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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후계자'를 고민해야 한다

민경문 제약바이오 부장공개 2022-03-17 11:19:35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6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전 한 코스닥 바이오텍 창업주이자 대표이사가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런 사고였다. 회사 측은 CEO 별세에 따른 경영관리 위험은 없다고 했다. 연구역량의 연속성도 꾸준히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해본다. 국내 바이오텍들은 갑작스런 창업주 또는 대표이사 부재 시에 제대로 된 '플랜B'를 갖고 있을까. 일반적인 2세 승계 이후에도 기존 밸류에이션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제약사는 이미 2,3세 승계까지 이뤄진 경우가 많이 있다. 갖춰진 영업망을 통한 의약품 판매로 일정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다. 자녀가 경영권을 이어가더라도 (크게 사고를 치지 않는 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신약개발사 등 바이오텍은 다르다. 상당수가 투자금으로 R&D 비용을 충당할 뿐 매출, 영업이익 등 버는 돈은 미미하다. 꾸준하지도 않다. 결국 밸류에이션은 창업주를 비롯한 일부 경영진 역량(특히 R&D)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상장 이후 잦은 조달로 창업주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시장에서 바이오텍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으로 오너 입장에선 나이가 많아도 섣불리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기기가 부담스럽다.

국내 상장 바이오업체 가운데 창업주가 자발적으로 경영권을 내려놓은 사례는 셀트리온그룹 정도에 그친다. (외형상으로는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정진 창업주가 회장직을 사임한 이후 지난 1년간 셀트리온 계열사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 전 회장을 포함해 국내 1세대 상장 바이오텍 창업주 나이는 이제 60~70세를 지나고 있다. 그리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M&A를 단행하거나 신약 성공으로 흑자기업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거버넌스'에 대한 창업주의 고민은 이어지기 마련이다.

오너가 아닌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구축하거나 창업주가 전문경영인을 양성해 둘 필요가 있다. 일반 기업처럼 2세 상속에만 의존하는 바이오텍은 투자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된 '후계자' 또는 '후계 시스템'을 보유했는지 여부가 결국 바이오텍의 장기적인 밸류에이션 척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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