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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합병도 매각도 인수도 아니다, '이종결합' 첫 사례 의미OCI '통합'에 7700억 투입하고도 최대주주는 임주현, 양사 부족분 채워주는 '동행'

차지현 기자공개 2024-01-16 10:14:34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형 제약그룹과 태양광 대기업의 결합이라는 점 외에도 이번 딜의 관전포인트는 또 있다. 바로 합병도 매각도 인수도 아닌 특이한 딜 구조다. 외형상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미그룹 측 인사가 통합지주사 단일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균형을 맞췄다. OCI그룹이 한미그룹에 대해 '점령군'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키 위해 회사를 매각해야 할 위기에 처했던 한미그룹, 부광약품 인수로 제약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역량 부족으로 고전하던 OCI그룹. 양사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분을 메워줄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상호간 신뢰 하에 하나가 된 그야말로 '대통합'이다.

◇특이한 딜 구조 성사 핵심은 '신뢰'…구조적 균형으로 존중 표현

화학·태양광 소재에너지 OCI그룹과 국내 상위권 제약사 한미그룹의 결합. 이종산업이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되는 빅딜은 인수합병(M&A)을 통한 거래가 아니었다는 데 주목된다. OCI그룹의 지주사가 최대주주인 송영숙 회장의 한미그룹 지주사 지분을 사들이고 한미그룹의 후계자인 임 사장은 지분스왑으로 OCI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최대주주 지분을 사들인 OCI그룹이 한미그룹을 인수하는 형태로 보이나 실상 그렇지 않다. 이번 거래로 OCI홀딩스가 한미OCI홀딩스로 변경되는 가운데 단일 최대주주는 임 사장이 되기 때문이다. OCI그룹이 최대주주 지분을 사들이고도 최대주주가 아닌 이상한 구조,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점령군'이 아니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회장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최대주주' 되기는 하지만 임 사장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계약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송 회장과 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식 677만6305주를 현물출자하는 대가로 OCI홀딩스가 신주 229만1532주를 부여 △OCI홀딩스가 송 회장 외 3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744만674주(약 2775억원)를 매입 △한미사이언스가 실시한 24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OCI홀딩스가 참여하는 형태다.

이로써 한미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2065만1295주 획득에 총 7703억원 투입한다. 외형적으론 한미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를 사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임 사장이 두 그룹 정점에 있는 한미OCI홀딩스 단일 개인 기준 최대주주(지분율 8.62%)에 오르면서 균형을 맞췄다. 통합 지주사에 대한 이 회장을 포함한 OCI그룹 일가 지분율은 25.7%다.


인수도 합병도 아닌 이 같은 두그룹의 결합은 그야말로 대통합이다. 누가 누구를 점령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이다. 지배구조 역시 정점에 있는 지주사를 공동경영하는 방식으로 각각 구획을 나눈 단출한 방식이 됐다. 한미OCI홀딩스라는 공동지주사를 공유하는 한지붕 두가족 체제의 완성이다. 가족이 아닌 이질적인 두 그룹의 지배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단순히 '이해관계 일치' 차원을 넘어선다. 이번 딜의 핵심은 상호 간 신뢰가 기반이 됐다는 데 있다. 독립 경영을 지지하고 간섭하지 않겠단 믿음이 계약이 성사된 배경으로 꼽힌다. 누가 누구를 점령하지 않더라도 각자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실제 이 회장은 빅딜 이후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준 송 회장과 임 사장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존중을 얘기했다.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서는 관계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바이오 사업에 문외한인 OCI그룹이 영역 확장을 위해 한미그룹의 기술과 인력 등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언급한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제약바이오 사업 역량 절실 'OCI', 재원마련 시급 '한미' 이해관계 일치

이 같은 대통합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고도 적합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신성장동력을 제약바이오에서 찾지만 역량이 부족한 OCI그룹과 제약바이오 사업역량은 있지만 상속세 탓에 회사가 휘청이는 한미약품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OCI그룹은 6년 전부터 신약 및 바이오 사업으로 발을 내디뎠지만 수확을 하진 못했다. 2018년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하고 투자를 전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22년 부광약품을 전격 인수하며 제약사업까지 발을 넓혔다.


하지만 투자한 바이오텍의 성과는 지지부진하고 부광약품은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이도저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20여년간 단 한 번도 적자도 내지 않았던 부광약품은 OCI 편입 첫해 연간 기준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결국 작년 말엔 경영 정상화를 명분으로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들을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신약개발이라는 분명한 의지와 자본력은 있지만 역량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OCI그룹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했다.

한미그룹 입장에선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마련이 골칫거리였다. 2020년 8월 창업주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이 갑작스레 타계한 뒤 유족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매조건부주식매매'라는 생소한 제도를 이용해 자금마련을 한 데 더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까지 끌어들이며 해결을 모색했지만 충분치 않았다. 제약업계선 지난해 내내 한미그룹이 투자유치를 위해 제약사들을 만나고 다녔단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이종산업' 그룹의 통합이라는 유례없는 빅딜은 양사의 고민을 해결하는 '윈윈 효과'를 누리게 됐다. OCI그룹은 한미약품 신약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바이오사업에 재도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와 조단위 빅딜을 터뜨린 명실상부 톱티어 신약개발사다. 한미약품 기술력과 역량을 더하면 부광약품의 쇄신도 기대할 수 있다.

한미그룹 오너입장에선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신약 연구개발(R&D) 비용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미약품이 연간 투입하는 R&D 비용은 1500억원가량.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882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상태가 녹록지 않다. OCI그룹이 보유한 풍부한 유동성과 캐시카우는 향후 성장을 위한 든든한 밑받침이 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대통합이라는 진정성을 지분관계는 물론 경영진 전열에서도 드러난다. 한미OCI홀딩스 경영진으로 이 회장과 임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 지위에 올라서게 된다. 동등한 관계를 의미한다. 서로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구축하면서 돈독함을 한층 강화했다.

양사는 향후 그룹별 한명씩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 두 명을 선임, 공동 이사회를 꾸린다. 후속 사업조정 등도 예상된다. 다만 독립 경영을 선언한 만큼 거창한 인수 후 통합작업(PMI)은 필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 회장은 지난 14일 임직원에게 전달한 메시지에서 "새로 가족이 된 OCI그룹 임직원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고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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