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CEO 인사 코드]SK이노베이션 대표의 조건 '유공 출신·전략통'③부회장 승진 공통점도...박상규 신임 사장, 체질개선 시동
정명섭 기자공개 2024-01-22 14:15:12
[편집자주]
SK그룹이 2024년을 대비할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다. 부회장단 전원이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자리를 이동했고 계열사 CEO 7명이 교체됐다. 2016년 정기인사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변화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등판 등 예상을 벗어난 인사도 눈길을 끌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위기 의식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벨은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 인사에 담긴 코드를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9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석유화학 사업부문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은 그간 내부에서 육성된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2007년 SK그룹에서 분할한 이후 방향타를 쥔 5인의 CEO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유공 출신이다. 중간지주사 체제가 확립된 이후에는 '전략통'이라는 조건이 추가됐다.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거친 사장은 모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공통점도 있다.◇CEO 5인 중 4인이 내부 출신...중간지주사 전환 후 '전략통' 기용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2007년에 분할해 에너지·화학 분문 사업회사(당시 SK에너지)가 됐다. 2011년 SK에너지가 중간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금의 SK이노베이션 구조가 확립됐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SK이노베이션을 거친 CEO는 △신헌철 부회장(2007~2008년) △구자영 부회장(2008~2014년) △정철길 부회장(2015~2016년) △김준 부회장(2017~2023년) △박상규 사장(2024년~) 등 5명이다.
이 중 구 부회장 외에는 모두 유공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CEO 자리까지 올랐다. 구 부회장은 뉴저지주립대 공대 교수, 엑슨모빌 연구원 출신의 R&D 전문가로 2008년에 영입됐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이끌었고 그 공을 인정받아 2012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SK이노베이션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한 이후에는 유공 출신에 더해 '전략에 능한 리더'라는 조건이 더해졌다. 석유개발(E&P),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배터리, 소재 등 다각화된 사업을 관할하고 자산총계가 무려 약 80조원(2023년 9월 말 기준)에 달하다보니 생산 효율화나 사업 안정성을 두루 챙길 수 있는 CEO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과 김 부회장, 박 사장 모두 기획·전략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들이다. 정 부회장은 SK구조조정본부 구조조정 담당 상무와 인력팀장 등을 거쳤다. SK이노베이션을 이끌 다시 포항물류센터 부지 등 크고 작은 비핵심 자산들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 투자 실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회장도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었다. 실적 개선 외에도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지분 매각, 울산 석유화학 공장의 '친환경 사업장 전환' 계획 등 사업재편을 주도해왔다.
박 사장은 1987년 유공에 입사한 이후 SK㈜ 기획담당, SK네트웍스 S-Movilion 본부장, SK㈜ 비서실장 등을 거쳤다. 2017년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에 부임한 후 에너지 사업 부문 내 홀세일사업부와 직영주유소 사업을 매각하고 SK렌터카(옛 AJ렌터카)를 인수해 사업구조를 바꿨다.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거친 CEO들은 모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대표이사 근무 1년 만에 승진했고 김 부회장은 5년 만에 승진했다. 부회장 승진 이후에는 1~2년간 근무하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에 박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차기 부회장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상규 신임 사장, 사업·투자 계획 원점 검토
박 사장은 작년 말 SK그룹 정기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 신임 총괄사장에 선임된 이후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업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현업 부서별로 업무 보고를 받고 수정, 보완을 지시하는 일로 하루 일정을 채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한 미국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7년 만의 대표이사 교체라 일선 부서에서도 긴장감이 역력한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새 대표이사는 아무래도 회사 현안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SK이노베이션 사업·투자 계획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투자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다. 이미 짜놓은 계획들이 백지화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박 사장은 새해 일성으로 '체질개선'과 '포트폴리오 내실 다지기'를 주문했는데, 철저히 본인의 발언대로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박 사장이 부임한 동시에 진행된 조직개편도 그가 올해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갈지를 보여준다. 전략을 담당하는 포트폴리오 부문과 재무 부문을 '전략·재무 부문'으로 통합했다. 전략·재무 부문 산하에는 재무본부와 지속경영본부 등이 자리한다. 이는 신규 사업에 투자하거나 전략을 세울 때 재무적 판단 기준을 더 높여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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