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DMO 전략 분석]빅파마 도약 열쇠 '유한화학'…차별화 핵심 고부가 신약저분자화합물 전문 CDMO…최근 화성공장 HB동 준공, 마케팅도 강화
차지현 기자공개 2023-12-01 12:57:15
[편집자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Worldwide 2023'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글로벌 제약사(빅파마)가 먼저 찾는 리더였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지 10여년, 바이오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이 바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었다. 자연스레 삼성을 잇는 국내 후발주자들이 대거 생겨났다. 전통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텍, 대기업 등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든다. 더벨이 기업별 전략 및 차별점을 짚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여년에 달하는 오랜 업력에 걸맞게 유한양행의 포부는 크다. 오는 2026년까지 연 매출 4조원을 달성해 전 세계 50대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로 날개를 단 데 따른 자신감이다.하지만 올해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가 바로 CDMO 사업이다. 자회사를 통해 관련 사업을 영위 중인데 최근 들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신규 고객사 확보에 힘을 쏟는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매년 1000억 '쏠쏠한' 캐시카우…CDO도 지속 투자
3년 내 연 매출 4조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유한양행에 있어 CDMO 사업은 유독 중요하다. 국내 최초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렉라자가 빅파마 도약을 위한 굵직한 한방이라면, CDMO 사업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과도 같다.
CDMO 매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캐시카우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DMO 매출은 유한양행 전체 매출의 약 10%다. 연결 기준 총매출이 1조7758억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매년 1000억원 이상을 CDMO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셈이다.
CDMO 사업을 담당하는 곳은 1980년 설립된 유한화학이다. 9월 말 기준 유한양행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저분자 화합물 전문 CDMO를 표방한다. 항바이러스제 등에 대한 원료의약품(API) CDMO 사업이 주를 이룬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준인 미국 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cGMP) 생산 시설을 갖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품질위원회(EDQM), 일본 의약품의료기기통합기구(PMDA), 호주 의약품관리국(TGA) 등으로부터 품질 및 제조 관리 기준 인증을 획득했다. 안산 1공장과 화성 2공장 등의 총 생산능력(캐파)은 70만리터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유한양행이 수주를 담당하고 유한화학이 API를 생산하는 구조다. 유한양행 내 해외사업부 CDMO팀이 고객 개발 및 관리, 프로젝트 운영, 입찰, 수주 등을 진행하고 유한화학이 생산을 맡고 있다.
특히 CMO 앞단의 연구개발(R&D) 영역인 위탁개발(CDO) 부문에 지속해서 투자를 하고 있다. 대규모 수주가 가능한 CMO 사업과 비교할 때 수익이 큰 편이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CMO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화학에서 생산하기 전에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의약공정부문에서 공정개발 및 최적화를, 나아가 유한화학에 기술이전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부가가치' API로 차별화, 캐파 확장에 마케팅 강화 눈길
작년부터 CDMO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국제 제약바이오 박람회 등에서 단독 부스를 꾸려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신규 고객사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고품질 생산 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최근엔 캐파 확장 승부수도 띄웠다. 지난 1일 화성 공장에 연면적 9709제곱비터 규모 HB동을 준공했다. 앞서 지난해 말 증설을 발표했는데 계획대로 완공하면서 CDMO 역량을 강화했다.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맞춰 추가 캐파 확보도 검토 중이다.
다만 고민도 있다. 먼저 특정 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화이자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API 공급을 맡은 길리어드의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의 효능이 지나치게 좋은 탓에 C형 간염 치료제 자체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실제 2018년 1888억원을 기록했던 유한화학 매출은 2020년 123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조금씩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이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유한화학 매출은 1495억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저분자 화합물 CDMO 시장은 중국과 인도 기업이 저가 공세로 위협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API 생산 단가는 물(생수)을 사서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렴하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 제약사라도 가격 경쟁으론 장기적인 생존이 어렵다는 얘기다.
차별화 전략으로 유한양행은 '고부가가치 저분자 원료의약품'에 집중하는 방법을 택했다. 신약 또는 신약후보물질 생산에 필요한 API의 합성공정연구와 판매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타깃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에 위치한 빅파마 또는 중소 바이오파마로 정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자사 CDMO의 핵심 가치는 능동적(Proactive), 책임감(Accountability), 투명성(Transparent), 기술적우위(with Technical Excellence)로 이는 현재 주요 고객사가 높이 평가하고 또 재방문하는 이유"라며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의 뛰어난 연구력, 유한화학의 고품질, 유한양행 해외사업부의 프로젝트운영 그리고 서비스 제공의 신속함 등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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