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기준 모호한 중복상장, SK엔무브 바라보는 후발 주자들주주보호 방안 고심, SK온 우려에는 '주식교환' 해결책 이미 제시
김위수 기자공개 2025-05-08 08:05:27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2일 14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인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상장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중복상장 구조'다.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최근 들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SK엔무브는 IPO를 끝마치기 위해 주주보호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중복상장 기업의 IPO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는 상태라 예비 IPO 기업들과 이 기업들의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 역시 준비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엔무브가 그럴듯한 주주환원 방안을 제시해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하게 된다면 IPO 시장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중복상장 논란에 고민 커지는 기업들
한국거래소가 SK엔무브에 주주보호 방안을 요구하자 뒤이어 IPO를 준비하던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SK엔무브와 마찬가지로 중복상장 구조가 되는 기업들이 특히 그렇다.
특히 한국거래소의 심사 승인 허들이 예전보다 높아지면서 예심 청구 전 사전심사 절차가 이전보다 꼼꼼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회사가 이미 증시에 상장해 있는 IPO 준비 기업들은 현재로서는 예심을 청구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워할 정도다.
예심 청구에 들어가더라도 IPO 절차를 완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IPO 절차 중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난다면 심사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에서도 이를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IPO를 준비하던 기업이 상장 절차를 보류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했다. 실제 IPO 시장 '빅딜'이 될 것으로 기대받았던 모 기업도 중복상장 논란에 상장을 강행하기보다는 시장 분위기를 살피는 중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중복상장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없다는 점은 IPO 준비 기업 및 주관사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량적인 기준을 요구하기도 애매하다"며 "상황을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IB업계가 SK엔무브가 내놓을 해답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엔무브가 제시한 주주환원 방안이 거래소, 나아가 주주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낸다면 뒤따라 IPO를 추진할 기업들이 참고할 사례가 생기게 된다. 중복상장 구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이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지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안만큼은 제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 답은 알고 있지만…
중복상장 이슈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상장을 마친 기업의 사례도 있다. 필에너지는 2020년 필옵틱스가 2차전지 장비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기업으로 3년 후인 2023년 IPO를 진행했다.
'쪼개기 상장'으로 문제가 된 LG에너지솔루션 IPO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물적분할 후 상장' 기업이었다. 금융당국 및 주주들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다. 필에너지는 모회사 필옵틱스 주주 보호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 IPO 과정을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당시 필옵틱스는 필에너지 공모 과정에서 공모주의 20%를 기존 필옵틱스 주주에게 배당했다. 또 필에너지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로 얻은 자금의 20%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투입했다. 당시 주주환원 규모는 최대 220억원으로 추산됐다. 필에너지가 IPO를 통해 모은 공모금(956억원)의 20%가 넘는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이었다.
필에너지 IPO를 통한 이윤을 주주들과 공유할 수 있는 구조의 주주보호 방안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SK이노베이션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자체적으로도 중복상장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은 적이 있다.
SK온의 IPO가 예정된 상황인 만큼 이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3년 SK온이 IPO를 실시할 경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SK이노베이션 주식과 SK온 주식을 교환하도록 하는 방안(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 기준 10% 이내)을 제시한 바 있다. 또 SK온의 구주매출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특별배당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계획을 발표했던 당일에만 주가가 전일 대비 14% 가까이 상승했을 정도로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이를 SK엔무브에게까지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식교환을 위해서는 SK이노베이션이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SK온에 대한 주식교환에 필요한 자사주는 최대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 기준 10%에 상응하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의 최근 시총은 14조원 안팎으로 SK온에 대한 주식교환에 필요한 자금만 하더라도 현재 기준 최대 1조4000억원이 된다. 여기에 특별배당까지 고려하면 '1조4000억원+α'가 된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순차입금이 31조원을 넘어섰다. SK온 주주환원에 자금 투입이 확정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현금 지출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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