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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금융은 지금]일본은 우체국 민영화했다…성과와 교훈은⑥민영기관 출범 후 규모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답보'

김형석 기자공개 2023-09-11 08:40:06

[편집자주]

우체국은 1905년 금융사업을 시작했다. 국고수납대리점으로 역할을 시작해 이제는 보험과 예금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업으로 성장했다. 우체국금융은 공공성만 강조하다 부실로 금융 사업을 접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빠르게 자산 성장을 이뤄 이제는 우편사업을 지원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우체국금융은 자산운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출 없이 자본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우체국금융은 민간 금융사와의 경쟁, 자산의 운용 및 부실관리 등 난제 속에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우체국금융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8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우체국 시스템은 일본 우체국 조직과 발전 방향을 답습했다. 한국이 1884년 우정총국을 개설할 당시 일본의 우체국 모델을 일부 반영했다. 우체국금융도 일본에 비해 뒤 늦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우체국금융의 경우 1990년대 이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를 인수한 일본 우체국금융은 일본 정부의 행정조직 구조조정 논의로 민영화 절차를 밟았다. 우리나라 우체국금융은 부실을 겪으며 아예 사업을 접었다가 다시 시작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일본 우체국금융의 민영화 과정은 한국 우체국금융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 우체국금융도 민영화를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우체국금융의 사업 확장을 추진할 때마다 마주하는 민간 부문과 불공정 경쟁 이슈를 극복하는 마지막 카드다. 다만 민영화로 잃게 되는 것과 시장 상황 등은 극복할 과제도 많다.

◇ 일본 우체국 역사 우리나라와 공통점과 차이점

일본의 근대 우체국 사업은 1871년 시작한다. 우체국에서 금융사업을 시작한 시기도 우리나라보다 빠르다. 일본 우체국은 1875년 우편예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예금사업을 시작한 1905년보다 30년가량 이른 시기다. 이후 일본은 체신부를 설립하고 모든 우편사업을 관할하도록 했다. 1916년에는 우체국생명보험을 출시하면서 보험사업도 개시했다.

일본의 우체국 업무는 1949년 우정성이 설립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새로 설립된 우정성은 일본의 중앙행정기관으로 우편사업을 포함해 우체국예금과 보험, 정보통신, 방송 행정 등을 담당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체신부와 유사한 조직 형태였다. 예금과 보험사업을 영위하지만 우편과 방송사업이 핵심 업무였다.

일본 우체국에서 금융사업이 핵심사업으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홋카이도 척식은행과 일본장기신용은행이 파산한 이후 이들 은행에 있던 자금 350조 엔이 일제히 전국의 우체국(우편 저금)으로 이동하면서 우체국의 예금 사업 부문의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다.

당시 일본 우체국금융은 정부로부터 조달받은 자금을 기반으로 민영화 이전의 옛 일본도로공단이나 주택금융공사 등의 특수 법인에 다시 대출해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했다. 이같은 대출은 손익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진행된 사업이었다. 대표적으로 일본도로공단은 수익성이 저조한 고속도로를 마구잡이로 건설하여 심각한 재정 적자를 기록했고 그 부담이 우체국금융에 전가됐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우체국 민영화를 추진했다. 무분별한 대출에 따른 부실과 방만한 우체국 조직의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일본은 2001년 우정성을 총무성 산하 우정사업청으로 재편했다. 일본 총무성은 우정정책 및 사업 계획 등 기획 기능을 맡고, 우정사업청은 우정사업의 운영 등 집행기능을 담당하도록 했다. 2003년 4월에는 일본우정공사를 설립했다. 일본우정공사는 우정사업청으로부터 3대 국영 우정사업인 우편과 예금, 보험을 인수한 민간조직과 공공조직이 혼합돼 구성됐다.

일본우정공사는 2007년 일본우정그룹으로 전환했다. 일본우정그룹은 일본우정홀딩스를 지주사로 해 기업공개(IPO)를 통한 민영화를 추진했다. 2015년에는 일본우정의 은행 자회사인 유초은행, 보험사인 간포생명보험 등 3개사가 동시에 IPO를 개시하며 10여년간 진행한 민영화 절차를 마무리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일본우정 주식 9억9010만 주(1조3000억 엔)를 매각했다. 일본우정 주식 7억3120만 주는 일본에서, 1억8280만 주는 해외에서 매각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 우체국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부실 은행과 보험사를 인수하면서 부채가 늘어났다"며 "이후 정치권에서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구조개혁과 투자 활성화 모두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아베노믹스) 전략으로 민영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 민영화 14년 일본 우체국 금융 성적표는

일본 우체국의 민영화는 성공적일까. 자산 등 외형 성장은 민영화 이전보다 커졌다. 일본 우체국 민영화 원년인 2007년 221조360억 엔(1997조원)이던 총 자산은 올해 3월 말 기준 296조1115억 엔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814억 엔 적자에서 6574억 엔 흑자로 돌아섰다. 지주사인 일본우정홀딩스의 지배구조상 편입된 순이익은 4310억 엔에 달한다.

수신액도 일부 증가했다. 2007년도 약 182조 엔이었던 수신잔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192조 엔으로 10조 엔 늘었다.

은행사업 수익도 매년 성장세다. 2018년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1조8437억엔이던 은행사업 수익은 2022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 2조 625억엔으로 증가했다.

다만 일본 우체국금융의 이 같은 성과는 여전히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우체국은행이 지난 3월 총 1조2300억 엔(10억9000만주) 규모의 정부 지분을 매각할 당시 책정된 가치는 장부가의 0.46배에 불과했다. 장부가의 0.46배는 일본 대형 은행(스미모토 미쓰이, 미즈호, 미쓰비시)의 PBR(0.8~0.9배)의 절반 수준이다. 8월 현재도 일본 우체국은행의 주식은 2015년 IPO 직후 기록한 1823엔 고점보다 약 30%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은행사업 순이익 역시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회계연도 당시 9914억 엔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23년 회계연도 1분기(2023년 4~6월)에는 1730억 엔을 기록했다. 단순히 1분기 실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분기 추세를 감안하면 2023년 회계년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업도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 2018년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당시 보험사업 수익은 7조9165억 엔에 달했지만 이후 2019년 7조2113억 엔, 2020년 6조7862억 엔 2021년 6조4541억 엔 2022년 6조3745억 엔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은행과 보험사업 수익 악화로 2023년 회계년도 1분기 지주사인 일본우정홀딩스에 귀속되는 순이익은 85억3500만 엔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우체국금융의 실적 악화는 일본의 경제상황 등 대외적인 요인과도 거리가 멀다. 지난해 말 일본중앙은행(BOJ, Bank of Japan)가 장기 국채 수익률 목표 범위를 확대하면서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쓰비시금융그룹은 올해 1분기(4~6월)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447억 엔 증가한 5583억 엔을 기록했다. 스미모토미쓰이은행 역시 이 기간 453억 엔 증가한 1637억 엔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상호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우체국 운영 구조를 가진 일본의 경우 10여년간의 준비 끝에 민영화를 추진해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현재 실적을 보면 당초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며 "우리나라의 우체국금융 역시 최근 민간 금융서비스로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실적 성장이 아닌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금융기관으로의 역할을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일본우정홀딩스는 2025 회계년도까지 일본 우체국 은행 지분을 50% 이하로 낮추는 대신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대출사업에 투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2007년 민영화와 2015년 IPO를 진행하면서 정부지분이 상당부분 희석됐지만 과거 부실 금융사 인수 후에 부채 감축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우정의 민영화를 보면 단기간 내에 부실 금융기관의 정상화는 어려워 보인다"며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우체국금융 역시 민영화 이전에 민간 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와 건전성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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