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리스크 고조…관건은 부동산 경기" [크레딧 애널 릴레이 인터뷰]①한광열 NH증권 크레딧 애널 "은행·카드사, 추가 충격 없을 듯"
이상원 기자공개 2022-09-27 13:47:18
[편집자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몰고 온 '퍼펙트 스톰'으로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위축되자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경색된 데 이어 크레딧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의 얘기를 더벨이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3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동성이 좋은 곳들은 이익이 줄더라도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PF 관련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한광열 NH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사진)은 최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캐피탈 업계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영업자산 중 부동산금융 대출 비중이 늘어난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결과다.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은행과 카드사의 경우 높은 수준의 고정이하 여신대비 충당금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부실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은행과 카드사가 받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캐피탈 업계, PF자산 건전성 우려…조달 부담까지 확대
최근 몇년간 캐피탈사들이 영업자산 가운데 부동산PF 관련 대출 비중을 늘려왔다. 캐피탈사의 핵심 영업자산이던 할부리스금융 시장을 은행과 카드사가 독식한 결과다. 이에 캐피탈사는 할부리스금융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을 확대하며 부동산금융 비중이 늘렸다.
문제는 부동산PF 대출 자산의 부실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에 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캐피탈사들은 수익성을 개선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올들어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경기가 빠르게 침체됨에 따라 관련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한 연구원은 "PF 대출의 경우 저축은행 사태 이후 은행들의 참여가 크게 줄었다. 그 시장이 캐피탈사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3~4년전만 해도 업계 평균 10%대였던 PF 자산 비중은 20%가 넘어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캐피탈사일수록 부동산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가뜩이나 자금운용 구조나 건전성 지표 등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가운데 작은 규모의 부실도 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연구원은 "지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부동산 PF 자산 부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각 사별로 어느 수준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원이 가능한 유동성 탄탄한 모기업이 없을 경우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관건은 부동산 경기의 회복"이라고 덧붙였다.
외환위기 시절 40~50개 되던 은행 중에서 부실한 곳들은 정리됐다. 이후 카드사태와 저축은행사태를 거치며 업계가 구조적인 변화를 거쳤다. 사실상 캐피탈 업계만 유일하게 남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2023년에는 캐피탈 업계 역시 변화를 피해갈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올들어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경기 둔화, 부채 부담 우려로 채권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더욱이 회사채 대비 여전채의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펀더멘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전채의 약세는 채권이 주요 조달 수단인 캐피탈사들의 조달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채권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금리 인상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방어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캐피탈채의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면서 회사채와의 스프레드 차이는 현재 역대급 고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조달 비용 상승과 자산건전성 등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차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카드사, 추가적인 여파 없을 것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등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 4월부터 대손충당금과 유동성 확보를 은행에게 요구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확보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연구원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충당금도 많이 확보한 만큼 부실이 발생해도 추가적인 충격을 받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고정이하 여신대비 충당금 비율은 팬데믹 이전(100%)에서 현재 약 200%까지 늘려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하반기부터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연구원은 "올 상반기 은행채 발행이 거의 없었다"며 "다만 경기도 둔화되고 있고 자산안정성 리스크도 불거지면서 은행들이 발행을 다소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카드사들의 경우 고정이하 자산대비 충당금 비율이 700~80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카드사태를 겪으면서 몇 년 전부터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은행과 차주의 성격을 비교하면 카드사가 고정이하 여신대비 충당금 비율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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