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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중견그룹]'은둔의 경영자' 김근수 회장, 후성 주식 대량 매도 '왜'①2020년 처·자녀·손자 2020년 주요 계열사 첫 지분 매입, 오너 2~3세 승계 ‘종잣돈’?

박상희 기자공개 2022-03-24 08:21:04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6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후성그룹은 계열사 총매출액이 1조원을 웃도는 중견그룹이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창업주 김근수 회장(사진)은 2012년 대표 계열사인 한국내화와 후성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그 자리를 아들 김용민 총괄부회장에게 물려줬다. 올해는 김 회장이 CEO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최근 후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최대주주 지분 변동이 잦아지고 있다. 김 회장은 보유 주식을 매도하고 부인과 두 딸, 그리고 손주가 주식을 매수하는 '투 트랙' 행보가 두드러진다. 주요 계열사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한 김용민 총괄부회장의 지분 변동은 없다.

특히 김 회장은 2차전지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많이 오른 후성 주식을 일부 처분하면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손에 쥐었다. 이 자금이 승계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주목된다.

◇현대그룹 방계 후성그룹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성장

후성그룹은 현대그룹 방계로 분류된다. 후성그룹을 세운 김근수 회장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외조카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유일한 여동생이었던 고 정희영 여사와 고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 사이에서 1948년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캘리포니아 주립대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형인 김윤수 회장이 부친이 세운 한국프랜지공업을 물려받은 것과 달리 김 회장은 후성그룹을 창업하는 길을 택했다. 김 회장의 호인 '후성(厚成)'을 따서 그룹명을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후성그룹은 1973년 설립한 내화물 전문기업 한국내화(전 한국특수내화공업사)를 모태로 하며 1983년 현대중공업 화공사업부인 울산화학(현 후성)을 인수하고, 1988년 석수화학을 설립했다. 이후 30여년 동안 화학, 자동차, 방산, 건설, 시스템 등 기초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사세를 키우면서 다른 기업을 M&A 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를 늘려왔다.

후성그룹은 현재 상장사 3개, 비상장사 21개를 비롯한 24개 계열사로 구성된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계열사는 기초소재, 내화물, 자동차 부품, 냉매, 방위산업 등 주요 산업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는 후방산업체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후성그룹의 연간 총매출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 지난해 후성 3812억원(잠정), 한국내화 2717억원(잠정), 퍼스텍 1367억원 등 3개 상장 계열사 매출액만 7896억원으로 8000억원에 육박한다.


◇김근수 회장 고점 매도, 오너 2~3세 저점 매수 '전략'…지분 승계 효과

김 회장은 2012년 후성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한국내화와 후성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외아들인 김용민 부사장이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며 2세 경영 체제를 본격 가동시켰다. 김 회장이 주요 계열사 최대주주와 2대주주로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온전히 경영권(지분) 승계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맞물려 주목되는 것이 2020년부터 본격화 된 후성그룹 계열사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의 지분 매입 및 매각 행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의 부인 허경 씨와 두 자녀 김나연·주연 씨는 2020년 1월 처음으로 퍼스텍 지분을 매입했다. 이전까지 퍼스텍 지분을 보유한 오너일가는 김 회장(26.55%)과 김용민 총괄부회장(17.83%) 뿐이었다. 2021년 9월말 기준으로 허경(0.41%), 김나연(0.16%), 김주연(0.52%), 손영익(0.07%) 등을 포함해 지분을 보유한 오너일가가 2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행보는 후성에서도 두드러진다. 2020년 3월 김 회장의 손자이자 김용민 총괄부회장의 아들인 김호중 씨가 처음으로 후성 지분 취득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호중 씨가 보유한 후성 지분율은 0.05%다. 허경씨도 2020년 3월 처음으로 후성 지분 취득을 시작해 현재 지분 0.01%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해당 주식을 취득한 단가는 1주당 5000~6000원대 수준이다.

김 회장은 주식을 취득한 이들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보유 중인 후성 주식 가운데 총 257만9532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와 장내거래를 통해 매도했다. 처분가는 1주당 2만3000~2만5000원 수준으로 600억~7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매도로 김 회장의 후성 지분율은 기존 15.41%에서 12.59%로 약 2.82%포인트 하락했다.

김 회장이 후성 주식을 처분한 단가는 2020년 부인과 손자가 주식을 매입한 단가의 4~5배에 달한다. 후성은 2차전지 4대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의 첨가제 육불화인산리튬(LiPF6)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수출하는 회사다. 전 세계 LiPF6 수출량의 65%를 차지하는 중국이 전력난과 물류난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사이익 효과가 주가가 크게 뛰었다. 김 회장은 때를 놓치지 않고 주식을 처분해 상당한 시세차익 효과를 봤다.

후성그룹의 오너일가는 계열사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주식 매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계열사 주가가 고점일 때 지분을 매도하고, 오너 2~3세는 주가가 고점 대비 하락했을 때 저가매수하는 전략이다. 김 회장이 후성 지분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이 오너 2~3세가 시장에서 지분을 매수하는데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막대한 상속세나 증여세를 절감하면서 실질적으로 지분을 승계 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편 김용민 총괄부회장은 이같은 후성그룹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이나 매수 전략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김 총괄부회장은 이미 후성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그밖의 계열사에서도 김 회장의 뒤를 이은 2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의 지분 승계가 김 총괄부회장을 제외한 처와 자녀, 그리고 손자에 집중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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