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16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제조사 취재를 맡으며 가장 의아했던 점은 경영진 및 임원들이 막상 전기차를 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법인차는 대부분 내연기관차다. 대표이사나 그룹 회장들은 대부분 G90을, 다른 임원들은 이보다 낮은 등급의 고급차를 탄다. 어쩌다 가끔 하이브리드차가 끼어있었던가.그간 만난 삼성전자 계열사 임직원들은 예외없이 갤럭시폰, 스마트폰 사업이 남아있던 당시 LG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모두 LG 스마트폰을 썼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법인용이 아닌 '내돈내산'임에도 같은 계열사 제품을 선택했다. 다른 스마트폰을 써보고 싶지 않으냐, 넌지시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이 비슷한데 항상 인상적이다. "우리 회사 제품이 좋다고 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다른 회사 스마트폰 쓰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물론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완전히 다르다. 자동차가 교체주기도 훨씬 길뿐 아니라 구입할 때 따져야 하는 조건도 많다. 배터리나 소재 업체들이 만드는 제품이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차의 한 부품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을 테다. 대표이사 및 고위 임원들이 탈 만한 고급 전기차 종류가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속에서는 자꾸 '그래도'만 맴돈다. 그래도 제품력이나 비전을 진정성있게 납득시키려면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을 텐데.
전기차 모델 출시가 늘어나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긴 했다. 법인용 차량으로 전기차 채택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는 대부분 가지고 있다. 실제 모 전기차 배터리 소재 업체는 최근 새로 입사한 임원에게 전기차를 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해 법인차로 사용되는 전기차 숫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른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에서는 직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임원에게 지급하는 차량을 소나타에서 아이오닉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삼성 계열사 대표이사 일부는 이미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BMW i7을 타고 다니고 있다. 주요 전기차 배터리·소재 기업의 대표이사들이 전기차를 타고 다닐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시선이 향하는 곳은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는 그룹 총수들이다. 사실 사업에 있어서는 배터리·소재 계열사 대표이사들보다 더 상징적인 인물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공식석상에 전기차를 타고 등장한다면 나름 센세이셔널한 장면이 될 것 같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확신이나 성장에 대한 의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확실한 사건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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