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을 움직이는 사람들]장성현 부사장, 디지털 항공사 전환 '스페셜리스트'⑥오너 신임 빠르게 얻은 IT 전문가, 마케팅에 뿌린 씨앗도 수확 시기 임박
강용규 기자공개 2022-09-08 07:40:42
[편집자주]
대한항공은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을 향해 가면서 이에 따른 전략 변화가 요구된다. 동시에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인수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경영의 변곡점마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항상 인물이다. 대한항공을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을 더벨이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5일 16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혹은 사업 관리가 복잡한 기업일수록 디지털 전환은 중요한 과제다. 운송업종의 대기업이 여기에 부합한다. 운송하는 사람이나 화물의 관리는 물론이고 운송수단 자체를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경영관리 효율화 과제가 비교적 무거운 편에 속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 경영에 결코 작지 않은 효용성을 가져다준다고 볼 수 있다.장성현 대한항공 마케팅/IT부문 부사장은 IT분야 전문가다. 디지털 전환 성과를 통해 빠르게 부사장에 오르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룹 SI계열사의 사내이사를 함께 지내며 대한항공을 넘어 그룹차원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는 한편으로 젊은 감각을 앞세운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 오너의 디지털 희망 만족시킨 ‘스페셜리스트’
장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1사장·5부사장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항공에서 경력을 시작하지 않았다. 1969년생으로 부사장단 가운데서 가장 젊은 부사장이기도 하다. 미국 존슨앤웨일즈대 경영학과를 나와 세계적 IT기업인 미국 오라클에서 경력을 쌓았다. ERP 개발관리담당, 싱가포르 컨설팅부문장, 한국 앱&클라우드 SaaS영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장 부사장이 대한항공에 입사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뿐만 아니라 선친인 조양호 전 회장까지 임직원들에 클라우드 도입 등 디지털 전환을 통한 업무 효율화를 재촉하던 시기였다. 오라클 출신의 장 부사장은 디지털 전환의 스페셜리스트로 기용됐다. 정보시스템실장 전무B로 일하며 먼저 정보시스템실의 업무를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2018년 11월 장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모든 IT시스템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작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돼 여객사업의 클라우드 이전이 먼저 완료됐는데 이 때부터 조원태 회장이 클라우드화 성과에 크게 만족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장 부사장은 2019년 11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뒤 진행한 첫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입사 2년만에 부사장단으로 합류한 장 부사장을 두고 조 회장의 측근으로 여기는 시선이 퍼지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의 전사 업무 클라우드 이전작업은 2021년 9월 화물사업의 클라우드화까지 모두 완료됐다. 이와 함께 장 부사장을 향한 조 회장의 신임도 더욱 깊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장 부사장은 2019년부터 그룹 SI계열사 한진정보통신의 사내이사를 지내고 있다. 올해 5월 임기가 만료됐으나 다시 임기 3년을 부여받아 연임 중이라고 대한항공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장 부사장 주도로 진행된 전사 작업의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업무 효율성 제고는 물론이고 부서간의 협업이나 수평적 업무활동이 더욱 수월해지는 등 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 적극적 ‘이종결합’ 시도, 코로나19 완화로 마케팅 시험대
장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IT부문을 총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CMO(최고마케팅책임자)로서 마케팅부문도 이끌고 있다. 기존 항공사 마케팅이 주로 프로모션에 집중돼 있었다면 장 부사장은 프로모션은 물론이고 다른 업종과의 협업을 적극 모색하는 ‘이종결합’에도 힘을 쏟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네이버가 맺은 업무협약은 장 부사장의 이종결합 마케팅 가운데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업무협약을 통해 대한항공은 여행객이 네이버 아이디로 항공권을 발권할 수 있도록 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는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양사 협력이 더욱 깊어졌다.
2020년 대한항공과 쏘카의 업무협약도 이종결합 마케팅 가운데 하나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여행객이 공항을 나선 뒤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라스트마일’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 이마트와 SSG랜더스 야구단, 대한항공과 대한항공 점보스 배구단의 4자 업무협약을 통해 스포츠마케팅을 강화하기도 했다.
CMO로서 장 부사장의 활동은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9년 말부터 CMO로 일했으나 이듬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마케팅의 주 타겟인 여객사업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들어 코로나19의 엔데믹화(만성 풍토병화)와 함께 여객 수요의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주요 공항의 커퓨(비행 금지시간)는 대부분 해제됐고 입국 전 PCR검사를 입국 뒤 PCR 및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등 해외여행의 편의성도 커지는 추세다.
이에 맞춰 대한항공도 9월 안에 여객 노선을 코로나19 이전의 50% 수준까지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주요 노선은 대부분 복원됐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해외여행 노선도 순차적 복원 중이다. 장 부사장이 뿌린 마케팅 씨앗의 수확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장 부사장은 그동안 항공산업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마케팅 아이템을 발굴하는 ‘아이디어 뱅크’로 평가받는다”며 “타 업종과의 협업을 통한 마케팅으로 신선함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고 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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