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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1호 스팩 상장' 노리던 HB인베, 결국 직상장 선회 NH23호 발기인에 SBI인베, 합병 성사시 벤촉법 위반 사유

양용비 기자공개 2023-05-17 08:41:35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 최초로 스팩(SPAC) 상장을 추진하던 HB인베스트먼트가 우회 상장 방식을 철회하고 직상장 방식으로 선회했다. 합병하려는 스팩 법인의 발기인이 또 다른 벤처캐피탈이라는 점이 스팩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15일 '엔에이치스팩23호'와 합병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고 공시했다. HB인베스트먼트가 스팩 합병 방식의 상장을 철회한 건 지난해 10월27일 엔에이치스팩23호와 합병을 결정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HB인베스트먼트의 스팩 상장은 추진 단계부터 벤처캐피탈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업계 최초의 시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상장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스팩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 묘수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지난해 상장 추진 기업들 대부분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스팩 합병은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할 수 있는 만큼 묘수로 여겨졌다. 상장예비심사를 거치지만 직상장보단 심사 기간이 짧고 심사 기준도 덜 까다롭다는 점도 HB인베스트먼트가 스팩 합병을 택한 이유였다.

직상장의 경우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조달 자금을 책정한다. 스팩 합병 상장의 경우 공모자금이 스팩 순자산으로 고정돼 있다. 스팩이 보유한 자산을 그대로 조달할 수 있다. 당초 계획대로 HB인베스트먼트가 합병에 성공했다면 엔에이치스팩23호의 순자산 148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변화된 스팩 합병 규정도 HB인베스트먼트의 우회상장을 거들었다. 이전까지는 스팩이 존속 법인으로 남고 회사가 소멸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가능했다. 합병 규정이 개정된 이후엔 스팩이 소멸되고 기업이 존속법인이 된다. 스팩 소멸 방식이다.

HB인베스트먼트의 사례도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존속법인은 HB인베스트먼트, 소멸법인은 엔에이치스팩23호가 된다. HB인베스트먼트와 엔에이치스팩23호의 합병비율은 1대 0.8510638이었다.

차근히 스팩 합병 상장을 추진하던 HB인베스트먼트에게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 발목을 잡았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창업투자회사는 또 다른 창업투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HB인베스트먼트가 합병하려던 엔에이치스팩23호는 발기인에는 국내 창업투자회사인 SBI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엔에이치스팩23호의 최대주주다. 예정대로 스팩 합병이 이뤄질 경우 HB인베스트먼트와 지분 관계가 엮이게 된다. 합병이 성사되면 SBI인베스트먼트와 HB인베스트먼트가 현행법을 위반하게 되는 셈이다.

HB인베스트먼트는 해당 사항을 이달 초 확인하고 스팩 상장을 철회했다. 스팩 상장을 철회했지만 해당 사항 외에는 순조롭게 상장을 준비했던 만큼 직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구상이다.

H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예비심사 청구 당시 국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 직상장보다는 공모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스팩합병으로 결정했다”며 “현 시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작년 대비 안정화되면서 스팩합병을 철회하고 직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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