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30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꼭꼭 숨은 CFO들 때문에 조바심이 난 기자에게 현직이냐 전직이냐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전직이면 어쩌랴, 직접 만나 과거 CFO였을 때 속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이런 심정으로 며칠 전 김성호 작가의 집필실이 있는 성수동을 찾았다.2021년 초 퇴임한 김 작가는 이랜드에서 유럽법인 CFO와 CEO를 지냈다. CFO 출신으로는 보기 드물게 CEO까지 오른 인물. 여러 외국계 기업에서 일한 시간까지 포함해 30년 넘는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재무 부문에서 일했다. CFO는 재무 라인에서 쭉 성장한 부류와 기획 등 여러 부서를 두루 경험한 부류로 나뉘는데 그는 전자인 '정통파'다.
자신을 찾는 기업이 여전히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로 전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혹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에서 도움을 달라며 찾아오긴 합니다. 하지만 퇴임할 때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이젠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 작가는 퇴임을 앞둔 무렵부터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펴냈다. 후배들과 기업을 턴어라운드시키기 위해 실제 케이스 스터디한 내용을 담은 '돌파하는 기업들', CFO와 CEO로서 소회를 밝힌 에세이 '나도 나를 믿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초 출간한 '크게 배워 쉽게 쓰는 재무제표'다.
이러한 정력적인 집필은 자신의 성과에 대한 자부심뿐 아니라 후배 CFO들에 대한 애정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CFO의 넥스트 스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CFO 다음은 CEO"라며 "그게 바람직합니다"라고 힘을 주었다.
CFO 출신 CEO의 성공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재계에선 이원희 전 현대자동차 대표와 권영수 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등이 눈에 띈다. 올해 선임된 최윤호 삼성SDI 대표와 도기욱 넷마블 대표가 어떤 결실을 낼지도 주목할 만한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이 CFO를 CEO에 앉히는 데 다소 주저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를 유럽법인 CEO에 선임할 때 회장님이 그러셨어요. '예전에도 CFO들을 CEO에 앉혀봤는데 만족스럽지 않았어. 사업을 키우지 못하더군.' 사업을 키우려면 현장을 알아야 하는데 CFO 출신들은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우려셨어요"
CFO만큼 조직과 사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C레벨 포지션도 없다. 예산 계획과 이에 기초한 성과 평가, 그리고 투자자와의 소통은 이러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CEO로 성공하기 위해선 일단 CFO로서 성과를 내는 게 순서다. 그다음은?
CFO 업무와 멀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 김 작가는 CFO 때는 90%의 시간을 재무 업무에 쏟았다면 CEO 때는 생산과 현장관리 등 사업에 쏟았다 했다. 이는 믿음직한 후배 CFO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5명의 CFO를 키웠다는 데 자부심을 가졌다. 그럼 CEO를 꿈꾸는 CFO가 해야 할 또 다른 일은 바로 후임자를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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