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차기 리더는]임종룡 회장, DGB금융 'CEO 승계 백서' 참고한 사연은김태오 회장과 '연금회' 인연, 승계 프로그램 조언 구하고 자문기관 추천 받아
최필우 기자공개 2023-05-24 08:20:47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사진)은 지난 3월 취임식 직후 첫 행보로 CEO 승계 프로세스 쇄신안을 내놓았다. 우리금융 역사상 처음으로 은행장 선임 프로세스에 외부 전문가 평가를 추가했고 심사 기간을 2달로 늘렸다. 앞서 공언한 대로 조직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스스로 권한을 내려 놓은 파격적인 조치였다.이와 같은 변화 배경에는 DGB금융이 있다. 우리금융은 승계 절차를 정립하면서 DGB금융의 'CEO 승계 프로그램 백서'를 참고했다. DGB금융은 김태오 회장(사진) 취임 후 투명한 지배구조를 정립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임 회장이 연세대학교 선후배 관계로 친분이 있는 김 회장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연세대 '78학번' 임종룡, '74학번' 김태오에 SOS
임 회장은 지난 2월 회장 최종 후보로 선임된 뒤 우리금융 연수원으로 출근하면서 경영 밑그림을 그렸다. 당시만 해도 CEO 승계 프로세스 정립은 현안이 아니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초 이 행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긴박하게 승계 절차를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취임 직후 은행장 인선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금융 당국은 올들어 금융권에 CEO 승계 프로세스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 회장을 선임한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 정당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당국의 주문을 정확히 이해한 임 회장은 김 회장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전언이다.
임 회장과 김 회장은 연세대 동문이다. 김 회장이 74학번으로 78학번인 임 회장보다 선배다. 이들은 '연금회(연세대금융인회)' 모임에서 교류하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면서 서로 격려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했다.
김 회장은 임 회장에게 가장 필요한 인사 업무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하나금융 근무 시절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합병 과정에서 직급, 성과급제 등 인사 체계와 조직 문화를 통합하는 역할을 했다. DGB금융 회장 취임 뒤에는 학벌주의를 타파했다는 평이다. 임 회장은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 계파 갈등 종식을 경영 아젠다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우리은행장 승계를 앞두고 김 회장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구은행장 승계 프로그램을 모범 사례로 참고할 만 했다. CEO 승계 프로그램은 2년에 걸쳐 진행된다. 행장 후보들이 외부의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1대 1 코칭을 받고 아카데미, 다면평가, 심층인성검사 등을 거친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지난해 말 선임됐다.
대구은행장 승계 절차는 평가를 외부 기관과 인사에게 맡겨 내부 인사의 입김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임 회장은 행장 선임 과정에서 한일은행 또는 상업은행 출신들이 물밑에서 개입하는 상황은 물론 본인의 의중 반영도 경계하고 있다. 이번에 외부 전문가 평가를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승계 절차 일부 벤치마킹, 행장 선임 뒤에도 혁신 지속
우리금융은 대구은행장 승계 프로그램을 설계한 외부 자문기관에 CEO 선임 절차 컨설팅을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이 임 회장에게 이 자문기관을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지원하는 이사회사무국이 연락을 취했다. DGB금융이 2019~2020년 승계 프로세스 정립 과정을 정리한 'CEO 육성 프로그램 백서'도 참고했다.
다만 같은 자문기관 선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자문기관은 제대로 된 승계 프로그램을 갖추려면 대구은행 사례처럼 2년 안팎의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장 행장 선임 자추위를 가동시켜야 했던 우리금융이 당장 받아들이긴 어려운 제도다. 우선 분야별 외부 전문가 인터뷰를 도입하고 2달의 평가 기간을 두는 식으로 대구은행 승계 프로그램 일부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임 회장은 추후 CEO 승계 프로그램을 추가적으로 손질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행장 선임도 공정성 측면에서 상당히 진일보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혁신을 지속한다는 구상이다. 금융 당국이 다음달 금융권 CEO 승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새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개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CEO 선임 프로세스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손질하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해 행장 선임을 앞두고 많은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 도입한 승계 프로그램에서 추가적으로 발전된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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