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27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스뱅크엔 틀이 없다. 이는 홍민택 대표의 첫 기자간담회 의상에서부터 드러난다. 면 소재의 하늘색 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다. 홍 대표는 이 의상을 고르기 위해 주말 내내 아내와 함께 백화점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은행원은 빳빳이 다려진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다.토스뱅크의 틀 깨기는 하나 더 있다. 바로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다. KPI는 일종의 채점표로, 은행원은 이 기준에 따라 실적 점수가 매겨진다. 실적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는 만큼 은행원들은 KPI에 목을 맬수 밖에 없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직원에 대한 채점표를 만들지 않는다. 고로 성적표도 없다.
대신 토스뱅크는 6개월에 한 번씩 '얼라인먼트 데이(Alignment day)'라는 시간을 가진다. 토스의 전 계열사 임직원이 한데 모여 자신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며 다음 반기의 방향성을 정한다. 임직원에 대한 평가가 없다 보니 현장엔 긴장감도 없다. 시원한 맥주만 양껏 제공될 뿐이다. 축제와 같은 분위기다.
홍 대표가 틀을 깨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혁신'을 위해서다. 홍 대표는 틀에 갇혀있으면 혁신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정형화된 틀을 만들면 직원들은 그에 맞는 답만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토스뱅크 본사에서 만난 한 직원은 "KPI가 있으면 실적 점수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만 일하기 쉽다"며 "KPI가 없으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객에만 집중하며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틀 깨기가 통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일까. 토스뱅크는 금융권 역사상 이례적인 속도로 고속성장 중이다. 출범한 지 약 9개월 만에 벌써 36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여신 잔액도 6월 말 기준 4조 원을 돌파했다. 토스뱅크는 내부적으로 성공의 원인을 KPI 부재로 꼽고 있다. 개인의 실적 보다는 고객의 편의성만을 중심으로 두고 상품을 개발한 게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을 "No rules(규칙 없음)"로 내세운다고 한다. 혁신의 성패가 틀을 벗어나는 데 있다는 의미다. 이는 홍 대표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토스뱅크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재무개선' AJ네트웍스, 조달비용 '확' 낮췄다
- '9년만에 엑시트' 한앤코, 한온시스템 거래구조 살펴보니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인수한다
- [수술대 오른 커넥트웨이브]2대주주 지분매입 나선 MBK, 주식교환 카드 꺼냈다
- [이사회 모니터]이재용 에이비프로바이오 대표, 바이오·반도체 신사업 '드라이브'
- 와이투솔루션, 주인 바뀌어도 '신약' 중심엔 美 합작사 '룩사'
- 아이티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본격 출범
- 아이에스시, AI·데이터센터 수주 증가에 '날개'
- [이사회 모니터]서정학 IBK증권 대표, ESG위원회도 참여 '영향력 확대'
- SW클라우드 '10주년' 폴라리스오피스, “초격차 밸류업”
박서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공기업 재무 점검]기지개 킨 인천국제공항, 4단계 사업 '차입부담' 여전
- [Board Index/네이버]'배당' 정조준 네이버 TSR '플러스' 전환 성공
- [비상장사 재무분석]메가박스중앙, 단기차입 한도 확대…현금부족 압력 대응
- [Board Index/네이버]사외이사 정보제공 '정조준'…교육도 대폭 늘려
- [Board Index/네이버]발빠른 인권경영실 '신설'…현황 공개는 미흡
- [Board Index/네이버]이사회 전문분야 BSM 통해 구글과 비교해보니
- [Board Index/네이버]5년간 표결 166건…반대·보완·수정 의견 '4%'
- [Board Index/네이버]사외이사, '상여' 없이 고정보수만 지급하는 이유는
- [Board Index/네이버]김남선 CFO 계열사 겸직이 보여주는 '중앙집권화'
- [Board Index/네이버]벤처1세대·기타비상무이사에 맡긴 이사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