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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신사업 체크]선바이오, 2대주주 이수화학과 전고체 각개전투③2000년 투자 이후 한배, 인적분할 즈음 '신사업 선언'…일각선 M&A 포석 무력시위 분석

조영갑 기자공개 2023-06-22 08:21:31

[편집자주]

기업의 신사업 진출 또는 전환 결정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주식시장에는 활력을 안겼다. 그러나 일명 '테마주'에 편입돼 실제 기업가치와 무관한 변동성으로 피해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는 크게 늘었지만 정보 부족으로 시장에서 소외되는 형상을 보이기도 했다. 더벨은 신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상장사의 진출 배경과 역량, 성과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EG유도체 제조 전문기업 선바이오가 전고체 배터리 소재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선바이오의 2대주주인 이수화학과의 관계설정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수화학은 최근 2차전지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을 신규 상장하면서 전고체 사업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선바이오는 2대주주 관계사와 별개로 전고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수화학은 지난달 말 인적분할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수케미컬)에 대한 코스피 신규 상장을 완료하고, 정밀화학 및 전고체 전지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전고체 전해질의 원료인 황화리튬(Li2S)을 개발, 제조하는 이수케미컬은 전고체 상용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 덕택에 시초가(8만3000원) 대비 약 500% 상승한 4만3650원 대의 주가(19일 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만 2조3000억원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선바이오의 호조세는 이수화학과의 연관성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바이오 역시 지난 4월 사업목적에 전고체 관련 사업을 추가한 이후 주가가 폭등하며, 전고체 배터리 수혜주로 등극했다. 이후 조정기를 거치긴 했지만, 코스닥 공모가(1만1000원)를 상회하면서 약 150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수화학과 선바이오의 연은 2000년부터 시작됐다. 연결고리는 PEG유도체다. PEG유도체는 일종의 약물전달 시스템으로, PEG(폴리에틸렌글리콜) 유도체 물질을 약리활성물질과 결합시켜 체내 잔존시간을 늘리고, 면역반응을 예방하는 기술이다. 당시 이수화학의 오너와 개인적인 연이 있었던 노광 선바이오 대표는 PEG유도체의 유망성을 어필해 이수화학으로부터 약 4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4억원은 현재 선바이오 지분 약 5%, 장부가치 75억원 가량으로 불었다.

이후 이수화학은 '아이디비켐'에 투자를 하면서 PEG유도체 사업을 별도로 영위했다. 아이디비켐은 PEG유도체 전문 개발사였다. 바이오 외에 산업적인 활용도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바이오테크인 파미셀이 2012년 아이디비켐을 인수하면서 PEG유도체 파이프라인을 내재화했고, 현재까지 선바이오는 파미셀로부터 PEG유도체 관련 원료를 매입하는 식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바이오-이수화학-파미셀 3개 법인이 PEG유도체로 얽혀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수화학이 인적분할 신설법인(이수케미컬)을 통해 전고체 소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수화학의 인적분할과 비슷한 시기(4월) 선바이오 역시 전고체 전해질 관련 신사업 목적을 추가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이수케미컬과 완전히 독자적으로 사업 노선을 걷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선바이오 관계자는 "이수화학은 2대주주지만, 경영에 있어서 당사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서 "선바이오가 전고체 관련 사업에 발을 막 뗐기 때문에 향후 행로를 밝히기는 이르지만, 그들(이수케미컬)과 독자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노광 대표가 나름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바이오가 특화돼 있는 PEG유도체 고분자 화합물을 산업적으로 피봇팅(pivoting)해 전고체 전해질 소재 시장 내에서 기업가치를 키우는 동시에 M&A를 통한 엑시트의 가능성도 열여놨다는 분석이다. 인수의 주체는 2대주주 이수화학(이수케미컬)을 비롯한 전고체 전해질 소재 관련 기업들이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2대주주가 전고체 전해질 관련 사업을 영위해 온 만큼 선바이오의 신사업 구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다만 2대주주의 인적분할 이전에 신사업을 띄운 것은 시기적으로 미묘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2대주주와 관련, M&A를 압박하는 일종의 '무력시위' 성격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전고체 전해질 사업을 하겠다는 큰 줄기는 같지만, 추구하는 기술적 갈래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전고체 전해질로 거론되는 물질은 △건식 고분자 전해질 △황화물계 △인산계 △복합계 등이다. 이수케미컬은 삼성SDI가 낙점한 황화물계 전해질의 원료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수원 기흥 삼성SDI 파일럿 라인에도 에코프로비엠, 솔리드파워, 희성촉매 등과 참여하고 있는 걸로 파악된다.

반면 선바이오가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PEG유도체 관련 전해질은 고분자 전해질계 물질이다. 황화물계와 분자, 화학적 구조가 완전히 다른 물질이다. PEG유도체를 활용해 특정 분자 물질을 결합, 약물전달시스템처럼 전해질 내에서 전기적 특성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결합할 물질은 현재 내부 연구소에서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선바이오 관계자는 "2대주주와 신사업 관련 교감은 전혀 없었다"면서 "다만 이수화학(이수케미컬) 쪽도 전고체 관련 사업을 하고 있으니 향후에 협업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선바이오의) 전고체 사업이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너무 먼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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