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운용, 스튜어드십 코드로 기관 유출 막을까 4년새 일임자산 90% 증발, 우본 등 기관 유치 절실
윤기쁨 기자공개 2022-11-17 06:30:23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1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자산운용이 뒤늦게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대열에 합류한다. 사세 위축이 이어지면서 기관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펀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최근 4년간 신영운용에서 빠져나간 기관 자금은 4조원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운용은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수탁자 책임정책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주주활동 기준 등을 마련하고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10월 완료를 목표로 했지만 일정이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자산운용사로는 54번째 도입으로 비교적 늦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영운용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아 업계에서도 의아해 했는데 지금 도입하는 건 굉장히 늦은 편”이라며 “그동안 기관 자금이 없어도 잘 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나 내부적으로 조직 구성과 관리 비용 등을 부담스러워 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신영운용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406개 운용사 중 운용 규모 기준 상위 45위(4조146억원)로 중대형사에 속한다. 유사한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리자산운용(31위), 대신자산운용(41위), 멀티에셋자산운용(42위) 등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모두 마친 상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등 신영운용과 유사하게 가치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하우스들도 이른 시기에 합류했다.
이번 도입 배경으로는 기관 자금 유치가 꼽힌다. 현재 연기금, 국책은행 등 주요 기관들이 위탁운용사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유무에 따라 가산점을 주고 있다. 서류 심사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 비중이 큰 운용사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국민연금이 2018년 첫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한 이후 대다수 운용사들이 뒤따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운용자산이 137조원에 달하는 우정사업본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에 가점을 주기 시작했다.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운용 규모는 작지만 기관 자금 유치를 원하는 운용사들 입장에서는 절실하다. 우정사업본부 이외에도 주요 공제회, 보험사 등 기관들이 추가로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가치주 투자로 한때 이름을 날렸던 신영운용은 최근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펀드 수익률 하락과 다양한 운용 전략의 부재는 자금 이탈을 가속화했다. 2020년 128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70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올해는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특히 자금 이탈은 기관에서 두드러졌다. 일임자산은 △2018년 4조6597억원 △2019년 4조2059억원 △2020년 2조350억원 △2021년 6301억원 △올해 5561억원으로 4년새 잔고의 90%가 사라졌다.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빠르게 새어나가고 있는 기관 자금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사라고는 하지만 사세가 기울고 있는 만큼 100억원이라도 기관 자금을 받는게 중요한 시기”라며 “인력 교체 등으로 인해 내부 분위기가 바뀌면서 뒤늦게라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 기조에 따라 시행됐다. 자산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기관투자자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제도다. 이들은 투자 기업의 가치와 경영 투명성을 높여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2018년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하면서 해당 연도 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통상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의 권리 및 주주총회 △이사회 평가 및 이사 활동공개 △감사 및 감사위원회 △임직원의 보상 △기업구조조정 △기업인수·인수방어·위임장 대결 △지속가능 경영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발동된다.
허남권 대표가 이끄는 신영운용은 국내 대표적인 가치주 특화 하우스다. 저평가돼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에 장기 투자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신영마라톤’, ‘신영밸류고배당’, ‘신영고배당’, ‘신영밸류중소형주’ 등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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