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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표 VC, '데스밸리' 길잡이 자처한 배경은 창업부터 실패·피보팅·엑시트 모두 경험, 칠전팔기 DNA 전수할 듯

양용비 기자공개 2022-10-24 10:12:55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9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윤재 지누스 회장(사진)은 데스밸리를 지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넥스노베이션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벤처캐피탈 설립 목표로 ‘데스밸리 스타트업 지원’이라는 역할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신생 벤처캐피탈은 특정 산업군 투자를 목표로 설정하고 설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국내 벤처기업 역사에선 찾아보기 힘든 ‘칠전팔기’ 신화를 이뤄낸 창업자다. 창업 역사의 시작은 1979년 텐트 OEM 기업 ‘진웅기업’이었다. 연세대 졸업과 동시에 코트라(당시 무역투자진흥공사)에 입사했던 그가 4년 뒤 퇴사해 세운 기업이다.

가족 단위 캠핑이 취미생활의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는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한 이 회장은 이후 남다른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1987년 도미니카에 이어 이듬해엔 수교도 맺지 않았던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했다.

빠른 확장과 함께 설립 10년 만인 1989년엔 코스피 상장에도 성공했다. 해외 1억 달러 수출이라는 금자탑을 쌓는 사이 진웅에게는 ‘글로벌 텐트 OEM 1위’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누스라는 현재 사명으로 변경된 시기는 2000년이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다각화가 성장에 제동을 걸었다. 사업다각화로 인해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2004년 화의절차를 거쳐 이듬해 코스피 시장에서 상장 폐지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기업으로선 사실상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그 사이 1000억원대의 빚도 발생했다.

코스피 상장 폐지라는 역경에도 이 회장은 재기의 칼날을 갈았다. 피보팅을 통해 재기의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했다. 오랜 기간 캠핑용품 사업을 펼치며 개발한 압축포장 기술을 침대 매트리스에 적용했다.

압축포장 기술을 활용한 매트리스는 미국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압축포장으로 원거리 배송이 가능한 만큼 미국 현지보단 중국, 인도네시아 등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에 공장을 갖췄다.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했다.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어 지누스 매트리스는 각광을 받았다.

피보팅은 성공적이었다. 현재 지누스에겐 아마존 매트리스 판매 1위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사업을 변경하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채널을 바꾸는 등 과감하게 새 도전에 나선 덕분이었다.

2019년엔 상장폐지 된 지 14년 만에 코스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지난해엔 설립 이후 사상 최대인 1조12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현대백화점그룹에 자신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성공 신화를 썼다.

그가 넥스노베이션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데스밸리 구간 기업에 투자하려는 것도 이같은 ‘칠전팔기 DNA'를 전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기업의 흥망성쇠 뿐 아니라 피보팅을 통한 위기 극복, 엑시트까지 창업의 모든 생애 주기를 겪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실패를 딛고 지누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만큼 국내 창업계에선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나타나는 만큼 벤처생태계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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