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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회사채 수요예측]급성장 여전채 시장, 수요예측 '생략' 문제없나④일괄신고로 실사 생략, 금리왜곡+투자자에 리스크 전이..."적시조달 위해 불가피"

이상원 기자공개 2023-03-09 13:29:31

[편집자주]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2년부터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몇몇 발행사와 주관사의 편법 행위가 시장의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 더벨이 수요예측 제도의 허점, 그리고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신전문금융사채권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사태로 지난해 다소 주춤했지만 2013년부터 발행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처음으로 회사채 규모를 뛰어넘으며 채권시장내 8%대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전채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수요예측 대신 일괄신고제가 적용된다. 조달 금액을 신고후 원하는 시기에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시 조달에 유리하다. 하지만 투자자 수요를 기반으로 발행금리를 정하지 않으면서 금리 왜곡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실사를 생략하면서 여전사의 리스크가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숨통 트인 여전채, 레고랜드 이전으로 회복

나이스P&I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여전채 규모는 52조6361억원으로 집계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조달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들어 사실상 발행이 멈추며 전년(64조3985억원) 대비 18.27% 감소했다.

여전채는 2013년 이후 2021년까지 꾸준히 발행 규모를 늘려왔다. 2021년에는 관련 지표 집계 이래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량을 뛰어넘었을 정도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량이 43조67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28%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여전채는 선방한 셈이다.

여전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회사채 비중이 6.83%로 줄어든 가운데 여전채는 8.23%를 나타냈다. 전년(9.01%) 대비 다소 줄긴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들은 사업 특성상 꾸준히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금조달의 약 70%를 채권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금융당국이 기업어음(CP) 등 조달 채널 다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전채는 주요 조달 채널이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여전채는 사실상 개점휴업과 다름없었다. 당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여전채 AA+ 3년물 기준 금리는 6%대를 돌파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었다. 2021년 1월 금리가 1%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내 5배 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채안펀드 가동으로 여전채 시장도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시장에서 회사채보다 더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AA등급과 달리 A등급은 회복세가 다소 더디다. 여전히 정책자금과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레고랜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발행 시기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분위기는 개선됐다"며 "A등급도 AA등급 만큼은 아니지만 레고랜드 사태 당시 발행 자체가 힘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수요예측 대신 일관신고제, 즉시조달 위한 방안?

여전채는 투명하게 투자자를 모집하는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괄신고제를 통해 수시로 발행된다. 일괄신고제는 1년치 발행 물량을 미리 신고하고 이 범위 안에서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투자자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금리 왜곡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속에서도 개별 민평금리를 오버하지 않은 수준에서 발행금리를 확정짓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시장이 과열됐을 당시 무리하게 발행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수요예측에서 회사채 금리가 오버로 발행되는 데 여전채는 여전히 파(par) 수준에서 발행되는 경우도 많았다. 발행량이 많아 발행사의 입김이 센 영향"이라고 말했다.

특히 캐피탈사의 경우 대부분 리스크가 큰 만큼 낮은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실사 등을 거치지 않고 발행하면서 발행사의 리스크를 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일반 회사는 차환과 투자 등의 일정을 감안해 일 년에 한두 차례 채권을 발행한다. 따라서 수요예측 작업에 약 한 달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이를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여전사의 경우 수시로 자금 수요가 발생해 수요예측을 거칠 경우 조달 시기를 놓칠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이를 감안해 2010년대 초반 일괄신고제 제도에 손을 보려고 했지만 발행사의 사정을 감안해 보류했다. 그나마 과거에는 발행 전날 공시했지만 현재는 최소 이틀전에 투자설명서를 공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당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여전사도 버퍼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이상의 자금 소요가 계속된다"며 "금융당국에서도 조달 시기를 절대 맞출 수 없다는 점에서 지금의 일괄신고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실상 발행사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여전사들도 금리를 무시하고 과도하게 발행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급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발행사가 완전 우위인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통상적으로 유통금리 대비 1bp 가량 낮게 발행해 par로 발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인 만큼 유통물이 오버 1bp에 발행되는 점을 감안해 여전채를 par에 발행하고 있다"며 "금리가 너무 낮으면 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발행사 마음대로 결정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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