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0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팬들은 12년만에 원정 16강을 달성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벤버지(벤투와 아버지의 합성어)'라 부르며 그에 준하는 인물을 기대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인물은 한명 더 있다. '판버지'로 불리는 김판곤 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다.김 전 위원장은 벤투를 선발한 장본인이다. 기존 임원진이 러시아 월드컵 실패로 '대역죄인'이 된 탓에 비주류인 그가 신설된 국가대표감독선발위원회를 맡았다. 그는 청문회를 방불케 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축구 이해도', '코칭스태프 수준' 등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 같은 원칙으로 선발된 벤투는 4년4개월 재직한 최장수 감독이 됐고 월드컵에서도 성공했다.
최근 진행된 DGB금융의 CEO 선임 과정은 판버지의 행보를 연상케 한다. DGB금융은 대구은행장을 새로 선임했다. 회장을 교체한 다른 금융지주보다 주목받지 못했으나 선임 과정 만큼은 가장 참신했다. 지난 2년 간 그룹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CEO 육성 프로그램으로 은행장을 뽑았다.
이 프로그램은 외부 전문가의 평가 툴을 쓴다. 리더십, 지배구조, 재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2년 간 후보군을 평가하고 점수를 합산하는 식이다. 평가를 외부에 맡겨 특정 인맥이나 학벌의 영향력을 차단했다. 또 평가 항목을 구체화 해 시스템을 기반으로 CEO를 선임하도록 했다.
CEO 육성 프로그램은 뼈를 깎는 노력의 산물이다. DGB금융은 전임 회장이 비자금 조성으로 불명예 퇴진한 뒤 검증된 CEO 선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사회사무국을 신설해 비서실이 독식하던 사외이사 및 자회사 CEO 추천 권한을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이 과정에서 전임 회장이 구축한 특정 고등학교와 대학교 파벌의 거센 반발에 맞서야 했다.
3년 6개월 동안 이사회사무국장으로 지배구조 안정화를 주도한 인물이 이번에 선임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다. 그는 요직과 거리가 있는 비주류였다. 이사회사무국장으로 발탁된 뒤 승계 절차를 수립했고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 선임, 김태오 DGB금융 회장 연임 과정을 매끄럽게 진행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황 행장이 DGB금융의 판버지 역할을 한 셈이다.
외부 평가자들이 황 행장을 선택한 건 여전히 지배구조 안정이 현안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승계에 영향을 준 학교 파벌은 대구은행의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CEO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한 황 행장을 대구은행에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정립할 적임자로 봤다.
올초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처음 만난 황 행장에게 이사회사무국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이 인상 깊었다며 덕담을 건냈더니 그는 "김태오 회장님과 정말 열심히 했다"며 성과에 자부심을 표했다. 내년 초 황 행장을 다시 만날 땐 대구은행에서의 성과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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