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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로봇 미래는]군용로봇 마스코트 '로봇 개', 선두기업 입장차 속내①미군 공급 고스트로보틱스 LIG넥스원 품에…보스턴다이내믹스 "무기화 반대"

임한솔 기자공개 2023-12-14 09:21:39

[편집자주]

로봇의 어원은 노동을 의미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다. 인간의 노동을 대신 수행하는 게 로봇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21세기 들어 로봇은 대부분의 산업현장에서 고된 작업을 대신하게 됐다. 이제는 미래 전장이 로봇을 기다리고 있다. 군용로봇 시장은 2030년 4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개화기를 맞은 군용로봇 시장의 현황과 각 기업들의 전략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2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를 닮은 사족보행로봇을 느닷없이 걷어차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한때 유행했다. 영상 속 로봇은 거칠게 밀려났으나 끝내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회복했다. 지형 극복 능력도 보여줬다. 가파른 산길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통과했다. 빙판 위에서는 몇 번이고 미끄러지면서도 자세를 잡았다.

이 영상이 처음 공개된 게 2005년이다. 영상에 등장한 로봇 '빅 독'은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하버드대 등과 함께 개발했다. 돈을 댄 곳은 미국 국방부 산하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었다. 작전지역에서 군인 대신 짐을 들어줄 로봇의 개발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빅 독은 지나치게 큰 소음을 내는 등 단점으로 인해 끝내 미군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빅 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로봇 개'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사족보행 형태의 안정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차량이 다니기 어려운 장소까지 군인과 동행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위험한 적진을 정찰하는 데 사람 대신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고스트로보틱스 사족보행로봇 '비전60'이 미군 기지에서 테스트되는 모습. (출처=고스트로보틱스)

로봇 개는 2020년대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군대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2015년 설립된 미국 로봇기업 고스트로보틱스가 미군에 사족보행로봇 '비전60'을 공급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비전60은 2020년부터 미 공군 일부 비행기지의 경비용으로 테스트된 뒤 2021년 정식 배치됐다. 고스트로보틱스는 현재까지 로봇 약 300여대를 공급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스트로보틱스는 로봇이 장차 국경경비 등 더 넓은 범위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빈 케넬리 고스트로보틱스 CEO는 올해 6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매년 남부 국경 인근에서 이주민 수백명이 익사하거나 고온으로 인해 사망한다"며 "열 감지 카메라를 로봇에 장착해 너무 늦기 전에 이들을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성과는 군용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도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세계 군용로봇 시장이 2030년 4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첨단 방산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미군을 중심으로 군용로봇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웨어러블로봇, 정찰로봇 등을 개발하며 군용로봇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LIG넥스원이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결정한 까닭이다. LIG넥스원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손잡고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약 315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내년 6월 인수가 완료되면 LIG넥스원은 신규 성장 플랫폼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 방산시장 진출 거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빅 독을 만들었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현 상황은 어떨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6년 빅 독을 개량한 사족보행로봇 '스팟'을 선보였고 이밖에도 이족보행로봇 '아틀라스', 물류로봇 '스트레치' 등 여러 종류의 로봇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로봇들을 무기로 사용하는 데는 반대한다는 게 공식적인 의견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10월 다른 로봇기업 5개와 함께 공개서한을 내고 "로봇 무기화는 사회에 가져올 엄청난 이익을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기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해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9월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가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무기 장착 로봇의 판매 및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이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족보행로봇 '스팟'이 HMGICS에서 자동차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출처=현대차)

군용 로봇을 개발하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태도가 바뀐 까닭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 달라진 사업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사들인 뒤 공장, 건설현장, 물류센터 등 각종 산업현장에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을 투입하는 중이다. 11월 준공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는 스팟이 생산라인 품질 검사를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밖에서도 보스턴다이내믹스 고객층은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특히 물류 쪽에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9월 유럽 온라인 유통기업 오토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스팟 및 스트레치 공급계약을 체결한 일이 대표적이다.

민간용으로 로봇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지만 사회에서는 아직도 로봇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회사가 직접 나서서 로봇의 평화적 활용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여론이 로봇 도입을 막은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은 앞서 2021년 뉴욕경찰국(NYPD)에 임대돼 잠시 사용됐으나 로봇의 무기화 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발로 조기 퇴출됐다. 하지만 NYPD는 올들어 다시 스팟을 도입해 순찰 등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로봇 개 활용법에 대한 의견이 상이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고스트로보틱스는 실제 사업적으로도 갈등을 빚는 관계다. 작년 11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고스트로보틱스를 사족보행로봇 관련 특허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고스트로보틱스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라 향후 상당한 기간 법적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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