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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메리츠의 비밀]메리츠가 '가는길' 항상 소리가 울린다①'메리츠는 다르다' 상식 깨는 파격 행보...철저히 '숫자' 입각한 목표 설정, 성장지표로 증명

서은내 기자공개 2023-01-30 07:20:23

[편집자주]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례적인 메리츠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평가도 호불호가 갈린다. 메리츠의 혁신을 평가절하하는 경쟁 업체들도 물론 있다. 뛰어난 경영수완과 각종 성장 지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승계를 포기한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 승부수까지 띄웠다. 메리츠의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현안을 세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6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는 왜 가는 길마다 소리를 낼까.

'시장의 관행을 깨고 남들과는 다른 행보를 걷기 때문이다'가 그 질문의 첫번째 답이고 '결국 메리츠는 숫자로 말한다'가 그 다음 답이다.

그룹의 주력 메리츠화재는 최근 몇년간 경쟁사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 시장의 대세를 깬다며 비난까지 받았다. 독불장군이란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보장은 늘리고 보험료는 낮추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보험시장을 공략, 파이를 급속히 키웠다. 장기인보험 시장에서는 이목을 확 끄는 혜택을,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경쟁사 대비 높은 이율을 제시했다. 저가 공세로 자금을 모았다는 지적이 일었지만 그렇게 모은 자금을 운용수익으로 보완했다.

경쟁업체들은 메리츠가 '과열경쟁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메리츠가 내세우는 가격대를 따라 하다가는 손해율 상승을 면하지 못한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점유율이 높은 대형보험사들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

메리츠증권은 또 어떤가. 모든 하우스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메리츠증권만 호황기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는데도 채권 운용에서 이익을 봤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모든 증권사의 목줄을 쥐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메리츠증권에겐 양면의 칼이다. 부동산PF로 고성장을 구가했는데 PF 부실이 확산되는 데에선 한발 물러나 있다. 투자 당시 PF 구조를 치밀하게 짜고 리스크 관리에 철저한 덕분이다. 우발채무 위험은 있겠지만 고위험 PF는 이미 선제적으로 처분했다는 게 중론이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참 얄밉게 비즈니스를 한다'는 말로 통한다.

이 모든 것이 '메리츠는 다르다'는 컨센서스를 만들었다. 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 시장에 분명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 또 그 시도가 성공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까지 메리츠의 전략은 한국 금융시장의 연구대상이 됐다.

◇ "또 메리츠?" 진입하는 시장마다 파장

메리츠는 통념을 깬 상품, 영업, 운용으로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섰다. 파격 정책을 재빠르게 실행하기로 유명했다. "상도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남길지언정 법, 제도적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회사 목적이 이윤 추구임을 볼 때 찬사를 받을 만하다.

중위권 메리츠화재가 업계의 판을 흔들며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1위사 삼성화재와 순위를 다투기 시작했던 2010년 후반대부터 메리츠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경증치매 보험의 보장을 업계평균 대비 5배 가량으로 늘린 이례적 상품을 내놨다. 유사암 납입면제 혜택을 제시해 경쟁사들이 가세하자 당국에서 이를 금지하기도 했다.

높은 영업시책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독보적인 판매수수료를 제공하며 메리츠 상품 판매의 확실한 유인을 제공한 셈이다. 파격 보장책 등으로 한때 메리츠의 손해율과 사업비율이 치솟았다. 사업비율은 2016년부터 3년 사이 10%포인트 이상 상승해 2019년 31%를 찍었다. 2016년 손보업계 평균 사업비율이 19%대, 2019년에는 22.7%였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 진입을 놓고도 업계의 원성이 터져나왔다. 사업자들보다 더 높은 이율로 마케팅하면서 "또 메리츠냐"는 질타를 받았다. 비사업자로서 공시의무가 없다보니 사업자들이 공시한 이율에 추가 금리를 얹어 고객을 빼앗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 11월 1년만기 DB형 상품 중 메리츠증권의 ELB, 메리츠화재의 이율보증형보험이 7%, 6% 이율로 판매됐는데 이는 업권 최고 수준이다. 보험사들이 5% 초중반대, 증권사들이 5% 후반대를 제시하는 상황이었다.

자산운용도 남다르다. 보험업계에서 접근하지 않았던 부동산PF를 공략했다. 덕분에 업계 평균을 훌쩍 넘는 높은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했다. 금리상승과 함께 연체 우려가 나오며 자연히 메리츠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아직까진 양호한 리스크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 김용범·최희문 파격 용인술, '숫자' 중심으로 업의 정의를 새롭게

남다른 아이디어를 내는 힘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메리츠의 실행력에 힘을 실은 것은 확실한 성과보상 체계다. 메리츠는 업계에서 "돈을 제일 많이 주는 회사"로 통한다. 매년 증권, 보험업계 직원 평균급여 순위 최상단에 메리츠가 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그룹 부회장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의 능력 위주 인사와 용인술은 전 임직원에게 각각 사업가적 마인드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학력, 직급이 아닌 기여도를 놓고 충분한 보상을 제공한다. 실력 있는 '선수'들은 모두 메리츠로 모여들었다.

메리츠의 틀을 깬 행보 뒤에는 김 부회장의 명확한 경영철학과 목표의식이 있었다. 그가 강조하는 점을 살펴보면 왜 메리츠가 늘 화제에 섰는지에 대한 답을 얻는다.

김 부회장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았던 증권사, 존재하지 않았던 보험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을 일컬어 "보험사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로 해석된다. 회사의 정체성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랐던 셈이다. '숫자'를 중심으로 업의 정의를 새로 썼다.

핵심 경영철학이자 메리츠의 경쟁력은 'Pricing(프라이싱·가격 결정)'으로 정의된다. 회사 손익분기와 시장가를 파악한 후 그 사이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프라이싱이다. 손익분기보다 시장가가 낮은 곳은 진입하지 않고, 시장가가 더 높은 곳은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진입한다는 원칙이다. 정확한 프라이싱이 공격적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셈이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김 부회장이 가장 자주 쓰는 단어는 '숫자' 또는 '계산'이다. 모든 수치를 계산해서 상품 출시, 마케팅, 관리에 활용한다. 시장 진입에 앞서서도 이런 숫자를 철저히 검증하고 이익과 효율에 입각해 실행한다. 시장가격, 이율 등을 따르지 않고 이익에 따라 메리츠만의 숫자를 만들어가는 식이다.

목표 설정도 숫자다. 목표치 도달여부도 수시로 점검한다. 대표부터 직원까지 회사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라는 생각으로 이익 목표에 집중했다. 전체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잘게 쪼개 직원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개개인이 각자 성적표를 확인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까지 차별화, 최대화하는 구조다.

◇ 17년간 30배 성장…통상의 방법으론 불가능했다


메리츠의 새로운 접근방식은 이익과 성장으로 귀결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모태를 따지면 100년전에 세워진 조선화재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2년 동양화재로 이름을 바꿨고 2005년 한진그룹에서 독립하며 '메리츠'로 이름을 바꾸고 금융그룹 체제를 갖췄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출범한지 17년만에 총자산은 약 30배 성장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등을 합친 자산 규모는 2005년 3조3000억원에서 올해 9월 기준 91조원으로 불었다.

순이익도 매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리츠화재 순이익이 2019년 2704억원에서 2021년 6603억원으로, 올해는 3분기까지 7000억원을 달성했다. 메리츠증권도 비슷하다. 지난해 순이익이 7829억원으로 업계 6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3분기 누적 6538억원, 업계 1위다.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생손보 업계를 통틀어 매년 1~2위를 다툰다. 저금리기조가 뚜렸했던 최근 5년간 한번도 4% 밑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이 떨어진 적이 없다. 2017년 4.7%, 2018년 4.6%, 2019년 7%, 2020년 4.9%, 2021년 4%를 기록했다.

화재, 증권을 합친 순이익은 지난해 연간 1조4000억원, 올해는 1조8000억원을 바라본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주 아래 증권, 화재를 100% 자회사로 두는 구조개편을 예고했다. 연결순익 50%를 주주환원한다는 선언도 했다. 30% 넘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메리츠금융의 성장은 기존 업계의 전형을 따라서는 가능한 결과가 아니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메리츠가 시장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놓고 경쟁사들이 욕을 많이하면서도 대형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키를 쥔 메리츠의 가격대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혁신가들은 가격이든, 어떤 분야의 경쟁에서든 과열경쟁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들을 수 밖에 없다"며 "메리츠는 프라이싱 능력을 토대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업계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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