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동남아 자금조달 핵심으로 거듭나겠다”⑥이성환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 "계열사와 협업 통해 시너지 극대화할 것"
싱가포르=김규희 기자공개 2022-10-13 07:30:32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8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IB 금융 역량은 최고 수준입니다. 기존 은행 IB 영업은 글로벌 대형은행으로부터 신디케이션론 초대를 받아 참여하는 수동적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현지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과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됩니다.”이성환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사진)은 IB 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뉴욕 지점과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 지점에서 모두 근무했다. 2012년 뉴욕에선 책임자로, 2020년 싱가포르에선 관리자 역할을 맡으며 하나은행의 해외 IB금융 영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가장 큰 특징으로 ‘수익성’을 꼽았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시중은행 중 수익성은 단연 으뜸이라는 것이다. 자산규모가 엇비슷하지만 영업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탓에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낼 수 있다.
하나 싱가포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346만달러(약 477억원)로 타 시중은행과 비교해 적게는 50%, 많게는 2배 가량 많다. 총자산이익률(ROA)은 2%를 기록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는 무려 60.63%를 기록했다.
자신감의 바탕은 ‘무역금융’이다. 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 시절부터 싱가포르 지점을 운영해왔다. 현지 시중은행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축적해놓은 영업 노하우가 상당하다. 이에 대부분의 한국계 지상사들이 하나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월 평균 수출입거래 규모만 3억~4억달러에 달한다.
이 지점장은 “싱가포르는 지리적으로 아시아 물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다. 과거부터 각종 원유와 곡물 트레이딩이 활발하게 이뤄져온 만큼 현지에서 체결되는 무역금융 규모 역시 크다”며 “뛰어난 무역금융 역량은 우리의 튼튼한 기초 체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수익원은 IB 금융을 통한 비이자 이익이다. 싱가포르 지점은 이 지점장 부임 이후 적극적으로 IB 영업에 나섰고 이를 바탕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체결한 SK에코플랜트의 테스(TES) 인수 브릿지론 주선이 대표적인 성과다.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 E-폐기물 전문기업 TES 지분 100%를 약 10억달러(1조4250억원)에 인수하며 리사이클링(재활용)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현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브릿지론을 주선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이뤄졌던 은행 IB 영업은 다소 수동적인 형태였다. 글로벌 대형은행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신디케이트론 참여를 검토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지점장은 현지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과 네트워크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본사 및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스폰서들이 참여하는 딜에 직접 참여했다.
이를 통해 얻은 비이자이익 규모는 상당하다. 해당 브릿지론 규모가 6억7500만달러였는데 여기서만 400만달러(약 57억원)의 비이자이익이 발생했다. 다만 본 PF딜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조달금리에 이점이 있는 글로벌 대형은행과 국책은행에 밀렸기 때문이다.
이 지점장은 올해는 하나금융 계열사와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 ‘하나에셋 매니지먼트 아시아(HAMA)'를 설립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전략을 확장했다. 은행뿐 아니라 금융투자, 캐피탈,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 협업으로 글로벌 금융 밸류 체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싱가포르 지점은 올 상반기 계열사를 통해 글로벌 스폰서들과의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대상 스폰서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투자자 지위의 이점을 살려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이 선순위, 하나자산운용이 중순위 이하 투자를 맡는 방식으로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의 부동산 딜을 디벨로핑하고 있는 등 관련 작업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 국영 투자개발은행(BIDV)의 PF딜 역시 협업 성과 중 하나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9년 1조원을 투자해 BIDV 지분 15%를 취득하면서 2대 주주에 오른 바 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지난달 BIDV와 계약을 맺고 제3베트남-싱가포르산업단지(VSIP-3) 사업에 최대 4조6000억동(약 26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지점장은 “싱가포르는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서 글로벌 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집적해 있는 아시아 금융 허브 지역”이라며 “싱가포르지점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고객기반 및 금융기관과의 네트워킹을 활용해 하나은행의 동남아시아 자금조달 시장의 핵심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