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서울보증보험 IPO]예보의 구주 '헐값매각' 반대의지 컸다수요예측 결과 비공개 목적…내달 밸류 재평가 시기 조율 예정

손현지 기자공개 2023-10-25 07:29:18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보증보험이 2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현 시점에서 상장을 철회한다면 수요예측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반 청약까지 강행할 경우 시장 수요를 토대로 한 공모가격을 공개해야 한다.

희망공모밴드 내 주문수요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예보 측은 회사가치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IPO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세금이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인 만큼 헐값에 매각을 진행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서울보증보험 IPO는 신주 발행 없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구주 매각으로 100% 진행하는 딜이다. 구주 매출 전액이 공적자금 상환에 쓰이는 방식이다 보니, IPO 의사결정 체계에서 구주 이해관계자인 예금보험공사의 의견이 전적으로 중요했다는 전언이다.

◇세금 투입된 공적자금, 저평가 IPO는 'No'

금융업계와 IB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난 19일까지 5일간 서울보증보험 보통주 공모가 산정을 취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3만9500원~5만1800원) 내 가격으로도 주문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가격별로 주문도 골고루 들어왔다는 얘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마감날을 제외하면 수요예측 분위기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며 "눈에 띄는 연기금 투자자들이 없었을 뿐 공모밴드 내에서의 주문 수요가 꽤 있었다"고 전했다.

변수는 수요예측 마감날인 19일에 발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를 돌파했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국내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며 주식시장도 큰 폭으로 빠졌다.

마지막날 기관 투자자 상당수는 주문가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서울보증보험 수익성 하락 위험이 커져서다. 채권 평가손실 위험은 높아질 경우 보증을 받은 차주의 상환이 떨어지게 되고, 수익이 줄어들면 가장 큰 장점이었던 '배당금'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생긴다.

23일 서울보증보험 IPO 추진단은 상장 철회 결정을 공시했다. 오전 주관사단 회의와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회의에서 모두 상장을 중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공자위엔 회계·법률 대표 민간 위원 6인과 예금보험공사,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예보 측이 강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IPO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구주 매각으로 100% 진행했다. 공적자금에 정부의 세금이 반영된 만큼 예보 입장에선 헐값으로 공모가가 산정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추후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적정 시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을 강행할 경우 25~26일로 예정된 일반청약을 위해,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산출한 최종 공모가를 확정 공시해야 한다"며 "하지만 상장 절차를 중단할 경우 시장가격의 민낯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며 공자위의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 상장 시점은? 'B플랜' 주목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관사단과 예금보험공사등 서울보증보험 IPO 추진단은 조만간 B플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달 2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공식 논의될 전망이다.

B플랜은 크게 3가지 방안으로 압축된다. 한국거래소 상장예심 유효기간인 내년 2월 전 수요예측을 다시 진행하던가, 그 이후에 상장시점을 고려하던가, 아니면 전략적투자자(SI) 매각 등 다각도로 시나리오를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첫번째 시나리오 대로라면 시장금리 상황이 안정화되는 시점을 잡아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으면 된다. 통상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통과후 6개월 내로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 예심 승인 시점이 지난 8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장 유효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내년 2월 전까지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면, 그 이후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절차부터 다시 진행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구주매출 방식의 IPO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구주매출 방식의 IPO는 상장사에 직접적으로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에게 돈이 들어가 투자자 확보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IPO가 아닌 비상장 상태에서 입찰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진행하는 시나리오도 구상 가능하다. 다만 가능성은 적다. 금융위원회는 IPO를 통해 서울보증 10% 지분을 매각한 뒤, 단계적으로 소수지분 매각을 통해 경영권을 민영화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해당 로드맵이 아직 유효한 만큼, 계획을 수정하려면 금융위 공자위의 의결이 필요하다.

서울보증보험 측은 이번 상장 철회 결정을 내렸지만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해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기업설명회(IR) 과정에서 밝혔던 미래성장 전략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손익 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향후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