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삼성 꿈에 '한발짝'…시스템LSI와 손잡는 MX사업부 [삼성 모바일AP 도전기]'갤럭시특화' AP개발 TFT에 노태문-박용인 공동리더 유력…제2의 '몽구스' 평가도
손현지 기자공개 2022-05-26 12:59:13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4일 13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가 갤럭시 전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칩셋 개발을 위해 결국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손을 잡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미디어텍 등 글로벌 팹리스와 협력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했지만, 애플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설계와 생산을 일원화시키는 쪽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ARM사로부터 제공받고 있는 CPU코어까지 자체 개발할 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안드로이드 AP, 고질적 난제 '최적화'…설계-생산 '하나로'
24일 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이 프리미엄 갤럭시 전용(S시리즈) AP칩셋 구축을 위해 박용인 삼성전자 사장(시스템LSI사업부)과 협력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MX사업부는 특화AP 개발을 위한 팹리스 파트너사를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 삼성 시스템LSI부와 퀄컴·미디어텍 등을 동일 선상에 놓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디어텍은 '전력효율성' 부문 평가에서 퀄컴(스냅드래곤)과 삼성(엑시노스)를 제친 팹리스계 신흥 강자로 꼽혔던 만큼 시스템LSI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MX사업부는 고심 끝에 시스템LSI부와 협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스템LSI부도 기존 '범용성'을 중시하는 AP설계 방식이 아닌 갤럭시에 '특화'된 설계에 힘을 싣기로 했다. 연내 AP개발 태스크포스(TFT) 구축을 목표로 노태문-박용인 두 사장이 공동으로 리더를 맡는 방식이 유력하다. 2025년 출시를 목표로 2023년, 2024년에는 갤럭시 탑재용 AP를 내놓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추후 전략 변경 가능성은 남아있다.

삼성 내부적으로 팹리스(설계) 역할을 하는 시스템LSI부와 스마트폰을 양산하는 MX사업부가 각자도생해 왔다. MX사업부는 시스템LSI부의 '엑시노스(AP)' 설계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엑시노스나 퀄컴 '스냅드래곤' 등 시중에 나온 AP칩 중에서 매년 기기 성능, 단가를 고려해 구매만 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갤럭시 기기에 AP를 최적화시키는 과정에서 잡음이 자주 발생했다. 엑시노스나 스냅드래곤 등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만든 칩은 모두 '범용성'이 강조된 나머지 기기별 맞춤 최적화가 쉽지 않은 편이다.
갤럭시S21에 이어 S22기기에 AP 최적화 과정에서도 일부 발열 가능성이 감지됐고, 최근 MX사업부가 'GOS' 카드를 꺼내들게 된 배경이다. GOS란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때 발열이나 과도한 전력 소모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 상태를 최적화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노 사장은 지난 3월 '특화AP' 구축이란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당시 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커스터마이징된(갤럭시) AP 개발을 고민해보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태스크포스(TFT) 추진에 속도를 내왔다.
갤럭시 프리미엄에 특화된 AP를 만들겠다는 건 기기 최적화 논란을 잠재울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평가된다. 생산과 설계가 일원화 될 경우 AP 최적화에 용이할 뿐 아니라 제품 간 운영체제(OS)나 소프트웨어의 호환이 매끄럽다.
대표적으로 미국 애플사가 AP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까지 함으로써 최적화 논란에서 벗어나 있다. 과거 삼성전자에 AP설계를 맡기다가 2011년(아이폰4S 출시)부터 자체 AP설계에 돌입해 애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 역시 자사 제품을 위해 맞춤형 AP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이 갤럭시 전용 AP를 만들 경우 '생태계 구축'에 한발 다가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모든 기기를 하나로 묶는 '원삼성'을 지향하고 있다. 그 중심에 갤럭시가 있는 만큼 갤럭시 전용AP를 통한 기기 성능 개선은 절실하다.

이번 TFT를 계기로 삼성이 ARM으로부터 독립할 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 시스템LSI부는 AP(엑시노스)에서 가장 중요한 'CPU코어'를 ARM사 제품을 사용한다. 애플처럼 자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 CPU가 엑시노스 기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자체 CPU 제작으로 ARM 의존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AP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
과거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삼성 무선사업부는 '몽구스'란 이름의 자체 AP코어 조직을 구축한 바 있다. 미국 반도체 연구법인 등에서 개발자 300여명가 모였지만, 2019년 해체됐다. 이번에 추진하는 갤럭시AP TFT에도 1000여명에 달하는 개발 인력들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자체 CPU개발이 재추진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가능성이 크진 않다. CPU를 개발한다 해도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현재 CPU와 연동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은 ARM 아키텍처와 인텔의 X86 아키텍처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애플 포함 대부분 팹리스사들이 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AP를 설계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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