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엑시트-투자 성과로 토종 PEF 자존심 지켰다 W컨셉·대한전선 매각 성공…한샘 인수로 바쁜 한해
서하나 기자공개 2021-12-17 08:33:5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5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축년(辛丑年) 한 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한샘 인수합병(M&A)를 성사시키며 대형 바이아웃 펀드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더불어 펫프렌즈, 베어로보틱스 등 성장력 높은 분야에서도 놓치지 않고 투자 기회를 잡으며 존재감을 뽐냈다.회수 분야에서도 성과도 준수했다. 꾸준한 포트폴리오 관리로 올초 W컨셉과 대한전선을 연달아 각각 신세계그룹과 호반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경우 펀드 결성 13년 만에 끝까지 책임감있는 자세로 매각을 결정했다는 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IMM PE는 올해 크레딧솔루션(IMM ICS), IMM오퍼레이션즈그룹 등 전문화된 조직을 새롭게 꾸리는 등 변화도 일궜다. IMM ICS를 통해 SK루브리컨츠·엘앤에프·대주전자재료 등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했고 기존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끈기와 집념으로 완성한 세건의 엑시트 성과
IMM PE의 올해는 3월 대한전선 매각 성공으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2015년 9월 채권단 관리하에 있던 대한전선의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지 약 6년만의 성과였다.
사실 인수 직후 대한전선은 자본잠식에 빠져 상장폐기 위기까지 몰렸었다. IMM PE는 곧장 집행임원체제를 도입해 경영진 전원을 교체하는 변화를 감행했을 뿐 아니라 비핵심 자산과 부실법인을 정리하고 우발채무를 감축하는 등 재무 건전화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노력은 머지 않아 열매를 맺었다. 대한전선은 2016년부터 해외에서 대규모 초고압케이블 전력망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확실한 체질 개선을 이뤘다. IMM PE는 인수 약 6년 만에 최종 인수자로 호반산업을 낙점, 특수목적법인(SPC) 니케를 통해 보유한 대한전선 지분 40%를 약 2000억 후반대에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새 주인인 호반산업을 맞이할 당시 대한전선의 영업이익은 약 566억원이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실적이었다.
IMM PE는 비슷한 시기 W컨셉을 신세계그룹 SSG닷컴(쓱닷컴)에 매각하는 성과도 올렸다. IMM PE는 첫번째 조단위 펀드로 조성된 로즈골드3호를 활용해 2018년 W컨셉을 인수했다. 이후 전문 경영진 교체와 IT시스템과 물류, 사입조직 정비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꾸준히 키웠다. 그 결과 W컨셉의 총거래액(GMV)은 2017년 900억원에서 2020년 235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때 마침 쓱닷컴을 중심으로 온라인 부문 경쟁력을 키우고 있던 신세계그룹이 바라본 W컨셉은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IMM PE는 2018년 800억원에 인수한 W컨셉 경영권 지분을 3년여 만에 약 2000억원가량에 매각하는데 성공, 약 2.3배(머니멀티플)의 수익을 거뒀다. 내부수익률(IRR)도 약 30%로 매우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IMM PE는 올해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지분 매각을 끝으로 첫 번째 블라인드펀드인 로즈골드1호를 완전히 청산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인 DICC는 IMM PE를 포함한 FI 컨소시엄이 2011년 3800억원을 들여 투자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애초 약속한 대로 기업공개(IPO)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오랜 기간 법정 공방을 벌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IMM PE·하나금융투자PE 등 FI 컨소시엄은 올 하반기 DICC 지분 약 20%를 약 3050억원에 매각하는데 최종 합의했다. 인수금융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550억원에 불과했다.
DICC의 원금 대비 회수율은 약 20%로, IRR을 크게 끌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처음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의 청산이라는 점에서 하우스 내부적으로는 의미가 상당했다. 또 투자자의 손실을 막기 위해 대기업과 오랜 기간 소송을 벌이며 최선을 다했다는 점과 추가적인 손실과 불확실성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트랙레코드로 평가됐다.
◇로봇·펫커머스부터 가구업체 한샘까지…고른 투자 '눈길'
IMM PE의 올해 첫 딜은 의외의 분야에서 나왔다. 7월 전략적투자자(SI)인 GS홈쇼핑과 공동으로 투자한 펫커머스 기업 펫프렌즈가 그 주인공이었다. 투자 규모는 약 1500억원으로 IMM PE는 해당 투자로 펫프렌즈 지분 약 65%를 취득했다. 펫프렌즈는 2016년 위치기반 O2O서비스로 시작해 사료, 간식, 용품 등을 판매하는 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IMM PE는 펫프렌즈를 반려동물과 관련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담은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올해 3조8000억원 규모에서 향후 5년내 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 윤현신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이한 펫프렌즈는 데이터에 기반한 PB(private brand goods)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등 밸류업에 힘쓰고 있다.
IMM PE는 올해 ICS를 통해 사모 크레딧펀드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기존 바이아웃 중심의 펀드에서 벗어나 투자 전략 다변화를 위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도였다. ICS는 소수지분이나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에 투자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주로 대기업과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두 번째 딜은 IMM ICS에서 탄생했다. 8월 국내외 투자자들이 각축전을 벌인 가운데 IMM ICS가 SK이노베이션의 SK루브리컨츠 소수지분 인수전의 최종 주인으로 낙점돼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총 1조1195억원에 인수했다. IMM PE가 크레딧 전문 투자를 위해 설립한 전문 법인인 IMM ICS는 첫 딜로 조단위 프리IPO에 참여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됐다.
IMM ICS는 올해 엘앤에프, 대주전자재료 등 2차 전지 업체들에도 잇달아 투자를 성사시켰다. 4월 말 앵커 출자자 LG화학으로부터 1500억원을 확보해 최종 5000억원 규모로 클로징한 블라인드펀드 'KBE(Korea Battery&ESG)'를 활용한 투자였다. 이 펀드는 최근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드론 및 도심 항공 교통(UAM)의 수요가 증가 중인 2차 전지에 전문으로 투자하기 위해 결성됐다.
한샘 M&A는 올 한해 IMM PE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한샘은 2017년 당시 조창걸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줄곧 잠재 매물로 인식됐으나 번번히 결렬됐다. 조단위 몸값을 감당해야 했을 뿐 아니라 나날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구 및 인테리어 시장에 아무나 뛰어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IMM PE는 7월 경영권을 포함한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LX하우시스,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KCC 등이 최종 경합을 벌인 끝에 롯데쇼핑을 SI로 맞이했다. 10월 최종 인수가 약 1조44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지분 약 37.7%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IMM PE는 한샘에 집행임원제를 도입, 최근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경영진을 꾸렸다. 이해준 IMM PE 투자부문 대표, 송인준 IMM PE 대표, 김정균 전무, 박진우 이사 등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속속 합류했다. IMM PE는 한샘을 단순히 인테리어나 가구·건자재 사업이 아닌 '공간'이란 주제를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기업으로 보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SI와 협업, 볼트온(Bolt-on)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다.
IMM PE의 올해 마지막 딜은 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가 꿰찼다. IMM PE는 이달 베어로보틱스에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SPA를 체결했다. IMM PE에 새롭게 합류한 윤홍열 상무를 필두로 국내 로봇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결단이었다. IMM PE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VC와 PE 투자 중간 단계인 그로스캐피탈 투자 뿐 아니라 테크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모색해나갈 전망이다.
또한 IMM PE는 올해 투자회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담 법인 IMM오퍼레이션즈그룹을 새롭게 꾸리며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한층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상 올해 투자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서 내년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 중반대의 다섯번째 블라인드펀드인 로즈골드5호 조성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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