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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의 통합 방산]'글로벌 톱10' 노리는 한화에어로가 잡아야 할 것⑤폴란드·호주 잡고 지상방산 영업이익률 15배 성장…'승부사 3세' 김동관, KAI 안을까

허인혜 기자공개 2023-05-15 07:30:28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1일 09: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방위산업은 큰 돈벌이가 되는 분야는 아니었다. 수출 성과가 미미해 우리 정부에 무기를 팔았어야 했는데 국가를 상대로 한 거래이다보니 쏠쏠한 이윤을 챙기기 어려웠다. 알려진 최대 마진률은 10% 안팎이다.

결국 답은 수출에서 찾아야 했지만 국산 무기의 신뢰도가 장벽이었다. 또 방산은 각국 정부의 자체생산 의지가 강한 대표적인 분야다.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튼 건 2014년 삼성테크윈의 폴란드 K-9 자주포 수출이었다. 당시 폴란드도 자주포 자체생산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개발업체의 기술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폴란드 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산 무기를 찾았고 그게 삼성테크윈의 K-9이었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했던 인수합병(M&A)으로 수출 국가들을 하나 둘 모아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실적을 이끈 곳 역시 폴란드다. 김 부회장이 이끌었다고 알려진 삼성테크윈 인수로 고객 국가를 단박에 유치하게 됐고 폴란드는 10년 단골로 남았다. 역시 김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중동과 유럽, 아시아 신규 고객도 따라왔다.

◇김동관 매출 40조·영업이익 5조 자신감 배경은 수출 성과

김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3개사로 3개사로 분리돼 있던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는 흡수합병했다. 지상무기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 합병은 김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전해진다. 한화 방산 부문은 탄약 등을 제조해 왔다.

개편 작업으로 한화그룹의 방산 부문은 김 부회장 아래로 완전히 집결하게 됐다. 산하 사업군으로 방산과 디펜스, 항공우주를 거느리고 자회사로는 한화테크윈(100%), 한화시스템(46.75%)을 거느리는 구조로 단순화됐다.

방산 부문을 합하며 목표가 껑충 뛰었다. 김 부회장이 가장 최근 내놓은 방산 부문 목표는 2030년까지 매출액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 달성이다. 4월 한화그룹 방산 부문 통합을 기념해 열린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서 미래 구상을 밝혔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잭팟'을 터트렸다며 내놓은 성과가 매출 6조5396억원, 영업이익 3753억원이었으니 짧은 기간 내 비약적인 성장을 자신한 셈이다.

자신감의 배경은 해외 수출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영업이익률이다. 폴란드 K-9 자주포 수출 등의 성과가 포함되는 지상방산은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의 영업이익률 차이가 15배다. 2022년 1분기 지상방산 영업이익이 1.4%에 불과했는데 올해 동기 21%까지 뛰었다.


내수 중심에서 해외 수출 중심으로 무게추가 옮겨갔고 한화의 방산 부문을 흡수합병해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처음으로 수출이 내수 성과를 눌렀다. 효자는 K-9이다.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와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등에 수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소련 무기 세대교체 기회 잡은 한화에어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한화에게는 기회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포병전으로 흐르며 서방 국가들이 빈 무기고를 한국산으로 채웠고, 옛 소련 무기를 갖췄던 국가들도 세대교체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폴란드다.

지난해 7월 폴란드는 한화디펜스와 현대로템, KAI의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과 KAI의 계약고를 모두 합하면 145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9조~20조원에 육박한다.

한화의 역할은 K-9 자주포 672문 수출이다.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는 글로벌 자주포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로 전체 1위다. 다연장 로켓포인 '천무'도 폴란드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밝힌 폴란드 계약고만 K-9이 3조2000억원, 천무가 5조원이다. 세 기업 전체 계약고의 약 40% 이상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몫인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그룹
수출을 계기로 폴란드에 첫 유럽 현지법인도 세운다. 법인은 궁극적으로는 생산기지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 기지에서 유럽 수출 무기를 포함해 중동발 물량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등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약을 체결했다고 외신이 보도한 바 있다.

호주도 알짜 고객 중 하나다. 2021년 호주와의 K-9 수출 계약을 맺었다. 금액은 1조원이다. 호주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 도입 사업도 준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보병전투장갑차(IFV) 'AS-21' 레드백을 밀고 있다. 독일 방산 기업 라인메탈과 마지막 경쟁을 앞뒀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우선협상 대상자가 발표된다. 당초 전체 계약규모는 460여대(약 50억~75억달러)으로 예상됐는데 줄거나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폴란드도 추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KAI 품고 글로벌 톱10 목표 이루나

육해공 통합 방산의 꿈을 이뤘다고 하지만 수출 포트폴리오는 자주포 등 지상방산 분야가 가장 앞서있다. 때문에 김동관 부회장의 '통합 방산' 마지막 진짜 퍼즐은 우주항공 기업 M&A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화그룹의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인수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KAI 매각과 인수 가능성을 두고 KAI와 한화그룹 모두 선을 긋고 있지만 안팎에서는 군불떼기가 한창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마무리한 지금이 KAI 매각의 적기라는 평가가 나와서다. 글로벌 방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KAI의 몸값도 상승 중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매각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방산 기업들의 상황을 따져봐도 한화가 가장 현실적인 답지로 꼽힌다. 우주항공 분야의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은데 한화는 일찌감치 발사체 개발 등에 뛰어들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기술이전 기업에 선정됐다.

KAI 출신 인물들도 배치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류광수 전 KAI의 부사장을 영입했고, 그외에도 KAI의 인력들을 부지런히 채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KAI 인수로 김 부회장이 얻을 수확은 뭘까. 앞서 방산 기업들을 인수합병 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단번에 규모와 제품군, 고객 국가를 늘릴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폴란드의 하늘이다. 한화그룹의 알짜 고객인 폴란드에는 KAI의 FA-50이 날고 있다.
KAI의 FA-50과 미국의 A-10. 사진=공군
수주 잔고는 국내 방산 업체 중 가장 많다. 1분기를 기준으로 KAI의 수주 잔고는 25조537억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고인 19조972억원을 웃돈다. LIG넥스원(11조8216억원), 현대로템 방산 부문(5조5017억원)을 합해도 KAI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화그룹 방산 부문은 글로벌 방산 기업 중 30위, KAI는 59위를 기록했다. 김 부회장이 내세운 목표는 글로벌 톱 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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