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그룹 2세경영]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디지털혁신' 성장 발판 마련4년 연속 적자 아쉬움 활로 모색, 한세드림 합병으로 '토탈 패션기업' 도약
김규희 기자공개 2023-02-03 08:12:47
[편집자주]
한국의 '아마존'을 꿈꿨던 한세그룹의 창업주 2세들이 경영일선을 누비며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김동녕 회장의 장남과 차남, 막내딸 등 3남매가 각각 예스24, 한세실업, 한세엠케이를 이끌며 창업주와 차별화된 전략과 비전으로 기업성장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한세의 내일을 설계하고 있는 2세 경영 행보와 성과를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1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세예스24그룹 패션 계열사 한세엠케이는 창업주 김동녕 회장의 막내딸 김지원 대표(사진)가 이끌고 있다. 오랜기간 부친을 도와 그룹 경영에 관여해오다 2019년 대표에 오른 이후 본격적으로 패션사업을 지휘하고 있다.김 대표는 국내 1세대 패션기업 한세엠케이에 경영 혁신을 불러일으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패션업계 최초로 무선전자태그(RFID)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혁신 경영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 김동녕 회장 ‘막내딸’ 패션사업 승계, 경영능력 시험대
한세예스24그룹은 2017년부터 2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김 회장은 자녀들의 강점을 따져 역할을 배분했다. 미국에서 IT를 공부한 장남 김석환 부회장에게 지주사와 온라인 서점 ‘예스24’를, 부친을 따라 섬유·유통의 길을 걷고 있는 차남 김익환 부회장에게 한세실업을, 패션에 관심이 많고 이해도가 높은 막내딸 김지원 대표에게 한세엠케이를 각각 맡겼다.
1981년생인 김 대표는 이화여대 경영학과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외식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한세예스24홀딩스 자회사인 예스24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한 뒤 한세엠케이 경영지원본부장 상무, 전무를 역임하며 마케팅과 해외사업 등을 직접 챙겼다. 2019년 12월부터는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까지 경영능력을 입증해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대표에 오른 첫 해인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지속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매출 감소와 약 150억원의 재고평가손실 등 영향으로 영업손실 23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020년 의류 수요 급감으로 최악의 경영환경을 마주했다.
3000억원대를 유지하던 매출액은 2020년 2202억원으로 28.4% 감소했다. 영업손실 189억원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세엠케이가 전개하는 브랜드 대부분이 캐주얼 브랜드인 탓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세엠케이는 골프웨어 PGA TOUR와 LPGA, 버커루(BUCKAROO), NBA, NBA 키즈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가 여전했던 2021년에도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5.7% 감소한 2077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손익도 121억원을 기록, 연속 적자를 3년으로 늘렸다. 그동안 쌓아놓았던 재고와 비효율 매장을 정리해 생산 배수를 높였지만 역부족이었다.
2022년에도 적자 터널을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2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31억원으로 추산된다. 적자 폭은 크게 줄었지만 4년 연속 적자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 RFID·당일 배송 도입, 1세대 패션기업 IT 혁신 주도
실적 지표는 다소 아쉬웠지만 김 대표는 한세엠케이의 경영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 취임과 함께 업무 효율성 개선에 집중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IT 협업 툴인 ‘컨플루언스’를 도입하는 등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국내 1세대 패션회사에 IT 역량을 주입한 것도 김 대표다. 코로나는 한세엠케이 매출을 악화시키기도 했지만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비대면 쇼핑 트렌드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확장, 온·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온라인 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20·30대를 공략하기 위해 IT에 강점이 있는 온라인 서점 계열사 예스24와 협업하고 그룹 이커머스 스타일24를 통해 온라인 채널을 확보했다. 스타일24는 한세 그룹이 전개하는 모든 브랜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그동안 쌓아놨던 IT 기술을 활용해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2014년 들여온 RFID 시스템을 유통 부문에 적용한 성과다. RFID은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반도체 칩이 내장된 태그와 라벨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비접촉으로 읽어내는 시스템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재고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또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RTLS)은 빅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RTLS 시스템은 매장 내 상품 위치를 포함한 전체 물류 동선을 본사에서 실시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고객이 상품을 고르고 계산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파악할 수 있어 소비자 취향 및 최신 트렌드 분석, 상품 개발 및 매장 효율화 등에 활용할 수 있었다.
갖은 노력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자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묘수를 냈다. 꾸준하게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던 계열사 한세드림을 흡수합병키로 했다. 유아동복에서부터 성인복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토탈 패션기업을 거듭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수백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 한세엠케이를 살리기 위한 조치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한세엠케이는 업계 최초로 RFID 기반 물류 시스템과 당일 배송을 도입하는 등 경영 혁신을 시도해왔다”며 “NBA와 NBA키즈 등이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는 영업이익 152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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