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생명, 영구채 콜옵션 연기 배경 'RBC비율' 300억 규모 "내년 5월 콜옵션 행사키로 사채권자와 협의"…내년 1710억 상환해야
이지혜 기자공개 2022-11-04 13:20:56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3일 16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생명보험이 사채권자와 합의 끝에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 행사 시점을 내년으로 미뤘다.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을 사수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채권 시장이 좋지 않은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을 자칫 차환발행하지 못하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DB생명보험은 RBC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을 간신히 맞추는 수준이다. 내년에 IFRS17과 K-ICS가 도입되면 오히려 자본적정성이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이때 콜옵션을 행사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다.
다만 내년에 조기상환 시점이 돌아오는 후순위채가 두 건이나 있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종자본증권까지 고려하면 내년에 조기상환해야 할 회사채가 모두 1710억원에 달한다.
◇RBC비율, 당국 규제 '간당간당'…콜옵션 유예로 대응
3일 DB생명보험에 따르면 2017년 11월 13일 발행한 사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시점을 내년 5월로 미뤘다. 대상 신종자본증권은 300억원짜리로 당초 이달 13일 조기상환할 수 있다는 콜옵션이 붙어 있었다. 영구채인 만큼 표면상 만기는 2047년 11월 13일이다.
DB생명보험 관계자는 “사채권자와 오래 전부터 합의한 끝에 콜옵션 행사 시점을 미룬 것"이라며 "계약조건을 바꾼 것이므로 신종자본증권을 미상환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대상 신종자본증권은 사채권자가 소수인 덕분에 콜옵션 유예를 놓고 비교적 수월하게 협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콜옵션 행사 시점을 미뤘지만 이자 등 금리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의 연간 이자율은 5.6%다. 스텝업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는 발행일로부터 10년 뒤 행사되는 것이라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스텝업 조항은 기존 이자율에 금리를 1% 더하거나 신용스프레드에 50bp를 더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하는 구조다.
RBC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콜옵션 행사 시점을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DB생명보험은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장기화한 탓에 대규모 채권평가손실을 보면서 RBC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말 연결기준으로 RBC비율이 150.25%를 기록했다. 2020년 말 191.3%였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간신히 맞추는 수준이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들은 RBC비율이 100%를 유지해야 한다. 만일 RBC비율이 50~100%미만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게 된다. RBC비율이 150%라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보험종목 추가허가 제한, 자회사 출자 등에 제약을 받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DB생명보험이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하면 그만큼 RBC비율이 떨어져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콜옵션 행사 시점을 미뤘다는 의미다.
DB생명보험 관계자는 “내년에 IFRS17과 K-ICS가 도입되면 RBC비율 등 자본적정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자본이 늘면서 재무건전성이 좋아질 수 있어 내년에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DB생명보험은 내년에 IFRS17과 K-ICKS가 도입되면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면서 금리가 올랐을 때 오히려 순자산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RBC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LAT(Liability Adequacy Test)잉여액의 40%를 가용자본에 가산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재무건전성이 지금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DB손해보험은 보유계약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IFRS17가 도입되더라도 현 수준의 사업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순위채까지 콜옵션 시점 도래, 차환 발행 '부담'
다만 DB손해보험이 콜옵션 행사시점을 유예하면서 내년에 차환하거나 상환해야 할 자금이 늘어난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년에 두 건의 사모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 시점도 돌아오는 탓이다.
1회차 사모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 시점은 내년 2월이다. 해당 후순위채는 2018년 2월 13일 발행한 800억원짜리로 표면이자율은 연 5.2%다. 2회차 사모 후순위채는 610억원짜리로 내년 11월 21일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돌아온다. 이번 신종자본증권까지 포함하면 내년에 차환하거나 상환해야 할 자본성증권이 모두 1710억원에 달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의 자본성증권 수요가 많지 않다"이라며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차환발행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DB생명보험은 1989년 동부그룹이 미국 Aetna와 합작해 동부애트나생명보험으로 설립됐다. 2001년 AXA그룹이 지분 50%를 DB그룹에 매각하면서 DB손해보험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최대주주는 DB손해보험(99.07%)이다. 보험금지급능력등급은 나이스신용평가에서 'AA-/안정적'을 받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거래소, 3시간 심사 끝에 제노스코 상장 '미승인' 확정
- 대방건설, '부채비율 80%'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
- [상호관세 후폭풍]'90일 유예'에 기업들 일단 안도, 정부 협상 성과에 쏠린 눈
- 에이치알운용, 한투 이어 '신한 PWM' 뚫었다
- KB증권, 2분기 롱숏·메자닌 헤지펀드 '집중'
- "지분 3%로 이사회 흔든다"…얼라인 '전투형 전략'의 정석
- 하나증권, 성장주 중심 라인업 변화
- 우리은행, 가판대 라인업 확대…'해외 AI·반도체' 신뢰 여전
- 하나은행, 라인업 고수 속 'NH필승코리아' 추가
- 리운운용, 메자닌 전문가 모셨다…투자 영역 확대
이지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Company Watch]테크 전략의 핵심 하이브IM, 적자에도 '5000억 밸류'
- [이사회 분석]하이브, '대기업 리스크 대응' 사외이사진 재편
- [상호관세 후폭풍]쇼크에도 K팝 엔터주는 '웃었다'
- [탈한한령 훈풍 부는 콘텐츠기업들]잠잠한 듯했는데…JYP엔터의 중국 굴기 '반격 노린다'
- 엔터4사 주총, 말의 온도와 숫자의 무게
- [이사회 모니터/SOOP]‘비욘드 코리아’ 달성 목표, 글로벌 인사 전진배치
- [주주총회 현장 돋보기]하이브 이재상 "어도어 사태, 멀티 레이블 튜닝 중 진통"
- [이사회 분석]NEW, 유제천 사장 포함 5인 재신임 ‘안정 택했다’
- [K-팬덤 플랫폼, 뉴 패러다임]카카오엔터, '베리즈'로 K컬처 통합 팬덤 플랫폼 야심
- [Company Watch]NEW, 2년 연속 적자…승부는 올해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