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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탈탄소 드라이브]수소연료전지 추진선 앞서가는 '군함 라이벌'④잠수함 경험이 연료전지 추진선 상용화 자산… 밸류체인 재편 따른 경쟁력도 기대

강용규 기자공개 2023-04-10 07:24:03

[편집자주]

해상 환경규제가 강력해지며 친환경 선박연료시장에서 LNG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차세대 선박연료에 대한 조선사들의 고민 역시 눈앞의 일이다. 선주사들의 선박 탈탄소화 요구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조선사가 미래 선박시장의 패권을 잡을 수 있다. 더벨은 국내 조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개발 현황 및 각 사별 전략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6일 13: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박 대체연료들 가운데 수소는 연료전지용으로 쓰일 경우 글로벌 선박시장을 뿌리부터 바꿔버릴 수 있는 연료다. 엔진으로 움직이는 선박의 전동화를 통해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운항 중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때문에 국내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연료전지 추진선의 개발을 놓고서도 경쟁 중이다. 업계에서는 특수선사업을 보유한 HD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두 곳을 좀 더 주목한다. 이들은 잠수함을 통해 선박 추진장치로 연료전지를 탑재하는 '실선 적용'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HD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실증 준비, 설계 쌓는 삼성중공업

마린로그 등 글로벌 해사전문지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현지 조선소 웨스트콘이 건조하고 LMG마린이 설계한 연료전지 추진 페리 'MF하이드라(MF Hydra)'호가 3월31일 정기 운항을 시작했다. 이 선박은 연료전지를 추진체로 활용한 세계 첫 상선으로 액화수소가 연료로 쓰인다. 승용차 80대, 트레일러 10대, 승객 29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MF하이드라가 대형 상선시장에서 선주사들의 연료전지 추진선 요구를 증대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가스운반선이나 원유운반선(탱커),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 분야에서 국내 3사가 진행 중인 연료전지 추진선 연구개발을 향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세계 첫 수소 추진 상선 'MF하이드라'. (자료=노르레드)

선박의 추진체계를 바꾸는 것은 추진체 변경에 따른 설계 변경을 수반한다. 연료전지 추진선의 경우는 엔진 기반의 내연기관 선박이 아니라 전기 추진방식의 전동화 선박인 만큼 더욱 큰 변화를 요구받는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선박의 무게 배분부터 시작해 동력 전달체계, 선박 내부 배치 등 설계 전반이 엔진 추진선박과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3사 중에서도 방산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 비교적 더 큰 시선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디젤 잠수함의 연속잠항성능을 높이기 위해 연료전지를 보조동력장치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2018년 9월 진수돼 2021년 8월 해군에 인도됐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동급의 잠수함 신채호함도 2021년 9월 진수됐으며 2024년 4월 인도 예정이다. 두 함 모두 고성능 연료전지를 탑재해 20일 이상의 연속잠항이 가능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쉘), 노르웨이-독일 선급협회 DNV-GL, 국내 두산퓨얼셀 등과 연료전지 추진선 실증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2025년부터 쉘이 운용할 17만4000CBM(입방세제곱미터) 크기의 초대형 LNG운반선에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보조동력장치로 탑재해 1년간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9월 해양수산부 주관의 '한국형 수소연료전지 예인선 개발사업'의 추진회사로 선정됐다. 2026년까지 수소연료전지-배터리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을 탑재한 예인선을 개발하고 실증까지 진행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는 실선 적용 경험이 없으나 설계 확보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2019년 DNV-GL로부터 연료전지를 적용한 아프라막스급 탱커의 설계 기본승인(AiP)을 받았는데 이는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추진 대형선의 설계가 선급 인증을 받은 사례다. 2021년 7월에는 영국 선급협회로부터 연료전지 추진 초대형 LNG운반선의 기본승인도 받았다.

◇ 궁극의 연료 수소, 기자재 밸류체인 '국산화 효과'도 기대

글로벌 조선업계가 수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가 친환경성이다. 수소는 분자 구조(H₂)에 탄소(C)가 존재하지 않아 연소 시 오직 물(H₂O)만이 배출된다. 암모니아(NH₃)의 경우 탄소 배출이 없지만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만큼 수소가 암모니아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둘째는 발열량이다. 수소의 발열량은 암모니아와 메탄올 등 다른 대체연료는 물론이고 LNG나 석유연료 등 화석연료보다도 월등하다. 때문에 수소는 저장온도(액화수소)나 저장압력(수소가스) 측면에서 다른 연료들 대비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난점이 있음에도 연료로서 효율과 친환경성을 모두 충족하는 궁극의 대체연료로 여겨진다.


수소를 연료로 활용하는 방법은 직접 연소와 연료전지를 통한 발전으로 나뉜다. 국내 조선업계는 연료전지에 더 주목한다. 이는 선박의 '탈 엔진'을 통한 선박기자재 밸류체인의 국산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선박엔진은 국내 톱3(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HSD엔진, STX엔진)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톱3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독일 MAN에너지솔루션즈나 핀란드 바르질라, 스위스 윈GD 등 유럽 엔진메이커들의 라이선스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기술료를 지불한다. 엔진부품의 밸류체인 역시 이들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선박 발전기용으로 쓰이는 중형엔진 분야에서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HiMSEN)'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선박 주기관용으로 쓰이는 대형엔진 분야에서는 여전히 라이선시(라이선스 구매자)다.

연료전지가 선박의 새로운 추진체로 자리잡는다면 연료전지 제작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하는 기자재 밸류체인이 활성화된다. HD한국조선해양과 손을 잡은 두산퓨얼셀이나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연료전지 추진선을 연구 중인 범한퓨얼셀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연료전지 추진선의 대세화로 선박기자재 밸류체인이 국산화되면 국내 조선사들 입장에서도 해외 조선사들 대비 비용과 협상력 측면에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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