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24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태광산업의 감사위원 선임 공방이 지난주 찜찜하게 끝이 났다. 기존 사외이사 선출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트러스톤운용의 주장은 타당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문제를 바로잡기엔 늦었다고 법원이 판단하면서다.재판 결과를 떠나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개정된 분리선출 제도가 정작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여러 허점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태광산업의 이번 승리도 분리선출 제도를 역이용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을 사전에 차단한 케이스다.
분리선출이란 감사위원 중 한 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제도로 소수주주의 제안을 존중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정됐다. 분리선출 방식으로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돼 소수주주들도 표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상법상 감사위원회는 소속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에 대해선 따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회가 감사위원을 겸하는 기타비상무이사의 수를 제한해버리면 아예 선임할 수 없다.
사외이사 분리선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수주주의 제안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정기 주주총회에서 별도의 주주제안이 없을 경우 이사회도 분리선출 방식을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한 명으로 제한된 분리선출 감사위원 자리를 이사회가 선점하고 나면 행동주의 펀드에게 남는 카드는 회계장부열람 정도일 뿐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일 기준 6주 전까지 해야 하지만 사측은 2주 전에 확정하면 된다는 기울어진 상법도 다듬어나가야 할 숙제다. 주주제안의 유무에 따라 회사가 후행적으로 분리선출 제도를 활용해 사외이사 선임안 상정 여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트러스톤운용과 태광산업의 분쟁으로 분리선출 제도의 역기능이 드러나면서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수를 2명 이상으로 규정하는 개정안 발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투자자들은 SM엔터테인먼트 사태를 통해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모두 알게 됐다. 이젠 앞서나간 의식을 따라 제도를 더욱 세밀하게 정비할 차례다.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상법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는 태광산업 한 건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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