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농심 vs 삼양식품]1조 벌어 400억 남기는 농심②[수익성] 5년 영업이익률 4.2% 내수중심 사업 영향, 해외사업 삼양식품 12.2%
이우찬 기자공개 2023-09-04 08:16:24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5:3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라면 중심 사업으로 유사하다. 이는 '진라면'으로 유명한 오뚜기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오뚜기는 소스·유지·건조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라면 의존도가 큰 농심과 삼양식품이지만 수익성은 사뭇 다르다.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농심의 수익성은 저조하다.라면 1위의 농심이지만 높은 내수 비중은 수익성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국내 시장은 해외보다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속적인 광고·판촉이 요구된다. 물가 상승 요인이 있어도 바로 판가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의 경우 두 자릿수 수익성으로 매출 규모의 체급에서 밀리지만 내실에서는 앞선다.
◇영업이익률 4.2% vs 12.2%
두 기업은 모두 라면사업 의존도가 높다. 농심 매출의 80%가량이 라면사업에서 발생한다. 삼양식품의 이 비중은 95%에 육박한다. 수익성은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농심은 1억원을 벌면 400만원가량을 남긴다. 삼양식품은 1200만원을 번다.
농심은 식품업계에서 수익성이 우수한 기업은 아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 1291억원, 106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6%다. 작년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결과다. 2021년 영업이익률은 4.0%였다. 최근 5년(2018~2022) 평균 영업이익률은 4.2%다. 많이 벌지만 많이 남기지 못하는 사업 구조를 띤다.
삼양식품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090억원, 904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9.9%를 기록했다. 작년 수익성이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2019년~2020년 2년 연속 14%대를 기록할 만큼 식품업계에서 수익성이 우수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최근 5년(2018~2022) 평균 영업이익률은 12.2%에 달한다.
라면사업 의존도가 큰 가운데 수익성 격차가 심한 것은 사업 구조의 차이가 이유로 꼽힌다. 라면사업을 뜯어보면 농심은 내수 비중이 크고 삼양식품은 해외 비중이 크다. 농심 내수 비중은 2020년 기준 63%다. 2021년~2022년 각각 59%, 56%다. 반면 삼양식품 내수 비중은 2020년~2022년 각각 42.9%, 39.5%, 33.4%다.
내수 비중이 클 경우 소맥·팜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작년 농심은 2분기 기준 24년 만에 국내사업 영업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재료 가격 급등이 발목을 잡았다. 국내 협력업체의 납품가를 인상하면서 농심의 제조원가 부담이 가중됐고 결국 농심은 라면 가격을 평균 11.3% 올렸다.
반면 해외사업 비중 65%를 상회하는 삼양식품의 경우 치열한 국내시장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많아 수익성 방어에서 수월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이후 1달러당 1200원, 1300원을 상회하는 고환율도 수익성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고비 835억 vs 90억
농심의 높은 판관비 규모는 수익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내수 비중이 큰 농심은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마트 판촉, 광고 등을 하는 100%에 가까운 B2C 사업 구조로 전통적으로 높은 판관비를 집행한다.
지난해 기준 농심 매출(3조 1291억원)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판관비율은 25.2%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오뚜기(3조 1833억원)의 경우 작년 기준 판관비율은 9.9%에 불과하다. 삼양식품의 이 비중은 17.7%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판촉비 등 비용 지출이 많은 구조"라며 "해외에서는 제품 가격이 높고 주력 브랜드로 자리잡게 되면 비용 세이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판관비 중 광고비 차이가 두드러진다. 먼저 규모 면에서 격차가 크다. 농심은 올해 반기 누적 광고선전비 항목으로 835억원을 집행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90억원을 썼다. 비중 차이도 상당하다. 판관비에서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농심과 삼양식품 각각 20.1%, 8.7%다. 삼양식품의 경우 올해 반기 매출 증가에도 광고비를 작년 동기보다 덜 썼다.
◇미국 3공장 추진 vs 현지법인 영업 강화
다만 농심의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 성장성이 주목된다. 농심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 6979억원, 1175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6.9%로 작년 동기(2.6%)보다 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수익성 개선의 핵심은 글로벌이다. 상반기 농심은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특히 미국법인이 농심 전체 영업이익의 28%에 해당하는 337억원을 달성했다. 미국법인은 대형 거래선을 중심으로 매출을 극대화했고 신제품 입점 확대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작년 4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 2공장 효과로 파악됐다. 미국사업 호실적의 동력이다. 국내 생산 제품 수출 없이 증가하는 미국 현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2공장 고속라인 가동으로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졌고 미국 대형 거래선 중심의 제품 공급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농심은 지속해서 미국사업 확장에 공들인다. 오는 2025년 미국법인 매출을 약 1조원으로 설정했다. 또 이르면 2025년 미국 3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해외사업이 커질수록 수익성 개선에는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삼양식품도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중국은 대형마트 채널과 CVS 입점 확대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한다. 2021년 8월 설립된 미국법인은 올해 6월 코스트코 매출 발생에 이어 하반기 중 월마트, 코스트코 이외 주요 메인스트림 입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밀양 2공장 증설로 늘어나는 해외 불닭면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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