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15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서 재미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험을 했다. 포장용 일회용컵 대신 플라스틱 재사용컵을 주고 1000원을 더 받았다. 컵을 반납하면 되돌려받을 수 있다. 부끄럽게도 나는 발길이 뜸해졌다. 말로는 ESG에 동참하겠다 했지만 막상 다시 가서 컵을 반납하기가 번거로웠다. 커피값이 1000원 더 오르고 버리기 까다로운 컵만 남은 느낌이었다. 다른 카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대기업과 협력사 간 ESG비용 문제도 이런 형국이지 않을까. 삼성디스플레이, 포스코케미칼,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대기업이 협력사의 ESG경영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이 1차 벤더는 물론 2차 벤더까지 실태를 관리하라고 요구해서다. 이밖에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데 말맞춰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한 기업신용조회사의 대표는 “아직까지야 주요 협력사의 ESG경영 실태를 진단해 협력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그러나 앞으로 3~4년이 지나면 ESG경영이 필수 요건이 되면서 새로운 허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ESG인증평가 비용은 대기업이 물고 있다. 한 회사당 60~150만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ESG채권 평가 등에 비하면 저렴하다. 또 아직까진 대기업이 대신 내주고 있지만 머잖아 중소협력사가 물어야 할 필수 비용이 될 터다. 이 검사는 시작일 뿐이다.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컨설팅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물론 당연히 추가비용을 물어야 한다.
ESG경영을 위해 각종 체계도 바꿔야 한다. 예컨대 건설사의 경우 지역 별로 현장을 유동적으로 운영하기에 고용형태와 임금 수준이 매우 자유로운 편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저비용 고효율에 최적화한 구조다. 그러나 협력사를 향한 ESG경영이 본격화하면 인력운영 구조도 바뀔 수밖에 없다. 고비용 고효율 체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비용을 누가 낼 것이냐다. 아무리 글로벌 고객사가 ESG경영을 강조한다고 해도 막상 제품 단가가 오르면 거래관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기업 계열사는 주주와 관계사 등 눈치를 볼 곳이 많다. 협력사로서도 지금처럼 ‘단가 후려치기’ 등이 공공연히 만연한 상황에서 ESG경영을 제대로, 잘 운영할 여력이 크지 않다.
모두가 ESG를 구호처럼 외치지만 막상 비용의 문제가 되니 눈치만 보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당국이 중소기업의 ESG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지원은 한계가 있다. 다가오는 '그린 인플레이션' 앞에 모두가 골머리를 앓는다.
사실 스타벅스의 방침 이전에도 ESG 답안은 있었다. 텀블러다. 반납이나 추가비용을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 텀블러처럼 모두가 조금씩만 불편해지는 답은 없을까. ESG라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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