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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을 움직이는 사람들]SK그룹 '제조 외길' 최근민 CPO, 배터리 구원투수로③반도체 특허 64건 출원...국내외 공장 수율·가동률 관리 중책

정명섭 기자공개 2024-02-22 09:44:41

[편집자주]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의 성장 속도가 매섭다. 2023년 역대 최대 매출(12조897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매분기 적자 폭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배터리 수주 잔고는 400조원까지 늘려 중장기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다만 2024년은 전기차 업황 둔화에 따른 '배터리 보릿고개'가 드리운 상황. 올해 첫 분기 흑자에 도전하는 SK온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SK온의 승부수는 새 리더십이다. 이석희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제조업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올해 SK온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SK온 사내이사진의 변화는 회사가 나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다. 사내이사 5명 중 새로 합류한 2명이 SK하이닉스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다. 바로 이석희 신임 대표이사 사장과 최근민 최고생산책임자(CPO, 사진)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사한 이후 북미 합작법인 투자와 수주잔고 확대 같은 외형 확대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중 다년간 반도체 연구원으로 재직한 최 CPO는 SK그룹 내에서 제조업 외길을 걸어온 반도체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올해 초대 CPO로 현재 가동중이거나 앞으로 가동할 국내외 배터리 공장의 생산 안정화라는 중책을 맡았다.

◇매일 7시 출근하는 연구원, 매년 3건 이상 반도체 특허 출원

최 CPO는 1960년생(64세)으로 서울대에서 무기재료공학 학사, 일본 도호쿠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학업을 마친 이후 1989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최 CPO는 2006년까지 약 17년간 반도체 기술과 공정을 연구했다. 그는 다른 이들이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에 큰 성취를 느꼈다. 당시 현대전자는 삼성그룹과 LG그룹보다 반도체 산업에 늦게 진출한 후발주자였지만 최 CPO는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연구에 몰입했다.

그는 입사 초기 선행 공정을 연구했다. 반도체 소자의 커패시터 제조, 분리막 형성, 웨이퍼 세정 등이 대표적이다. 최 CPO가 출원한 관련 특허 수는 총 64건이다. 매년 3.7건의 특허를 신규로 낸 셈이다.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지 않았다면 거둘 수 없는 성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구에 매진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최 CPO는 매일 7시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는 근면·성실한 인물로 유명했다.

2007년 제조기술임원이 된 후에는 R&D보다 주요 생산거점의 제조공정 운용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3년 이천 FAB센터장 재직 당시 M14 공장 완공과 더불어 초기 생산 안정화를 주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M14는 아파트 28층 높이의 공장으로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D램 생산설비였다. 최 CPO는 2013년 9월 M14 가동을 주도하며 월 3000장 규모였던 웨이퍼 생산능력을 1년 만에 5만3000장으로 17배 늘렸다.

M14는 급증하는 D램 수요에 대응하는 '효자' 역할을 했고 2016년 상반기에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적자를 낼 때 SK하이닉스 홀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밑거름이 됐다. 최 CPO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해외영토 확장기 맞이한 SK온에 합류...배터리 수율·가동률 '기본기' 강조

최 CPO가 SK온에 합류한 시기는 2022년 11월이다. 그에게 주어진 직책은 글로벌 제조·기술 담당(부사장). 당시 SK온은 미국 조지아 1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포드 합작법인(블루오벌SK) 설립, 헝가리·중국 옌청 공장 증설 등 해외를 중심으로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늘어나는 생산능력만큼 이를 관리할 공정 전문가가 절실했다.

최 CPO는 SK온 입사 이후 주로 해외 생산법인에 머물며 생산 계획과 일정 등을 관리했다. 특히 2022년 가동 초기에 낮은 수율 등으로 고전한 조지아 공장의 수율을 작년 3분기에 90%까지 끌어올리는 공을 세웠다. 덕분에 SK온은 매 분기 적자 폭을 줄여나갈 수 있었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최 CPO는 그해 말 정기인사에서 초대 CPO 자리에 올랐다. CPO는 2023년 말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직책이다. 당시 SK온은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없애고 CPO와 CCO(최고사업책임자)를 신설해 업무를 나눴다. COO 산하에 운영최적화와 마케팅, 생산기술, 글로벌 제조, 연구원, 구매, 차세대 배터리 관련 부서들이 있었는데 이중 생산과 제조 관련 업무는 CPO로 이관했다. 제조,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더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이었다.

그는 CPO로 부임한 이후 더 바빠졌다. 기존에도 1년에 4개월을 해외 주요 생산거점에서 보냈으나 올해부터 출장 빈도가 더 잦아졌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서산공장의 경우 매주 한 번씩 방문해 주요 공정과 증설 현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대전 배터리연구원도 수시로 찾아 배터리 기술 동향을 살펴보고 품질관리 인력들과 소통한다. 전공 분야가 배터리가 아니다 보니 현장 행보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있다고 한다.

그가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건 수율과 가동률이다. 리소스를 투입한 만큼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게 제조업의 기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최 CPO는 올해 '수평 전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 공장에서 특정 문제를 해결하면 이를 표준화해 다른 공장에 적용하는 제조업 시스템을 통칭한다. 이 과정에서 자원이 낭비되는 부분도 철저하게 공유된다. 이는 일본 도요타가 모든 공장에서 최고의 생산능력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전기차 업황 둔화가 올해 상반기까지 SK온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 CPO의 제조 경쟁력 확보 여부가 회사의 흑자 전환 시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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