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아쉬운 초기 대응 '굿즈 논란' 키웠나 [스타벅스는 지금]②경영진 판단 미흡 지적, '포름알데히드' 검출 여부 매몰 이슈 번져
이효범 기자공개 2022-08-24 07:50:45
[편집자주]
국내 커피시장 고객들을 열광시켰던 스타벅스 '굿즈'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암물질 검출 의혹으로 고객과 공고했던 관계에 균열이 생기자 20년 넘게 쌓아온 브랜드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그 상흔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오늘 스타벅스가 직면한 위기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보고 현주소를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2일 10: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이토록 흔들린 적이 있었을까. 1999년 국내에서 1호점을 개점한 이후 된장녀 논란, 종이빨대 냄새 문제 등 20년 넘는 시간 동안 숱한 고객 관련 이슈가 있었지만 최근 포름알데히드 검출 논란과 같은 위기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겉으로 보자면 '굿즈'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악취와 발암물질 검출이라는 민감한 단어들이 융합되면서 논란을 키운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SCK컴퍼니가 이번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경영진의 미흡한 초기 대응이 이번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포름알데히드' 검출' 서머 캐리백, 왜 논란 중심에 섰나
올해 7월초 한 블로그에서 스타벅스 굿즈 중 하나인 서머 캐리백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름알데히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이다. 결과적으로 서머 캐리백의 포름알데히드 검출은 사실로 드러났고 SCK컴퍼니는 지난 11일 공식적인 리콜 작업에 돌입했다.
리콜 대상은 사은품으로 제공된 106만2910개와 계열사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된 1만6200개 등 총 107만9110개다. 업계에서는 이번 리콜로 인해 SCK컴퍼니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400억~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1년 연간 순이익 2054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이다.
국내에서 포름알데히드 검출 제품이 유통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올들어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 될 수 있는 멜라민 컵, 일본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샴푸 등의 국내 판매를 차단하는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상품들은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의 포름알데히드 검출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좀더 기간을 넓혀보면 2019년에는 국내 테마파크에서 판매하는 아동용 섬유제품에서도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기도 했다. 당시 법적인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2017년 국내에 유통된 향초에서도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기는 했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지만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가정용 섬유제품에 대한 포름알데히드 기준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에 의해, 인체에 직간접적 접촉 여부 또는 지속적 접촉 정도에 따라서 정해진다. 내의류 및 중의류의 경우 75mg/kg 이하를, 외의류 및 침구류의 경우에는 300mg/kg 이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스타벅스의 서머 캐리백은 직접 착용하지 않는 가방, 쿠션, 방석 또는 커튼과 함께 '기타 제품류'로 분류돼 유해물질 안전요건 대상 제품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게 SCK컴퍼니 측 설명이다. 이처럼 법적 기준에서보면 보면 멜라닌컵이나 샴푸 등이 소비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더욱 크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에 더욱 큰 위험성 혹은 경각심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문제제기 후 공식 사과문까지 약 1개월…초기 대응 늦어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굿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상당히 높다. SCK컴퍼니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20년 넘게 펼쳐온 마케팅 전략이 잘 먹혔다는 얘기다. 사실 서머 캐리백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는 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큰 것은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이번 논란을 키운 건 SCK컴퍼니의 대응 전략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SCK컴퍼니는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서머 캐리백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 논란의 발화점이라고 볼 수 있는 '이취(이상한 냄새)' 때문이었다.
앞서 지난 5월 서머 캐리백에서 오징어 냄새와 비슷한 악취가 난다는 글들이 온라인 상에 퍼졌다. SCK컴퍼니는 5월말 경 이취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 제조사 측의 확인을 받았다. 당시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확인했고 여기에 포름알데히드 검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다만 염료 항목에 포함된 내용으로 법적으로도 기준이 없었던 만큼 SCK컴퍼니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포름알데히드 검출 논란이 불거진 지난 7월 SCK컴퍼니가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도 온라인 상으로 제기된 포름알데히드 검출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제조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 3곳의 테스트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시험을 진행한 것을 확인했다. 테스트 결과의 교차 확인을 위해 추가 샘플을 수집해 지난달 22일에 국가 공인 기관에 직접 검사를 의뢰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논란이 시작되고 스타벅스가 교차 확인을 위해 검사를 의뢰한게 7월 22일이었다. 검사 기간을 거쳐 공식적인 사과문을 낸게 7월 28일이었다. 이취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7월초에 시작된 논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까지 거의 한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는 신중함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 사이에 고객들의 불신과 오해를 키웠다. 포름알데히드 검출 사실을 숨기는게 아니냐는 오해 뿐만 아니라,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해온 스타벅스가 초심을 잃은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나아가 SCK컴퍼니 경영진의 실책이 작용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신세계그룹 내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룹 내에서는 "이번 논란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초기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SCK컴퍼니가 포름알데히드 검출 여부와 법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다 논란이 커졌다는 시각이다. 결국 경영진이 이번 이슈와 관련해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를 잘 읽지 못한게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SCK컴퍼니는 지난달 28일 배포한 고객 사과문을 통해 "포름알데히드가 가방류에는 다른 의류나 침구류와는 달리 안전 요건 적용 사항이 아님을 인지 후 시험 결과 수치의 의미를 파악하고 교차 검증하는 과정속에서 당사의 모습이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벤트를 강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더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