통한 지배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사업구조상 역할론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놓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 이번 정 부회장 측 계열분리의 키워드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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