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는 지금]양호한 재무건전성, 뒷배에 든든한 서울시 재정 지원②서울시 매년 '3000억' 출자, 부채비율 100%대…공공사업 확대에 재무 약화 가능성
성상우 기자공개 2022-09-16 07:06:21
[편집자주]
SH는 서울 내 대형 개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성장해왔다. 그동안 축적해 온 도시개발 사업 노하우가 지방 공기업 중에서 압도적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부분에서 '부침'이 엿보인다. 10년간 이어졌던 급성장세가 주춤하다. 현 정권에선 주택 공급의 '공공성' 강화 기조가 이어져 수익성 약화가 보다 심화될 우려도 있다. SH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수년째 준수한 재무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적정 수준으로 간주하는 부채비율 200%를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차입금의존도, 이자비용부담 배율 등 레버리지 지표 전반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과거 한때 부채비율이 500%를 넘은 적도 있지만 꾸준한 수익성 개선 노력을 이어 온 결과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다만 대주주인 서울특별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재무 개선이다.
올해 최대 숙제는 이 같은 재무구조를 방어하는 일이다.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경영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만들어온 재무 안정성을 어떻게 지켜낼 지 주목된다.
◇과거 한 때 500% 넘긴 부채비율, 최근 4년간 '180%대' 안정적
지난해 말 기준 SH의 부채비율은 185.3%다. 전년도 192.8%에서 7%포인트 가량을 추가로 내리며 안정성을 다졌다. 부채총계가 17조6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약 1000억원 늘었지만 총 자본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다.
SH의 부채비율은 2017년 이후 줄곧 100%대를 유지해왔다. 소폭 오르내림은 매년 있었지만 180~190%대 범위를 벗어나진 않았다. 정부가 공기업 재정건전성의 적정 기준으로 삼고 있는 부채비율 200%를 최근 5년간 성실하게 준수해 온 셈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산하 공기업들 중 '재무위험기관'을 선정하는 기준치로 부채비율 200%를 제시한 바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SH 역시 고부채에 시달린 적이 있다. 2006년부터 300%대로 급등한 부채비율은 매년 높아져 2009년에 500%를 넘기기도 했다. 이 후로도 한동안 부채비율 300%대를 이어왔다. 200%대로의 진입은 2014년 돼서야 가능했다. 100%대로 떨어뜨리기까진 그 이후로도 3년이 더 걸렸다.
최근 5년간의 재무지표 추이는 상당히 준수하다. 100%대의 안정적인 부채비율뿐만 아니라 20% 안팎 수준의 차입금의존도, 5% 미만의 단기차입금의존도 등 전체 공기업을 통틀어 최상위권 재무구조를 띄고 있다. 창출한 현금으로 연간 총 금융비용을 어느 정도로 감당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EBITDA/총금융비용(배)'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인 99배까지 올라왔다.
재무개선 배경에는 과거 10년간 굵직한 대형 개발 사업들의 성공적 수행도 있었지만 서울시의 재정 지원이 있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매년 1000억~1300억원 수준이다. 배당 등 기타 자본지출 요인이 없다고 가정하면 매년 사업으로부터 거둬들인 이익이 자본계정(이익잉여금)으로 들어가는 규모는 1000억원 초반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본출연금은 매년 3000억원에 육박한다. 2018년에 받은 출연금은 1300억원대 수준이었지만 이후 2019년부터 매년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출연금이 SH의 자본계정으로 유입됐다.
이 기간 SH의 납입자본금 액수는 5조8400억원대에서 7조1200억원대로 늘었다. 장기차입금의 꾸준한 증가로 총 부채가 14조원대에서 17조원대로 늘었음에도 부채비율이 180%대로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올해 들어 부채비율 10%p 급등, 임대주택 등 부채 부담 확대
올해 들어서는 이같은 안정적인 흐름에 약간의 균열이 생겼다. 반년 사이에 부채가 1조원 가까이 급증했는데 자본 증가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말까지 납입자본금이 약 1600억 늘어나는 동안 부채는 1조2000억원 가량이 늘어난 탓이다. 장기차입금 규모가 반년 사이 약 5000억원 늘어난 효과가 컸다.
그동안 부채비율은 185%에서 195%로 한번에 10%포인트 늘었다. 부채비율 안정화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쓴 모양새다. 부채비율 200%가 목전에 있다.
대형 개발 사업 종료로 이익 규모는 줄었는데 임대주택 등 수익성 낮은 사업은 지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재무구조 약화란 점이 주목된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공공성을 확보해야하는 공기업 사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재무구조 약화 순환 주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한기평 등 신평사들 분석에 따르면 SH는 올해 이후 수익성 하방 압력을 보다 크게 받을 전망이다. 임대주택 건설을 중심으로 연간 5조원 이상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어 차입 부담이 지속 증가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시의 출자로 레버리지 비율이 위험 수준까지 치닫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전보다 수익성 방어 및 재무 관리 노력을 보다 촘촘하게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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