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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 조달' 금호전기, 당장 못 쓴다…1년 지나야 가용 CB 담보 설정 조건 탓 사용 불가, 내년 신사업 투자 대비

박창현 기자공개 2021-12-14 07:59:05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0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 상장사 '금호전기'가 적자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본총액의 3배에 달하는 300억원을 확보했다. 다만 담보 설정 조건 탓에 1년간 조달한 자금을 쓸 수가 없다. 금호전기는 해당 자금을 내년 신사업 투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반조명 전문기업 '금호전기'는 최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300억원 규모로 9회차 CB를 발행했다. 투자자는 메리츠증권이며 지난달 26일에 자금 납입도 마무리됐다.

기존 조명 사업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금호전기는 국내 대표 조명 전문기업이다. 1935년에 설립돼 8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번개표'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조명 시장을 줄곧 선도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LCD 모니터와 TV에 들어가는 냉음극관(CCFL) 부품을 삼성전자에 납품하면서 설립 후 최대인 3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LED 시장이 열리자 하향 곡선을 그렸다.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중국발 물량 공세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LED 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신규 사업도 펼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실적 감소 여파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루미마이크로와 금호HT 등 핵심 계열사를 팔았다. 이 때문에 현재 LED와 방전램프 등 일반 조명 사업만을 영위하고 있다.

다만 이 시장 역시 가격 경쟁이 극심해 적자 사업 구조가 고착화된 상태다. 금호전기는 2017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액만 480억원에 달한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금호전기는 CB 발행 규제가 강화되기 직전에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발행사와 특수관계인들의 CB 콜옵션 행사 한도를 제한하고, 전환가액 상향 조정을 의무화했다. 이 규제는 이달 1일 이사회 결의로 발행하는 CB부터 적용된다.

금호전기는 사흘 차이로 이 규제를 피했다. 사채권자에게 많은 당근책을 제시할수록 자금 조달에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원활한 투자자 유치를 위해 신속하게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기회를 살려 자본총액(109억원)의 3배에 달하는 300억원을 한꺼번에 조달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금을 끌어온 탓에 여러 조건이 투자자 측에 전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됐다. 먼저 이번에 조달한 300억원은 사실상 1년간 그대로 내부 곳간에 묶인다. 사채권자에게 곧바로 담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호전기는 이번 CB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투자 대금에 상당하는 유가증권을 신탁 원본으로 하는 신탁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유가증권신탁 수익권은 사채권자에게 넘어간다. 쉽게 말해 조달자금으로 국채 등 유가증권을 매입한 후 그대로 사채권자에게 담보로 맡겨야 한다.

결국 금호전기가 이번에 300억원을 조달했다고 하지만 자금 흐름만 놓고 보면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다만 1년 뒤 콜옵션을 행사해 사채권자를 바꾸면 독립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콜옵션 행사 비중은 70%다.

금호전기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1년간 자금이 묶이지만 내년에 사채권자를 바꿔서 신사업 투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금호전기 관계자는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내년에 해당 자금을 광통신 융합사업과 스마트 조명 사업 등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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