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16일 07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8인치(200㎜)는 구형이 아니다." 최근 만난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가 힘주어 말했다.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는 한물갔다는 세간의 편견을 뒤집는 말이다. 진의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소재 영역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었다.현재 8인치 실리콘(Si) 웨이퍼를 기반으로 칩을 제조하는 파운드리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과제인 팹리스들 입장에선 SiC 반도체 8인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느냐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구형이 된 8인치 실리콘 웨이퍼 반도체는 10년 후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점차 8인치 세대교체를 해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실제로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화두는 SiC, GaN(갈륨나이트라이드)이다. 현재 SiC 웨이퍼는 6인치(150㎜)가 주류다. 그리고 이제 막 8인치로 전환하려고 페달을 밟는 중이다.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팹리스인 LX세미콘도 SiC 반도체 개발에 나섰고, DB하이텍도 SiC 기반 전력반도체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SK그룹은 국내 유일한 웨이퍼 생산기업 SK실트론을 통해 미국에서 SiC 웨이퍼를 제조하고 있고, 예스파워테크닉스 투자를 통해 사업 확대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품는 키파운드리 역시 밸류체인의 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장에선 당장 한걸음 내딛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들이 많이 나온다. 지금처럼 각개전투로 해선 급성장하고 있는 SiC 시장을 따라잡기 힘들고, '서플라이 체인'의 문제라는 거다. 예를 들어 기존 8인치 파운드리 업체가 SiC 8인치로 전환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파운드리 투자는 한 번 움직였다하면 조 단위인데, 팹리스 수주를 확실하게 확보하지 않고는 새로운 라인을 까는 건 불가능하다. 반도체 장비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 시스템 반도체 관련 기업 대표는 "수요기업과 학계, 파운드리, 장비제조업체가 공동개발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가장 중요한 건 초기 단계부터 수요기업과 협력하는 것인데 이게 정부 도움 없이는 쉽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SiC 시장은 이제 개화하고 있고,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산학협력, 수요기업-공급사 간 협력 등을 통해 동반성장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R&D센터를 세우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촘촘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8인치 SiC반도체 시장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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