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리스크, 상사는 지금]'탈철강' 나선 SK네트웍스, 화학 중심 재편⑤작년 말 마지막으로 철강 중단…사업 안정화 집중
김동현 기자공개 2022-07-14 07:44:51
[편집자주]
종합상사는 사업 지역이 전세계인 만큼 글로벌 환경에 민감하다.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문제가 글로벌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질수록 상사업계도 이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대응책을 수립한다. 올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제 경기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사업계의 상황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2일 08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종합상사는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 부문에서 빛을 발하며 재평가받았다. 세계적인 수급난 속에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공급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도 따라왔다.그러나 '탈철강'을 선언한 SK네트웍스는 이러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사업형 투자회사로 회사 정체성을 전환하는 가운데 글로벌(상사 부문)의 한축이던 철강을 떼내고 화학 중심의 트레이딩 사업을 안정화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SK네트웍스 글로벌, 화학 중심 재편
SK네트웍스는 지난해 7월 이사회를 열고 '트레이딩 사업 재편의 건'을 의결했다. 화학과 철강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트레이딩 사업 중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이 사업종료 예정일이었지만, SK네트웍스는 지난해 4분기 5만5000톤 규모의 트레이딩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올 1분기부터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중단했다.
SK네트웍스 글로벌의 철강 트레이딩은 매년 1조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사업 중 하나였다. 최근 5년 동안 철강 제품·상품의 국내외 무역으로 벌어들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2017년 17.1% △2018년 18.6% △2019년 16.8% △2020년 11.3% 등이었다. 철강 트레이딩 사업 철수를 결정한 2021년에도 철강 사업은 전체 매출의 12.0% 비중을 차지하며 1조3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럼에도 SK네트웍스가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중단한 배경에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에 있다. SK네트웍스는 상사 부문인 글로벌을 비롯해 SK매직(렌탈·가전), 카라이프(렌터카·경정비), 정보통신(휴대폰 및 ICT 디바이스 유통), 워커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기존 정보통신·상사 중심의 사업군에서 벗어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소비재·렌탈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지난 2016년 동양매직(현 SK매직) 인수를 시작으로 AJ렌터카(현 SK렌터카) 통합, 플랫폼 기업 투자 등 미래 신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냈다.
제조사 제품을 트레이딩하는 상사업 본업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 부호도 따라왔다. 제조사들이 자체 수출·입으로 트레이딩을 대체하는 가운데 업계 전반의 위축이 SK네트웍스의 철강 트레이딩 축소로까지 이어졌다.
◇우크라·러시아 사태로 원자재 가격 상승...탈철강 아쉬움
SK네트웍스가 사업 재편을 위해 철강 트레이딩을 중단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이러한 결정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철강 원자재 수급난·가격 상승이 따라오며 상사업계 전반이 그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초 톤당 120달러대던 철광석 가격은 러시아 사태 이후인 3~4월에 159달러대 수준까지 치솟았다. 2분기인 6월까지 130달러대를 오가던 철광석 가격은 7월 들어 110달러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SK네트웍스는 철강 트레이딩 중단이 글로벌 부문 실적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철강 트레이딩을 줄이며 화학 트레이딩 중심으로 글로벌 부문을 재편했다는 것이다.
최근 3년 사이 SK네트웍스 전체 매출 비중에서 화학 트레이딩 사업과 철강 트레이딩 사업의 비중은 큰 차이가 없었다. △2019년 화학 15.6%·철강 16.8% △2020년 화학 11.7%·철강 11.3% △2021년 화학 12.1%·철강 12.0%로 대동소이했다.

다만 2017년 1분기 58만9000톤의 판매량을 기록한 철강 사업은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해 4분기 5만5000톤을 마지막으로 사업을 중단했다. 반면 화학 트레이딩의 경우 지난해 분기 기준 30만톤대 수준이던 판매량을 올 1분기 42만8000톤까지 끌어올렸다.
올 1분기 SK네트웍스 글로벌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049억원과 7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철강 트레이딩 사업이 빠진 만큼 사실상 올 1분기 글로벌 부문 실적이 화학 트레이딩 사업의 실적이라 할 수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철강 트레이딩 중단 전후로 실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트레이딩 수익은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 글로벌의 화학·소재 트레이딩 사업은 파라자일렌(PX)·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등 화학섬유 제품과 벤젠·폴리우레탄(PU) 원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철강 트레이딩을 중단한 SK네트웍스 글로벌은 이러한 화학·소재 트레이딩을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아시아·북남미·독일 등 8개의 SK네트웍스 무역 법인 중 매출을 내는 곳은 중국·홍콩·일본·말레이시아 법인 정도다. 회사는 기존 아시아 거래처를 중심으로 화학 트레이딩 사업을 상향 안정화한 후 배터리·반도체 등 신소재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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