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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사태' 이젠 털고 일어설 때 [thebell note]

노윤주 기자공개 2023-02-01 10:34:07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1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월 한달 동안 가상자산 업계 취재원들을 만나 지난해 코인 시장을 회고하고 올해 전망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테라-루나, FTX 등으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낸 만큼 이들의 눈에는 다시 시장을 일궈가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그렇다고 시장 전망이 긍정론으로 가득한 건 아니었다. 한 관계자는 "FTX 파산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루나와 비교해도 피해 규모가 작지 않은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과거의 사건을 해결해야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FTX가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하며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고 생각했기에 예상을 벗어나는 답변이었다.

그의 발언은 근거 없는 추정이 아닌 현실이었다. 최근 FTX가 채권자 명단을 전체 공개했는데 다수의 국내 기업이 포함돼 있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은 물론 김·장 법률사무소, EY한영, 삼일PWC 등 로펌과 회계법인이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정부 부처인 환경부도 FTX에 받아야 할 돈이 있었다.

저마다 FTX에 '물린' 사연은 다양하다. 업비트는 FTX 관계사로부터 받지 못한 원천징수 세금이 있다고 밝혔다. 로펌과 회계법인 등은 FTX에 자문을 해주고 대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 규모는 비공개로 이들의 손해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업계서는 이들 외에도 해외법인을 통해 FTX에 투자한 국내 기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명단에 적힌 법인명이 생소해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알아채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중 FTX 계정에 가상자산을 예치했다가 동결된 곳들의 손해는 억 단위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간접피해를 받아 여전히 해결에 골머리를 썩는 곳도 있다. 바로 거래소 고팍스다. 고팍스는 가상자산 예치이자 상품 '고파이'를 제공했었지만 상품 운용사였던 제네시스가 FTX 여파로 파산하면서 고객에게 자산을 수개월 째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규모는 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대주주 지분을 전량 매각해 고객에게 돈을 지급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밝혔지만 매각 실패 시 발생할 고객 피해도 염두에 둬야 한다.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FTX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피해 사실을 숨기고 축소하려 해도 결국엔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금 가상자산 업계에 가장 필요한 건 투명성과 신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의 가치를 만드는 신생 산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옛일은 이제 털고 일어설 때다. FTX라는 과거의 악재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에 새롭게 찾아올 기회를 놓치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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