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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는 K-순환경제]인지이엔티, '캐파+온실가스 허들' 넘어야 코스닥 간다내년 상장 노리는 폐비닐 중유 제조사, 투자유치 당시 8000t 생산, 탄소배출권 2.5만t 확약

조영갑 기자공개 2023-04-26 08:15:12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4일 13: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폐비닐을 열분해해 석유를 생산하는 '인지이엔티'가 본격적인 스케일업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 투자유치 당시 FI(재무적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조건이 주목 받고 있다. 일정 수준의 캐파와 온실가스 감축량에 도달하지 못하면 경영권에 영향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올해 해당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사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 허들을 넘어야 내년 코스닥에도 안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지이엔티는 4월부터 폐비닐 열분해 석유인 '인지유'의 캐파를 늘리는 동시에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등을 감축하는 생산공정 개선 등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설립된 인지이엔티는 경북 경주에 위치한 비상장사다. 폐비닐 등 석유화학 계열의 폐기물의 열분해 정유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약 30여개 국내 열분해유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열분해유란 쓰레기로 수거된 폐비닐 등 폐플라스틱을 유화기에 넣고 고열로 가열, 용융처리한 정제유를 의미한다. 고품질 유화제품은 아니지만, 공장 가동 등 산업용 석유 제품으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리싸이클 이코노미 섹터에서 각광 받는 기술이다.

현재 4기의 유화기를 보유, 일일 최대 32톤 가량의 폐비닐을 처리할 수 있는 처리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대당 8톤 꼴이다. 10시간 동안 열분해 용융처리를 거치면 유화기 대당 일일 4.4톤의 중유를 생산할 수 있다. 열분해 과정에서 진공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 직접 태우지 않고 녹여 환경호르몬(다이옥신)을 발생시키지 않는 공법을 개발했다.

생성되는 가스는 자체 열원으로 사용해 가동 연료비를 절감하고, 용융 후 남는 슬러그(찌꺼기)는 아스팔트 재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후처리 기술도 보유했다. 올해 초에는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지엔씨에너지와 협약을 맺고, 열분해가스 발전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폐기된 자원을 재생 소재와 에너지원으로 되살린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순환경제' 기업으로 평가된다.

기술력을 높게 평가 받아 지난해 하반기에는 FI(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국내 굴지의 자산운용사인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과 웰컴캐피탈은 지난해 8월 인지이엔티가 발행한 신주(전환우선주)와 타법인 보유 구주 등을 인수하면서 총 150억원을 투자했다. 이들 FI가 보유한 인지이엔티의 지분율은 약 40% 가량이다.

투자 당시 기업가치는 약 400억원 가량으로 책정됐다. 2021년 부명엔지니어링 등의 비상장사가 인지이인티에 5억원을 투자해 10% 지분을 확보한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기업가치(포스트밸류 기준)가 약 8배 뛴 셈이다. 지난해 말부터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사에 인지유 공급을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기업가치는 투자 당시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는 게 VC업계의 전언이다.

VC업계 관계자는 "국내 열분해유 생산기업 중에서 제대로 된 매출을 내고 있는 기업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말 대기업 공급 레퍼런스를 확보한 데 이어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이엔티의 지난해 말 정확한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점은 FI들이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내건 조건이다. 업계에서는 이 계약조건들이 내년께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인지이엔티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지이엔티의 유화기에 폐비닐 소재가 진입하는 모습. (자료=인지이엔티 기업소개)

인지이엔티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인지이엔티는 지난해 8월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면서 계약조항에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건을 삽입했다. △2023년 4월 1일부터 12개월의 기간 동안 인지유 생산량이 8000톤에 미달하는 경우, 전환가액의 90%에 해당하는 전환가액으로 조정 △2023년 4월 1일부터 매 12개월의 기간 동안의 외부사업 온실가스 감축량(탄소배출권)이 2만5000톤에 미달하는 경우, 85%로 조정 △2023년 4월 1일부터 12개월의 기간 동안의 인지유 생산량이 8000톤에 미달하고 외부사 업 온실가스 감축량도 2만5000톤에 미달하는 경우 75%로 조정 등이다.

기한은 2027년 8월까지다. 다만 인지유 생산량 조항 또는 외부사업 온실가스 감축량 조항은 마지막 생산량+온실가스 조항과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해당 조항이 CPS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리픽싱 이후에도 과반 이상에 도달하지는 않지만, 30% 이상의 지분율이라 만약 생산량, 온실가스 감축량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경영의 주도권이 상당 부분 FI에 쏠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인지이엔티는 신주 발행으로 유입된 130억원 가량을 캐파 증설에 대거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유화기가 4대에 불과하고, 일일 최대 생산량 역시 4.4톤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스케일업이 당면 과제다. 설비 투자를 통해 최대 10기로 증설하면 처리규모를 약 2만4000톤 수준으로 늘릴 수 있다. 다만 수율이 50% 남짓에 불과해 최대치로 캐파를 돌려야 1만2000톤 가량의 인지유를 생산할 수 있다.

열분해유 시장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용융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30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수율이 50% 남짓인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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