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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후순위채, '산은 보증' 왜 못 받았나 우발채무 부담 축소 차원…'하나금융 후광' 신뢰도 한몫

손현지 기자공개 2023-09-18 16:04:34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8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생명보험이 KDB산업은행 지급보증 없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 이슈다. 산업은행 보증채(AAA, 안정적)와 자체 신용도로 발행한 채권(A+, 부정적)간 등급 격차가 무려 5단계나 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손을 내밀어 줄만도 했다.

업계에서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하나금융지주의 높은 신용도에 기댄 결정으로 풀이하고 있다. KDB생명의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에서 하나금융지주로 변경될 경우 빠른 속도로 재무개선이 이뤄질 거란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KDB생명의 지급보증으로 우발채무 잠재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 측에서 1200억원 자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이는 바로 산업은행의 우발채무로 잡힌다. 우발채무 유무와 잔액 규모는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의 등급 평정시 고려하는 요소다.

◇하나금융 후광, KDB생명에 대한 투심 바꿀까

1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이 후순위채 발행에 앞서 신용평가사 3사로부터 A+(부정적) 등급을 받았다. 한국신용평가는 '부정적' 아웃룩(out look)을 유지한 것에 대해 "2021년 이후 대주주 변경 불확실성으로 영업기반이 위축된 데다가 K-ICS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KDB생명은 대주주 불확실성에 영업력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전속설계사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초회보험료가 감소하는 등 신규 영업이 위축됐다. 설계사 조직 안정, GA채널 효율성 관리 등 채널 정비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채널 기반이 회복되지 못하며 영업기반 안정성이 하락했다는 판단이다.

그런데도 KDB생명과 산업은행은 고심 끝에 보증채 대신 일반 후순위채로 발행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KDB생명의 자체 신용등급으로 1200억원을 모으기로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입장에선 하나금융지주와의 매각 협상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것으로 본 것 같다"며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이 대주주의 지급 보증 없이도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되면 하나금융 측도 인수 결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8월 말 KDB생명의 공식적인 실사를 끝내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추석 연휴 이전에 KDB생명의 매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후광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하나금융만 믿고 KDB생명의 크레딧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시선도 있다. 한국신용평가사는 "우협대상자 지정 이후에도 주식 매매계약, 정부로부터의 인가 등 여러 단계의 절차가 남아있다"며 "아직은 M&A 시작 단계인 만큼 대주주 변경 관련 진행 경과 추이를 모니터링해야 하다"고 언급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KDB생명이 하나금융계열에 편입될 경우, 하나금융그룹 산하 하나생명과의 합병 등을 통한 외형 가능성, 혹은 계열사와의 연계영업 강화로 사업기반 확대와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신용도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유증에 후순위채 보증까지 선 산은…'재무적 지원, 할 일 다 했다'

산업은행이 그간 KDB생명에 연이어 재무적 지원을 이어온 만큼, 이번 지급보증까지 감행하진 않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지난달 142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KDB생명의 보완자본이 보통주자본으로 변경되면서 자본의 질을 높여준 것이다. 지난 5월에는 216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 6월 후순위채 발행 때도 지급보증 지원을 해줬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신용도를 등에 업은 KDB생명은 AAA(안정적)이란 우량등급을 받았다. 당시 KDB생명은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모집에 5350억원의 수요가 몰리며 안정적으로 자금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연이어 KDB생명의 건전성 개선을 돕고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됐을 것"이라며 "하나금융지주의 부담을 덜어 이번 기회에 매각을 끝마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KDB생명이 세달 만에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이달 2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상환일이 다가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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