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 수장 선택한 SBI저축은행, 내실경영 집중한다 ‘HR 전문가’ 김문석 부사장, 대표이사 내정…조직 축소 전망도
이기욱 기자공개 2022-12-28 08:41:54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7일 06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BI저축은행이 내년도 위기 극복을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뛰어난 영업력을 바탕으로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던 장수 CEO들 대신 인사·조직관리에 강점이 있는 인물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SBI저축은행은 당분간은 기준금리 인상, 가계대출 규제 등 외부 환경에 맞춰 성장보다는 내실경영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체제도 각자 대표이사에서 단독 대표이사로 전환되는 만큼 비용 효율화 차원의 조직 축소도 병행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후임 사장 인사는 전임자의 임기 만료시기에 근접해서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빠른 시기에 단행됐다.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어온 두 사장이 한 번에 자리를 떠나는 상황에서 조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임 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8년째, 정 사장은 2016년부터 7년째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세대교체는 이전과는 달라진 영업 환경을 고려한 결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업계는 낮은 수신금리와 풍부한 대출 수요에 힘입어 유례없는 호황을 누려왔다.
SBI저축은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9년말 3조2736억원이었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말 4조8798억원으로 49.1% 늘어났으며 가계대출 잔액도 3조7710억원에서 6조1641억원으로 63.5% 증가했다. 2019년 1882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495억원으로 85.7%나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예금금리가 높아지면서 이자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반면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금리 인상은 제한돼 수익성이 악화됐다. 올해 3분기 SBI저축은행의 대출 채권 평균 잔액은 12조9456억원으로 여기서 발생한 이자수익은 총 9856억원으로 나타났다. 연 평균 이자율은 약 10.15%로 지난해(10.93%) 대비 0.78%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예수부채 평균 잔액은 12조7287억원으로 총 2319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했다. 연 평균 이자율은 약 2.43%로 지난해(1.84%)보다 0.59%포인트 상승했다. 예대마진은 지난해 9.09%포인트에서 올해 3분기 7.72%포인트로 1.37%포인트 축소됐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총량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의 성장세 자체도 둔화됐다. 올해 3분기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조8449억원으로 지난해말(6조1641억원) 대비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2020년과 지난해에 기록한 35.4%, 20.7%의 증가율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2932억원) 대비 12.2% 줄어든 257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불황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부실위험도 높아질 우려가 있다. SBI저축은행은 위기 상황에서 조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인사관리에 강점이 있는 CEO를 선임한 것이다.
김 부사장은 1965년 출생으로 대성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카드 인력개발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두산캐피탈 인사팀장 등을 거친 인사관리 전문가다. 2010년 경영지원본부장 상무로 SBI저축은행에 처음 합류했고 경영전략본부장 전무, 전략본부장 겸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을 지냈다.
김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하게 되면 2015년부터 이어져온 각자 대표 체제는 이전의 단독 대표 체제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 부사장이 맡고 있던 전략본부와 경영지원본부이 각각 기업금융부문과 개인기업부문 산하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김 부사장이 두 부문을 총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에서는 경영체제 전환과 함께 조직 축소 등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부 악재로 인해 악화되는 수익성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비용 효율화 작업이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SBI저축은행 내부 관계자는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이익을 더 내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에 들어섰다”며 “영업 확대보다는 살아남기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실 경영의 가장 첫 단계는 비용 축소, 비용 효율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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