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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약바이오 마켓리뷰]엔데믹 이후 사라진 '메가딜', 요동치는 '물밑 투심'[비상장]IPO 혹한기 영향, 프리IPO도 주춤…'KRX 헬스케어' 상관성 주목

최은수 기자공개 2023-12-29 08:11:37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국내 비상장 제약바이오 펀딩 시장의 가장 큰 변곡점은 엔데믹이었다. 2020년 이후 자주 보이던 500억원 이상의 메가딜이 갑자기 실종됐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들어 밸류의 현실화가 이뤄졌다는 판단으로 조금씩 물밑에서 바이오 투자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500억 이상 메가딜 전무, '프리IPO' 부진 여파

더벨이 2023년 한해 국내 비상장 제약·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자금 조달 현황(12월 27일 자금 납입 완료 건 기준)을 파악한 결과 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바이오텍은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벨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후 500억원 이상 메가딜이 집계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근접한 조달 성과를 기록한 곳은 휴먼스케이프가 유일했다. 시리즈C 펀딩에서 400억원을 모집했다. 익스텐션 라운드를 거쳐 증액을 마무리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20년 부광약품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시리즈B로 510억원을 조달했다. 2021년엔 지아이이노베이션(프리IPO, 1603억원), 휴온스바이오파마(SI, 1544억원), 루닛(프리IPO, 720억원), 스탠다임(프리IPO, 612억원), 오름테라퓨틱(시리즈C, 600억원), 디앤디파마텍(프리IPO, 590억원), 지아이셀(시리즈B, 500억원) 등 7곳의 메가딜이 있었다.

2022년에도 아리바이오(프리IPO, 1345억원), 바이오팜솔루션즈(프리IPO, 750억원), 바이오오케스트라(시리즈C, 545억원) 등이 대규모 자금을 시장에서 끌어모았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프리 IPO 단계서 메가딜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트렌드가 흔들린 건 IPO 문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3년엔 집계 이래 처음으로 프리IPO를 통한 총 조달 금액이 시리즈C를 밑돌기도 했다.

자금 조달 현황을 시리즈별로 구분하면 시리즈B(3650억원)의 비중이 가장 컸다. 해당 기간 시리즈B 명목(프리시리즈B, 시리즈B 브릿지 포함)으로 투자를 마무리한 곳은 32곳으로 전체 조달액 1조1654억원 가운데 약 31%를 차지했다.

밸류에이션 바겐세일, 기업가치 정상화 과정 의견도 제기

각 기업들의 조달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건 그만큼 밸류에이션도 낮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 바이오텍 가운데 가장 많은 260억원을 조달한 오름테라퓨틱의 사례로도 시장 사정을 미뤄 알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직전 라운드 대비 40% 가까이 낮춘 몸값을 제시하고 나서야 급한 자금 조달할 수 있었다.


그간 기술 발전에 따라 몸값을 높여만 오던 바이오벤처들이 트렌드를 역행하게 된 건 시장 상황이 한층 심각해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 상장 바이오·헬스케어 업체들의 시가총액 추이를 나타내던 KRX헬스케어지수는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최고점(5500)을 찍고 2021년부터 내림세로 전환했다.

최악의 펀딩난을 경험했던 2022년 하반기와 2023년 상반기 들어 KRX헬스케어지수는 2000 초반대를 횡보했다. 코로나19 전후로 치솟았던 상장 바이오텍의 밸류가 조정에 들어가자 비상장 바이오텍의 조달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비상장 바이오텍의 펀딩 성과는 KRX헬스케어 지수를 반년가량 늦게 추종한다는 것이 통설"이라며 "2023년 하반기 들어 지수 반등이 시작되자 비상장 투자 시장 자금 유입도 다시금 늘어나고 있는 점을 보면 거품이 걷히고 시장이 성숙하면서 밸류 정상화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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