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GDC, 아태 물류기지 꿈꾸는 세 가지 '비기' 원스톱 솔루션·정확도·로봇 협동이 높인 효율로 글로벌 톱 겨냥
인천=허인혜 기자공개 2023-11-13 18:06:2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2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의 첫 감상은 '도서관'이다. 물건이 이리저리 쌓여있고 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근로자들을 떠올렸는데 틀렸다. 예상 밖으로 차분했고 제품들은 서재에 꽂힌 책처럼 빼곡하게 적재돼 있었다.도서관을 떠올린 건 외관 때문만은 아니다. 작업 과정도 마치 도서관 같다. 기계가 접은 박스는 컨베이어 벨트로 전달되고, 박스가 다가오면 제품이 비치된 물품 칸에 불이 켜진다. 검색으로 도서관에 비치된 책의 위치를 확인하고 책장 숫자를 따라가는 과정을 닮았다.
다른 점은 GDC는 로봇이 직접 사람을 찾아온다는 것. CJ대한통운은 9일 인천에 위치한 GDC를 공개했다. 우리나라 유일의 글로벌 권역 풀필먼트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아이허브(iHerb)를 주고객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호주,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태평양 4개 국가에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 온도, 습도'부터 포장 출고까지 '원스톱'
GDC 투어를 위해 이동하기 전 허신열 CJ대한통운 경영리더(상무)는 "겉옷은 두고 가라"고 권했다. 이어 "내부가 항상 21~23도 사이로 일정하게 유지돼 외투를 걸치면 덥다"고 덧붙였다. 배려였지만, 말 속에는 온도와 습도까지 신경쓸 만큼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깨알 자랑'도 섞여 있었다.
GDC는 접수와 발송을 한 자리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주요 설비 덕분이다. 건강보조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GDC의 특성상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모니터링해주는 정온설비도 그중 하나다. QPS와 오토스토어, 스마트패키징이 4대 주요 설비로 꼽힌다.
먼저 둘러본 곳은 QPS(Quick Picking System)다. 작업자가 박스로 찾아가는 방식에서 박스가 사람에게 가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작업자 앞에는 타원형의 컨베이어 벨트가 놓여있다. 주문 정보가 내장된 상자가 움직여 작업자 앞에 알아서 멈췄다. 물건은 뒷편 선반에 정리돼 있다. 작업자의 행동반경이 2m를 넘지 않았다.
로봇들은 똑똑했다. 배터리가 방전된 로봇들은 벽면과 기둥에 설치된 충전기를 찾았다. 10분 충전에 4시간 운행이 가능하다는 게 이경진 CBE운영팀장의 설명이다. 주문량이 많은 제품은 상단배치해 시간을 아낀다. 이 팀장은 "보관 효율성은 4배, 출고 처리능력은 2.8배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원스톱 솔루션을 구축하며 아태 물류기지를 자처한 꿈도 현실화됐다. 속도가 빨라져서다. 인천공항과 딱 붙은 위치도 속도전을 가능하게 해 주는 요소다. 미국에서 배송한 물건을 GDC에 보관하는 한편 인근 국가의 주문을 받아 원스톱으로 출고할 수 있다.
◇박스만 입장해도 선반에는 불 '탁', 무게로 오류 잡는다
사업 규모와 개별 정확도는 통상적으로 반비례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처리해야할 일이 많아지니 오류 비율이 같더라도 절대적인 수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정확도를 잡는 게 큰 숙제다.
GDC의 규모는 연면적 약 2만㎡이다. 500만개 이상의 제품을 보관할 수 있다. 아시아 물류기업 GDC 중 가장 크다. 운송업의 특성은 결국 제품이 발송돼 관리 영역을 떠나게 된다는 것. 미리 오류를 잡지 못하면 해결하는 데 소모되는 노력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GDC는 정확도를 어떻게 높이고 있을까. 중량검수대가 대표적이다. 무게를 통해 상품이 제대로 담겼는지를 검사한다. 일부러 휴대전화를 박스 안에 집어넣자 중량검수대가 '퉤'하듯 박스를 뱉어냈다. 이 팀장은 "컨베이어에 연결된 설비로 물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검수법"이라며 "5년째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QPS에서는 박스가 작업자 앞에 서면 적재된 선반 중 들어갈 물품이 있는 칸에 불이 들어온다. 검수 후 레이저 투사까지 받는데, 빈 공간을 정확히 파악해 보충제를 자동으로 넣기 위해서다.
◇'현대판 추노' 옛말…로봇이 찾아주고 옮겨준다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는 악명이 높다. 택배 물품을 나르고 포장하는 상하차 알바는 우스갯소리로 '현대판 추노'로 불린다. 무거운 물건을 이고 나르는 일이 너무 고돼 일을 중단하고 도망가는 단기 근로자가 많다는 데서 유례했다.
GDC은 추노와 어울리지 않았다. 로봇과 협업해 노동강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PTG(Person-To-Goods) 방식에서 GTP로 전환하며 근로자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먼 거리를 이동하는 등의 노동이 최소화됐다. 이 팀장은 "물류센터도 꿀알바가 될 수 있다"는 농담을 더했다.
GDC는 그만큼 자본적지출(CAPEX)과 연구개발(R&D) 비용을 많이 쓴다. 현재까지는 투입비용과 이익률이 정비례하지는 않고 있다는 게 CJ대한통운의 답이다. 추가적으로 더 비용을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공을 들이는 이유는 CBE(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전망 때문이다. 영국 리서치 기업 TI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6년 178조원에 다다른다고 봤다. 한국에서는 2021년 1조1000억원에서 2026년 1조3000억원으로 약 21.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CJ대한통운은 사우디에서 중동 지역 인근 국가로 발송하는 '사우디GDC'도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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