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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체제' 현대重그룹, 5년전 없던 중장기 투자 [투자에서 길을 찾다]⑩文정부 출범 땐 발표 안해, 사업 구조조정 여파...올해는 10대 그룹으로서 동참

김서영 기자공개 2022-05-30 13:44:46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주요 그룹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많아진 투자 규모와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친기업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어보인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당연한 움직임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명운이 걸린 투자 계획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7일 13: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오너 3세 정기선 사장 체제에 들어 처음 내놓은 대규모 투자다. 5년간 2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대중공업그룹이 5년이란 긴 호흡에 걸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힌 데는 최근 재계의 잇따른 투자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보름 만에 삼성, SK, 현대자동차그룹, LG, 롯데, 한화 등 대기업 집단에서 4~5년에 걸친 100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이 쏟아져 나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6일 그룹 미래를 책임질 분야로 '친환경 전환(Energy Transformation)'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낙점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 경쟁력 강화 12조원 △친환경 연구개발(R&D) 7조원 △디지털 전환 1조원 △제약 및 바이오 1조원 등 모두 21조원이다.
(출처: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방점은 사업 체질 전환에 찍혀 있는 모습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해왔던 중공업 옷을 벗고, 앞으로 50년은 친환경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는 의지다.

스마트야드 구축 및 친환경 선박, 탄소중립, 수소복합에너지 분야 등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율운항 선박, 산업용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방침이다. 판교 글로벌연구센터(GRC)를 중심으로 기술인재를 모으고 5년간 1만여명 채용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에서 대통령 간담회에 맞춰 투자를 준비했다"며 "며칠 새 중장기 투자 계획 발표가 재계 흐름이 되면서 10대 그룹 안에 속하는 현대중공업그룹도 이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는 투자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던 점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1월 삼성그룹을 비롯한 10대 그룹들은 일제히 투자 계획을 내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0대 그룹에 속했으나 재계의 투자 발표에 유일하게 동참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투자 청사진을 제시할 수 없었던 데는 속사정이 있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8년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8조667억원으로 급감했다. 매출액이 24조4723억원을 기록했던 2015년과 비교해 67% 떨어진 수치다. 또 영업손익은 3년 만에 적자 전환한 -3337억원으로 나타났다.

장기 불황으로 수익성이 크게 뒷걸음질쳤다. 2017년 해양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낮은 선가로 수주한 선박의 건조가 본격화된 탓이다. 이에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일감이 부족한 해양플랜트 사업부 조직을 대폭 슬림화하는 한편, 보일러 부문을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으로 분리해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또 특수선 부문을 분할해 특수선 사업에 특화된 경영 및 조직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됐다.

재무구조 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무차입경영을 실현했다. 그룹 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순차입금을 모두 상환하고도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듬해 새로운 경영 방침을 발표해 흑자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다.

바람대로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290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에도 영업이익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별도 기준 영업손익이 -1조3848억원에 이르렀다.

영업손실 상황에도 2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해 눈길이 쏠린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이 십여년 동안 불황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R&D 투자에 고삐를 놓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조선해양은 2020년에는 745억원, 지난해에는 808억원을 R&D 투자에 사용했다. 이번 중장기 투자도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올해 '오너 3세' 경영에 막이 올랐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변화의 중심에는 정 사장이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 그룹 정기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올랐다. 올 1월 '2022 CES'에 참가하며 경영 청사진은 이미 공개했고, 이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실행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친환경·디지털 대전환은 그룹 미래를 위한 핵심 목표"라며 "핵심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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