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미래전략실'일까 [컨트롤타워, 과거와 미래]①이사회 경영 및 ESG 강화 등 부정적 이미지 극복...위기상황 돌파 주체 필요성 대두
조은아 기자공개 2022-09-26 07:30:51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로 대표되는 컨트롤타워 조직은 그간 적폐 취급을 받아왔다.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수많은 부작용을 낳아왔던 탓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 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 컨트롤타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10:31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옛 미래전략실의 뒤를 이을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지배구조 재편 등 밀려있던 현안들이 대두되면서 이를 진두지휘할 최고의사결정기구의 필요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비단 삼성그룹만의 얘기는 아니다.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다른 그룹들도 순차적으로 컨트롤타워 조직을 없애거나 규모를 줄였다. 그러나 계열사 최고경영진 인사와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왜 다시 컨트롤타워인가?
삼성그룹에서 컨트롤타워 부활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꾸준히 부활 가능성이 떠올랐다 가라앉곤 했다. 그만큼 안팎으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방증이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이를 대체했던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 삼성생명 금융경쟁력강화TF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부활설에 힘을 보탰다. 이들 TF는 그룹 전체의 전략 방향 설정은 물론 계열사별 역할과 현안을 조율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삼성그룹의 미래에 뚜렷한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그 배경으로 컨트롤타워 부재가 언급되기도 한다.
미래전략실은 2017년 온갖 불명예를 떠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컨트롤타워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컨트롤타워가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건 역할 그 자체보다는 부작용의 영향이 컸다. 특히 카리스마를 갖춘 창업주 한 명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시대적 배경이 부작용의 원인이다.
주요 그룹 컨트롤타워의 전신은 대부분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 혹은 참모 조직이다. 이들이 중심이 되면서 컨트롤타워 역시 그룹보다 총수 한 명만을 위해 움직였다. 이들은 개인 재산 은닉이나 편법 승계 등 총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맡으며 신뢰를 쌓았다. IMF 외환위기 등 전사적 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는 더욱 막강해졌고 부작용도 더 커졌다.
지금과 달리 마땅히 견제할 수단도 없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도입되기 전이고 정보 공개 역시 제한적이었다. 주요 기업 총수의 일거수 일투족이 지금처럼 대중 앞에 바로 공개되지도 않았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역시 비서실이 전신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1959년 자신의 참모들을 모아 비서실을 만들었다. 비서실은 재무와 인사 관련 권한을 모두 쥐면서 단숨에 실세 조직으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비서실장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가 됐다.
이후 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핵심 역할은 비슷했다. 소병해, 이학수, 최지성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쟁쟁한 전문경영인들이 조직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컨트롤타워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우선 이사회 중심 경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컨트롤타워에서 나온 판단을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검토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기업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절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자연스럽게 감시의 시선 역시 많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컨트롤타워가 장막 뒤에 존재했지만 앞으로는 모습을 드러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책임있는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슈에 따른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위기 국면, 급격한 환율 변동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를 타개할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는 IMF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별 구조조정이나 투자를 주도하면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며 "위기 상황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선 어느 정도 권한을 갖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 컨트롤타워 현황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주요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10대 그룹을 살펴보면 그룹 차원의 최고경영진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는 SK그룹, 작은 규모의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 지주사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LG그룹 등으로 나눌 수 있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SK그룹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경영인들이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보자는 논의 기구로 출발한 것으로 계열사 업무는 전적으로 계열사의 자율경영에 맡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는 일체 참여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명확한 컨트롤타워는 없지만 유사한 조직은 있다. 바로 현대차 기획조정실이다. 1998년 기아를 인수한 뒤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다만 그룹 규모와 비교했을 때 역할이나 규모는 미미한 편이다.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이미 현대차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다른 그룹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LG그룹은 지주사가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LG는 자체 사업은 하지 않고 자회사 관리만 하는 순수 지주사다. 특히 LG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지주사 체제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2003년 ㈜LG가 지주회사로 출범하면서 주요 계열사 관리, 계열사간 업무 조정 등의 업무가 자연스럽게 지주사로 통합됐다. LG그룹에서 독립한 GS그룹 역시 지주사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정책본부를 해체했다. 현재 롯데지주에서 정책본부가 맡았던 업무를 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기존 컨트롤타워였던 경영기획실을 없앴다. ㈜한화 지원부문이 해당 역할을 이어받았지만 규모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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