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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열 VC 톺아보기]하나벤처스, '선순환 투자' 구축...초기·팔로우온 강점③리딩·단독 투자 선호...회수 성과 창출 시작 '선구안' 주목

이기정 기자공개 2023-10-24 09:31:37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벤처스가 벤처캐피탈(VC)업계에 입문한 2018년은 '제2의 벤처붐'이 개화를 앞둔 시기였다. VC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가 축적되기 시작했고 정부 역시 대기업에서 중소벤처 중심으로 경제성장 정책을 전환하면서 신생 VC가 활약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하나금융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하나벤처스는 펀드의 결성부터 투자, 회수에 이르기까지의 '선순환 투자구조'를 일찌감치 구축했다. 특히 초기투자와 팔로우온 투자를 중심으로 하나벤처스만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하나벤처스의 향후 과제는 엑시트를 통해 포트폴리오 선구안을 증명하는 것이다. 현재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서서히 성과가 쌓이고 있다.

◇투자에만 오롯 집중...1호 블라인드 펀드 1년 6개월만에 소진 '완료'

하나벤처스는 다른 신생 V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업계에 진출했다. 그룹 계열사의 도움으로 펀드레이징이라는 1차 관문을 손쉽게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잇따른 펀드 결성으로 드라이파우더가 쌓이기 시작해 빠른 투자가 필요했다.

실제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하나벤처스는 설립 이후 꾸준하게 연간 700억~1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2022년에는 약 1800억원을 투자하며 업계 투자 순위(VC+PE 포함) 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하나벤처스의 운용자산(AUM) 순위는 23위였다.


펀드 소진율 역시 상당히 빠른 편이다. 2019년에 결성한 첫 블라인드 펀드인 '하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펀드'는 1년 6개월만에 투자 집행을 완료했다. 통상 VC가 조성한 펀드의 투자 집행 기간은 4년 정도다. 하나벤처스는 절반도 안되는 시간에 투자를 완료한 것이다. 해당 펀드의 규모는 1000억원이다.

하나벤처스는 이같은 투자 문화를 구축해 '트랙레코드'를 발 빠르게 확보하고자 했다. 트랙레코드는 VC가 출자사업에 지원할 때 내세울 수 있는 근거 자료다. 다양하고 우수한 실적의 트랙레코드를 보유할수록 출자사업에서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다.

강훈모 하나벤처스 상무는 "이미 시장에 자리잡은 대형 VC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하나벤처스만의 강점이 필요했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중요한 경쟁력으로 판단하고 투자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들이 펀드 결성을 지원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신생 VC이기 때문에 사후관리 등에 보유한 자원을 분산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이같은 투자 문화 형성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발빠른 트랙레코드 확보 계획, 투자기업 엑시트 임박 기대감↑

하나벤처스의 또 다른 특색은 초기 투자와 팔로우온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먼저 투자액 기준 초기 투자 비중이 30%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중후기 투자에 비해 초기에 소규모 금액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초기 투자에 할애하는 셈이다. 하나벤처스는 얼리 스테이지부터 참여해 성장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초기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만 초기 투자에만 전력투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로스와 프리IPO 투자 등 후기 투자도 가리지 않는다. 투자영역 역시 특정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바이오부터 IT, 딥테크 등 다양하다.

하나벤처스는 팔로우온 투자도 선호한다. 대표적으로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 설로인에 5년 동안 4번 투자한 경험이 있다. 하나벤처스 설립 당시는 VC의 팔로우온 투자가 많았던 시점이 아니었다. 하나벤처스는 팔로우온 투자를 다른 VC와 차별화되는 경쟁력으로 낙점했다.

강 상무는 "같은 투자라도 가능하면 투자를 리드하거나 단독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초기 투자한 기업이 기대한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후속 투자도 여건이 되는 한도 내에서 많이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자가 가능했던 이유는 경영진의 의지와 함께 젊은 심사역들이 많기 때문이다. 강 상무는 "하나벤처스는 다른 VC 대비 젊은 심사역이 많은 편"이라며 "이를 통해 새롭고 트렌디한 투자 문화를 조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나벤처스는 그동안의 공격적인 투자를 성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이미 기업공개와 인수합병 등을 통해 회수 실적이 쌓이고 있다. 향후 엑시트가 기대되는 포트폴리오도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타파스미디어(인수기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오션(토니모리), 로얄크로우(텐센트), 피피비스튜디오스(LB인베스트먼트), 비바웨이브(LG생활건강)를 전량·부분 엑시트했다. 평균 성과는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 40% 이상이다.

상장에 성공한 포트폴리오로는 지난 10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오에스피가 있다. 하나벤처스는 2019년과 2020년 오에스피에 총 28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현재 오에스피의 지분 절반 정도를 회수해 멀티플 2배 성과를 기록했다. 이외에 큐로셀과 에이피알, 이엔셀, 이노스페이스 등도 상장이 임박했다. 또 포트폴리오 중 유니콘으로 성장한 리디와 와디즈 등의 기업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VC업계 관계자는 "하나벤처스는 올해부터 회수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라며 "그동안 규모 대비 많은 투자로 업계의 걱정이 있었지만 선구안을 입증하고 있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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