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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부품 작은 거인들]영화테크, 한국단자공업 23년 FI 동행 비결은③2000년 설립 2억 투자, 엄준형 대표 전 직장 거래처 연 맺어…50배 이상 멀티플 기대

조영갑 기자공개 2023-09-15 07:44:35

[편집자주]

전기차(EV) 시대의 개막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왔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앞장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겠다고 예고했고, 정부도 관련 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으며 발 맞추기에 나섰다. 변화의 기로 속에 자동차 부품사들도 덩달아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더벨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주요 EV부품사를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3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 정션박스 및 전력변환 부품 전문 제조사 '영화테크'가 전기차, 수소차 부품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한국단자공업'과의 오랜 동행이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단자공업은 2000년 영화테크 설립 당시 종잣돈을 댄 이후 20년 넘게 지분을 처분하지 않고 보유한 오랜 동반자다. 업계에서는 한국단자공업이 거액으로 불어난 종잣돈을 언제 처분할지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한국단자공업이 보유한 영화테크의 주식은 총 99만주로, 지분율은 9.26% 수준이다. 44.12%(472만주)를 보유한 엄준형 대표에 이어 2대주주 지위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영화테크 현 주가(12일 종가 기준 1만410원)를 감안하면 약 100억원 수준의 가치다.

코스피 상장사인 한국단자공업은 국내 주요 완성차 브랜드에 각종 커넥터(Board to Board 커넥터, PCB 커넥터, 고속 신호전송용 커넥터, 고전압 커넥터) 및 전장모듈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밴더사다. 1973년 이창원 회장의 주도 하에 한미합작법인으로 설립된 이후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호흡을 함께 한 중견기업이다. 199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말 매출액 1조1681억원, 영업이익 643억원을 기록했다.

사세를 키운 2000년 이후부터는 막강한 자금력을 토대로 활발하게 타법인 출자 등에 나서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늘려갔다. 이미 2000년 한국단자공업은 약 33개 가량의 타법인에 총 100억원 가량을 출자, 다종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중에는 현대차, 외환은행, 담배인삼공사(KT&G) 등 대형주를 비롯해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한국통신IMT 등 당시 주목 받던 통신 IT주도 껴 있었다.

영화테크와의 연도 당시 맺었다. 한국단자공업의 2000년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단자공업은 당시 8월 갓 설립한 영화테크에 설립 출자금 2억원을 투자, 1만6500주(15%)를 인수했다. 설립 극초기의 벤처에 다름 없었기 때문에 당시 영화테크의 기업가치는 약 15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한국단자공업은 매출 및 영업 레퍼런스가 전무한 신생 벤처의 어떤 점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을까. 두 오너의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엄준형 영화테크 대표(1961년 생)는 성균관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경영전문대 석사를 마치고, ㈜패커드코리아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패커드코리아는 1986년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사인 델파이(Delphi Automotive Systems)의 합작법인(JV)으로 설립된 회사다. 자동차용 전원, 신호전달장치인 와이어링하네스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국내외 주요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지난해 매출액 2773억원, 영업이익 198억원을 기록했다.

엄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패커드코리아에서 다양한 보직을 거치며 회사의 성장에 일조했다. 당시 기술영업의 일선에서 연을 맺었던 회사가 한국단자공업이다. 엄 대표는 패커드코리아의 기술연구소를 이끌면서 와이어링하네스를 비롯 전력변환 부품을 연구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총지휘했는데, 당시 한국단자공업에 납품을 진행하면서 오너 이창원 회장의 눈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이 회장이 거래처인 패커드코리아 엄준형 소장의 기술적 식견과 열정을 매우 높게 평가해 회사로 인바이트(영입)하고 싶어했으나 엄 대표가 결과적으로 창업에 뜻을 두면서 결국 창업 자본금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2대주주인 한국단자공업은 엄 대표의 경영 방향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면서 영화테크의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23년이 넘는 장기동행이 언제 막을 내릴지에 대해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당시 한국단자공업이 투자했던 포트폴리오 중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종목은 영화테크를 비롯 2~3개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영화테크는 2억원의 투자를 통해 106억원(한국단자공업 장부가액)의 가치로 불었다. 23년의 세월을 묵혔지만, 코스닥 상장을 거쳐 약 50배의 멀티플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국단자공업이 인내하는 FI로서 명성이 높았지만, 회수할 시점이 무르익었다는 분석이다.

영화테크 관계자는 "경영에도 장기간 관여하지 않는 등 사실상 2대주주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유 지분의 정리 역시 당분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테크가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고, 멕시코 생산법인 신설을 통해 GM(제너럴모터스)와의 결속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을 기점으로 고점에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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