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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이재용 회장의 1년]미국부터 사우디까지, 사법 리스크 제약 속 '광범위 행보'②[글로벌]경제사절단 비롯 중대 역할, '기회의 보고' 중동 공략 적극 추진

김경태 기자공개 2023-10-11 10:56:20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부회장 직함을 떼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4대그룹 총수 중 가장 늦게 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회장으로 올라선 이후로도 진행된 공판은 여전히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었다. 이 회장은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도 틈날 때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글로벌 행보로 사업을 챙겼다. 향후 삼성의 기조를 전망할 수 있는 언급들도 내놨다. 회장 취임후 1년은 '재판, 글로벌, 기술, M&A, 지배구조'의 5가지 키워드로 집약된다. 이를 통해 완성체 삼성을 향해가는 ‘프로토타입’일 수 있는 이재용 회장 체제 1년을 돌아보고 향후 삼성의 행보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글로벌 1위 기업의 수장답게 해외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각국의 대기업 오너·경영자와 친분을 쌓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군주제 국가의 왕실에도 그의 인맥이 있다.

하지만 그의 글로벌 행보는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이전보다는 위축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틈틈히 해외 네트워크에 숨을 불어넣었다. 특히 작년 특별사면과 회장 취임 이후로는 국가 경제 행사와 해외 사업장 방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부터 중동을 넘나들며 사업 기회를 찾았다. 방문한 국가와 지역은 향후 삼성의 행보를 전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글로벌 광폭행보, 네트워크 십분 활용 '경제사절단·엑스포유치' 지원

6년 전부터 재판을 받으면서 이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그는 전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소수 거물들만 모이는 선밸리 컨퍼런스 등에 국내 기업인 중에서는 사실상 유일하게 참여해 왔다. 선밸리 컨퍼런스는 이 회장이 가장 신경 썼던 출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참석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재판이 지속되는 중에도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해외를 찾아 네트워크에 다시 숨을 불어넣었다. 작년 6월 14일(현지 시간)에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을 방문했다. 반도체업계의 '슈퍼 을'로 불리는 ASML을 찾아 피터 베닝크 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그의 글로벌 행보는 지난해 8월 15일 사면을 받은 뒤로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사업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국가경제, 사회공헌 등을 위한 행보도 다수 있었다. 우선 사면 직후에는 방한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회동했다. 이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과 추진한 'RT(Reinvent the Toilet) 프로젝트' 종료식을 갖기 위해서였다.

그다음 달에는 추석 연휴에도 쉼없이 움직였다. 지난해 9월 8일부터 10일까지 멕시코를 방문했다. 같은 달 13일에는 파나마에 등장했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예방하고 부산엑스포 개최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아울러 현지의 그룹사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했다.

올 1월에는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동행한 UAE 경제사절단,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여했다. 특히 다보스포럼 기간에 진행된 대통령과 글로벌 CEO와의 만남이 있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부터 내로라하는 글로벌 거물들이 집결했다. 이 과정에서 재계 총수들이 막후 조력했는데 이 회장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올 3월에는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4대그룹 총수와 동행했다. 올 4월에는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했다.


◇호암 오버랩되는 '기회의 땅' 중동 공략 부각

이 회장이 작년 10월 27일 회장으로 취임하자 그의 첫 해외 출장지를 둘러싸고 큰 관심이 쏠렸다. 재계에서는 어떤 곳이 첫 행선지가 될지 여러 관측을 쏟아냈다. 그는 작년 10월 28일 회장 취임 후 첫 국내 현장 방문으로 광주광역시 소재한 삼성전자 협력사 디케이(DK)를 찾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 때문에 폭넓은 예상이 나왔다.

첫 해외 출장지는 삼성전자의 회장이 아닌 '삼성그룹' 회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 회장은 중동을 택했다. 작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해당 사업은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진행하는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그의 UAE 방문은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방문보다 한 달가량 앞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세계적인 부호로 유명한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을 비롯한 고위층과 상당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익히 알려졌다. 대통령 경제사절단은 올 1월 14일부터 UAE를 찾았고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2022년 12월 6일 삼성물산의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은 이재용 회장(출처: 삼성전자)

그가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그룹 건설사의 중동 현장을 찾았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건강이 악화한 뒤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던 때 재계에서는 건설 계열사 '홀대론'이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행동으로 일축했다. 그는 2019년 9월 추석 연휴 셋째 날 출국해 삼성물산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그가 삼성그룹 건설사의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첫 사례였다. 이때 이 회장은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인 중동 행보를 통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회장으로서의 면모를 각인시키고 있다. 이 회장은 올 9월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추석 연휴를 활용해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를 찾았다.

3개국에서 삼성전자와 다른 계열사들의 사업을 모두 챙겼다. 이스라엘에서는 삼성전자 R&D센터를, 이집트에서는 삼성전자 TV·모바일 공장을 찾았다. 사우디에서는 '네옴시티' 현장을 챙겼다. 삼성물산은 네옴시티의 핵심 교통·물류 수단인 지하 철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의 중동 공략은 삼성 창업주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과 오버랩된다. 삼성의 중동사업은 호암의 혜안이 담겨있다. 삼성그룹은 초기에 건설과 무관했다 호암이 중동 특수를 겨냥하면서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1977년 통일건설을 인수해 삼성종합건설로 바꿨다. 이어 삼성해외건설을 설립했다. 1978년 국내의 유명 해외건설업체인 신원개발을 인수해 합병했다. 당시의 템포 빠른 결정 덕분에 현재의 삼성물산은 국내외 건설시장의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의 사우디 방문을 두고 또다시 국가경제를 위한 사전적 역할에 관한 관측도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은 이달 사우디와 카타르에 보낼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모집했다. 재계에서는 10대그룹의 총수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동 왕실과 두터운 이 회장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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